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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rene Feb 14. 2020

다 같은 프리랜서가 아니다

프리 하지 않은 프리랜서 이야기. 5화

누군가가 '저는 프리랜서예요'라고 말하면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와~ 자유롭고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좋으시겠네요'이고 두 번째는 '그럼... 수입은 어느 정도 되세요?'이다. 전자는 아주 친하지 않은, 프리랜서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분들의 반응이고 후자는 나와 어떤 형태로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아무래도 전자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고, 후자의 반응은 프리랜서를 아프게 할 수밖에 없는 관계에서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소개팅 같은?


그러한 사람들의 반응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같은 '프리랜서'라고 해도 수입과 입지는 천지차이니까. 봉준호 감독과 나의 차이라고나 할까? 봉준호 감독도 엄연히 말하면 프리랜서이지만 그분은 먹고사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니,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기는커녕 들어오는 부탁을 거절하느라 바쁘실 것이다. 반면에 프리랜서들 중에서는 나처럼 '지금 000랑 얘기 중인데 조금 더 진행되면 너한테 연락 줄게'라는 말 한마디에 몇 날 며칠을 기다리면서 가슴앓이를 하는 프리랜서들도 있다.


회사원들은 다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과 연봉 차이를 말하지만 연봉 차이로 따지면 프리랜서만큼 차이가 심한 직업도 없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가 잠시 마케팅 회사에 있었을 때 할 프로젝트에 함께 했던 행사 관련 프리랜서이신 분은 그 프로젝트 하나에서만 수백만 원을 받아가셨고 그 비용은 그나마 비수기 때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그분을 모실 수 있었다. 반면에 스스로를 프리랜서를 부르는 사람들 중에는 어떻게든 일감을 받고자 하는 의지로 끊임없이 자신을 다양한 경로에 내다 파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전자와 후자의 가장 큰 차이는 '업력'이다. 프로젝트에 함께 하셨던 분의 경우 행사 관련 업계에 20년 가까이 계시다가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가 되신 경우였고, 자신을 팔아야만 일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업계에서 그 사람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셀프 홍보를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프리랜서가 되는 가장 안정적인 길은 [프리랜서를 쓰는 업계에서 10여 년을 일한 후에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것]인데, 이 길에는 너무 큰 전제가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종사하는 업계가 프리랜서를 써야 하는데 그런 업종이 생각보다 없다는 것이 그 첫 번째이며, 지금 프리랜서를 쓰는 업종이라 하더라도 10여 년 후에는 그 업종이 없어지거나 프리랜서를 쓰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두 번째다. 여기에 더해서 그렇게 프리랜서로 일을 받기 위해서는 프리랜서로 일을 받을 만큼의 능력과 성과가 있어야 한다. 프리랜서들은 이 세 가지가 충족되는 완벽한 조건 하에서만 진정으로 프리 하다.


이에 대해서는 예외가 없다.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도 첫 장편인 '플란다즈의 개'를 찍기 전까지는 경제적으로 너무나도 어려워서 비디오 가게를 차리는 것을 고려했다고 하지 않나? 박찬욱 감독은 비디오 가게를 차렸다 망했고 말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프리랜서의 영역인 배우들의 경우 아역에서부터 승승장구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연극계나 조연이나 단역으로 십수 년을 힘들게 버티다 빛을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기생충에 나오는 이정은 배우와 장혜진 배우가 대표적으로 그런 케이스고, 지금은 주연으로 영화를 쉬지 않고 찍는 이성민 배우도 처음 제대로 빛을 본 것은 2014년에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였다.


프리랜서들이 있는 업계 사람들은 대부분 그러한 시간을 최소 몇 년에서 길면 십 수년을 보낸다. 이는 예외가 없다. 지금은 일 년에 2-3번 정도 해외로 휴가를 나갈 정도로 여유가 있는 프리랜서인 내 지인도 처음 2-3년 동안은 일이 들어오지를 않아서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하고, 수많은 프리랜서들이 유튜브나 브런치 등으로 반짝 하지만 그 효력이 평생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유튜버 1세대들 중 상당수의 채널들이 여전히 수익이 많이는 나지만 조회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데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인전을 정말 싫어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렇게 됐다. 이는 위인전은 유명해지거나 업적을 이룬 사람들은 모두 그 뒤에 힘든 시간을 버텨낸 경험이 있는데 위인전은 보통 그러한 이야기를 감추고 화려한 이야기만 부각하기 때문이다. 장담하건대 회사원으로 산 사람들 100명과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 100명의 실패한 횟수를 적나라하게 비교하면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들의 실패 경험과 힘들었던 시간이 회사원으로 산 사람들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위인전이나 전기는 그러한 어둠은 가리고, 그런 어둠 중에서 성공으로 포장될 수 있는 면들만 일부 살짝 보여준다.


프리랜서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프리랜서에 대해서 막연하게 갖고 있는 환상은 언론에 보도되거나 당장 눈에 보이는 몇몇 성공사례들로 인해 생긴 듯한데,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그 사람의 성공이 지속되지 않는 경우도 많단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공을 이루기까지는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정도로 요약될 수 없는 피눈물이, 당사자들이 부끄럽거나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아서 숨겨진 어두운 고통의 시간들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업계는 대부분이 그러한 시간을 보내고 버텨내야 빛을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리고 빛을 봤다고 해서 그것이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스타 피디라 할지라도 작품 2-3개만 망하면 그다음부터 사람들은 그에게 작품을 연출할 기회를 주지 않지 않겠나? 그래서 프리랜서로 나서기로 하는 다짐은 평생 그 일을 몸과 마음을 다해 가면서 버틸 각오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 해도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경우를 보면 그렇게 버티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버티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실적인 문제로 그렇게 버텨내는 사람들 자체가 드물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몇 년이고 주위의 질타 속에서도 그렇게 버텨낸 사람들이 언젠가는 빛을 보기는 하더라. 그게 보통 짧아도 2-3년, 길면 십 수년이 되기도 해서 문제지...


이처럼 프리랜서라고 해도 다 같은 프리랜서가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 프리랜서들은 그 업계에서 버티기를 하며 생계를 해결하며 살아간다. 그게 냉정한 현실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0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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