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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rene Feb 28. 2020

좋은 이야기의 힘을 느끼다

영화 '작은 아씨들' 후기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거나 역사적인 사건을 해석 및 각색해서 만드는 영화와 드라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웹툰을 실사화 하는 경우가 최근 몇 년간 늘어나고 있다. 제작하고 홍보하는 사람들은 워낙 스토리가 좋다는 식으로 말을 하고, 웹툰을 본 사람들은 인기가 있어서 실사화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웹툰이 실사화 되는 것도 아니고, 인기가 없는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것보다는 인기가 있는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게 성공할 확률이 높을 테니까.


하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기존에 어떤 형태로든 있는 원작을 극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 3사에만 편성되던 드라마가 종편이 생긴 이후 2배 이상으로 수요가 생기면서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어 낼 줄 아는 작가의 수요가 갑자기 증가했고, 우리나라 영화 시장이 작은 편이 아니다 보니 스토리에 대한 수요는 있는 공급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있었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는 다른 나라들 역시 비슷할 것이다. 영화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큰 미국은 더욱더 그럴 것이고, 예전에 나왔던 영화들을 리메이크하는 것도 그 영향이 있을 것이다.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영화라면 리메이크하는 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성공할만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확보하기는 그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 것이다. 더군다나 그 스토리가 저작권이 풀린 상태라면 리메이크를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작은 아씨들]은 그 모든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19세기에 쓰인 이 이야기는 이미 1949년과 1994년에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또다시 만들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해석도 가능할 것이고, 그 두 영화를 보지 않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많기에 새롭게 리메이크하는 게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자료들이 디지털로 존재하는 이 시대에 그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성공 가능성이 아니었을까? 


이번 영화를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리메이크 또는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극화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요소도 안고 있다. 이는 잘 만들지 못하면 원작 또는 이전 작품과 비교가 되면서 완전히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진 21세기의 '작은 아씨들'은 19세기의 이야기를 요즘 시대에 맞게 잘 각색됐다. 우선 배우들부터 연기력으로 이미 인정을 받고 있는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티모시 샬라메를 캐스팅했으니 연기로는 구멍이 거의 없고,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각색해서 요즘 시대 사람들(?)의 호흡에도 맞게 연출이 되어서 '익숙한 이야기'라는 점 외에는 거의 흠잡을 곳이 없는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는 좋은 이야기의 힘을, 반복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에는 다 그런 이유가 있음을 보여준다. 전날 무리하게 운동을 해서 몸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초반 10분 정도는 약간 비몽사몽 상태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턴가 나도 모르게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는데, 그건 원작이 갖는 이야기의 힘으로 밖에 설명할 수가 없었다.


현대사회에서 수많은 독특한 영화들이 만들어지지만, 이 영화는 결국 사람들이 가장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게 되는 소소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엄청난 블록버스터들도,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영화도, 자극적인 소재도 흥분하면서 몇 번씩 볼 수 있지만, 그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 감동이나 감정을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에 '작은 아씨들'처럼 우리 일상에서 늘 찾아볼 수 있는 소재들을 정말 잘 구성하면 그 이야기의 잔상은 꽤나 오래, 깊게 남는다. 이번 영화도 그렇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0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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