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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rene Mar 06. 2020

프리랜서의 허와 실 2 ('허'편)

프리 하지 않은 프리랜서 이야기. 8화

프리랜서의 허와 실 1 ('실'편)

앞의 글에서는 프리랜서의 장점에 해당하는 '프리랜서의 실'에 대해 썼다. 그렇다면 '실'의 짝꿍인 '허'에 대한 이야기도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사실 프리랜서의 '허'에 대한 내용은 앞의 글 이전 내용과 내가 이 시리즈에서 쓸 예정인 내용들에 전반적으로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중간 즈음에 압축적으로 다룰 필요는 있을 듯하다. 


사람들은 보통 프리랜서의 '허'라고 하면 경제적 안정성, 미래의 불확실성 등을 생각할 듯하다. 그리고 그 부분도 프리랜서의 '허'에 해당하는 내용임은 분명하다. 그에 대한 내용은 너무 많이 알려져 있고 이 시리즈 다른 글에서 다뤄질 것이기 때문에 굳이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지는 않겠다. 


그 두 가지 외에 프리랜서에게 '허'에 해당하는 게 더 있냐고? 있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 주위에선 '형은 평상시에 일할 때 어때?'라던지 '오빠는 이럴 때 어떻게 해?'라는 식의 질문을 하는 재택근무자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겐 너무나도 낯선 '자발적으로 아무 곳에서나 일해야 하는 삶'이 내겐 일상이라는 것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프리랜서의 가장 큰 '허'는 외로움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는 오롯이 혼자 일한다. 아주 가끔 팀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프리랜서들은 흩어지게 되어 있다. 나 같은 경우 같이 작업하던 드라마의 대본이 지난달에 완고가 나오자 제작사에서 당장 이번 주에 연락이 오더라. 비용은 이번 달까지만 지급된다고 말이다. 프리랜서들은 그렇게 팀으로 일하다가도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흩어지게 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프리랜서에겐 포트폴리오랑 경력은 있을지 몰라도 '내 일'이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 지점이 가장 의외일지도 모르겠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보통 '이게 내 일이야? 회사 일이지, 나도 내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지만 이는 내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닌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사회에서 현실적으로 프리랜서가 '내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프리랜서들은 보통 자신이 팔 수 있는 능력 또는 기술을 갖고 있지만 그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사람들은 그 능력과 기술을 자신들에게 맞춰서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을 한 것이 '내 일'이란 느낌이 그렇게 강하게 들지는 않는다. 물론, 일을 가려서 받을 수 있는 프리랜서라면 그렇게 느껴지는 일을 중심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그 업계의 대가가 아니라면 그렇게 느껴지는 일에 있어서도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보통 '돈을 주는 주체에서 높은 사람'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능력 또는 번역 및 통역하는 능력으로 프리랜서 일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일은 철저히 돈을 주는 측에 맞춰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예술을 하면 안 된단 것이다. 


프리랜서들은 그 작업을 혼자 해야 한다. 그리고 일을 여러 가지 하고 있다면 모든 일에서 다른 사람과 '일적으로' 만나야 한다. 그 관계가 절대 깊을 수가 없고, 그 관계를 통해서 소속감이 생기지도 않는다. 아니, 소속감이 생기면 안 된다. 이는 그게 생기면 그 일이 끝난 후에 밀려오는 공허함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승진을 위해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같이 상사 욕을 하고, 회사 상황을 걱정하며 경쟁자이자 동지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하지만 프리랜서들은 동종업계에 있으면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게 그만큼 동료의식을 갖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는 내가 상대의 대체재가 될 수도 있고, 상대가 나를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인들이 장난처럼 그런 대화를 나누지만,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은 일단 어느 정도 이상의 수입을 받기 때문에 '그나마 상대적으로' 그 농담을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항상 치열하게 경쟁하는 프리랜서들끼리는 그런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프리랜서들은 힘들어도 의지할 곳이 없다. 이는 친한 친구라 해도 내 상황을 털어놓는다고 그걸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을 수는 있지만 그걸 함께 들어주고 공감하고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 일을 받아서 하다 보면 수입 역시 어마어마하게 오르기는 힘들다. 연예계처럼 어느 한순간 수요가 폭등하는 계기가 있는 업계가 아니라면. 


언제 어떻게 일이 들어올지 모르는 불안정성에 불투명한 미래.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상대들이 있는 시장에서 이별이 기약되어 있는 파트너들과의 작업. 그게 프리랜서의 현실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프리랜서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프리랜서로 있는 이상 그 현실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프리랜서는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프리랜서만큼 정직하고 노동집약적인 직역도 없는 듯하다. 자신의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도 없을 뿐 아니라 꼼수를 부렸다간 일이 끊길 것이고, 오롯이 혼자 일하기 때문에 '썰'로 넘어갈 수 있는 것 없이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프리랜서의 일이니 말이다.  


내 주위에서 회사에 다닐 때보다 수입이 많은 대표적인 프리랜서 두 명의 상황은 이를 잘 보여준다. 주기적으로 해외로 휴가를 나갈 수 있을 정도로 프리랜서로 자리 잡은 한 친구는 최근에 잘 읽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책을 샀다. 그 친구 경력 정도면 곧 일이 들어오긴 하겠지만, 그 책을 끝낼 수 있을 정도의 기간 안에는 일이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책을 샀단다. 지금도 열심히 일하는 한 친구는 수입은 많지만 지출도 많고, 일정 규모 이상의 일을 혼자서는 수임할 수가 없다 보니 혼자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수입이 훌쩍 뛰는 것은 불가능해서 회사를 차릴지, 회사에 들어갈지를 고민 중이다.


프리랜서는 이 무게를 홀로 감당해야 한다. 오롯이 홀로. 그 과정은 꽤나 외롭다. 그게 프리랜서의 '허' 중에 가장 큰 '허'가 아닐까?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0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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