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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rene Mar 13. 2020

혁신

우리나라에서 혁신사업이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

장담하건대 우리나라에서는 짧아도 4-5년, 길면 20-30년은 혁신적인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는 합법적인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군은 대부분 포화상태고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기 때문에 진정한 혁신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질서를 깨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런 작업이 우리나라에서 절대로 이뤄질 수 없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는 법을 만드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평균 연령이 너무 높아서 새로운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국회의원들이 거의 없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혁신사업이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는 국회의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 정치에서 기성세대로 따지면 50대 후반 이상이신 분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치자. 더 큰 문제는 정치판으로 들어가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기성세대들에게 잘 보여서 한 자리하려는 사람들이라는데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현실 경제와 사회변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스타트업으로 향하고, 정치영역에 진출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그런 관심사를 갖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마인드를 갖고 정치를 하려는 젊은 사람들조차 '산업'보다는 '이념'에 치우친 것이 우리나라 정치와 국회의 가장 큰 비극이다. 시장경제질서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걸까? 그 가장 큰 이유는 그런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나라 정치에 희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정계로 가보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거기 가 봤자 패거리 싸움하고, 이념도 제대로 없으면서 이념이 있는 척하면서 권력투쟁만 하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휘둘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정계로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런 변화는 왜 일어나지 못할까?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정치문화 때문이다. 지금 총선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크게 나누면 양진영이 모두 엉망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원칙을 지키고 기준을 바로 세우면 판을 쓸 수도 있는데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없다. 모두 한결 같이 보수, 수구적이고 조금이라도 손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택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국민들 때문이다. 우선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 위에서 설명한 구태정치에 대한 혐오와 비판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젊은 사람들 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은 어차피 힘을 집결시킬 수 없고 대부분이 투표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어르신들은 편 가르기를 하고 '빨갱이'와 '친일파' 프레임을 갖고 가면 움직인다. 그리고 그게 쉽다. 별다른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혁신 같은 거에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패 가르기를 하고 정파싸움만을 일삼는다. '어차피 우리 편은 우리를 뽑을 거고 나머지 중에 조금 가져오면 돼'라는 생각이 있으니까.


그게 왜 혁신사업이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냐고? 혁신적인 사업이나 서비스들은 그 사용자와 고객측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다. 연배가 있는 어르신들은 혁신사업이나 서비스로 불리는 것들을 이용하실 일도 없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그런 걸 신경 쓰시기엔 에너지가 부족하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표의 향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혁신사업에 관심에 관심을 둘 유인이 없다.  우리나라 정치와 법제도의 입법과정이 과거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리스크를 지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개인이나 정당이 나와야 한다. 그러하는 것이 젊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고, 젊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면 본인이 선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국회의원들은 젊은 사람들을 의식해서 그 영역에 신경을 쓸 것이고, 그러한 흐름이 생길 때야 비로소 혁신사업의 틀을 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나라에서 혁신사업들이 제대로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


결국은 정치인들이 젊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젊은 사람들의 표의 향방이 의미가 있다고, 연세가 있으신 분들 투표성향은 이미 큰 틀에서 정해져 있으니 젊은 사람들을 다 품으면 확실하고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그런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그럴만한 정파도, 개인도 보이지 않는다. 말만 많이 하는 사람은 있어도 삶으로 자신이 그것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개인이 없고, 개인이 있다 하더라도 정치는 결국 세 싸움인데 그걸 의미 있게 만들어 낼 집단이 형성되어 있지도 못하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혁신적인 사업이나 서비스가 나오기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담을 더하자면 그래서 사실 홍정욱 씨가 한 선택이 아쉽다. 홍정욱 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호불호가 갈리지만 내가 여러 경로로 접한 이야기들에 따르면 홍정욱 씨는 국회의원 시절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의원이었다. 사실 이건 홍정욱 씨가 대단한 게 아니라 나머지 국회의원들이 엉망인 것이긴 한데, 소위원회나 상임위 회의가 있으면 회의 전에 관련 자료를 전문위원들에게 꼬박꼬박 미리 받아간 건 홍정욱 씨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정치를 하지 않게 된 건 우리나라 정치가 얼마나 지저분한지를 봤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정치를 그만두고 진행하는 사업들을 보면 그는 국가와 사회를 위하는 좋은, 젊은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다. 그가 그 안에서 버텼다면, 정말 괜찮은 사람들을 모아서 새로운 정파나 영역을 개척했다면 어땠을까? 젊은 사람들이 투표할 수 있게 만들만한 정당을 만들었다면? 그런 인물들을 섭외했다면? 당장 힘들어도 그런 새로운 시도를 했다면? 단기적으로는 힘들어도 장기적으로는 진심이 통하고 그것이 젊은 사람들을 움직일 것이라고 믿고, 사업가 마인드로 추진했다면?


그에겐 충분히 그렇게 일을 벌일 수 있는 리소스가 있었다. 금전적인 부분도 그렇겠지만 그보다도 사회적인 평판이나 이미지적인 면에서도. 그런 리소스를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거나 매우 드물다. 올재 북스를 읽을 때마다 고맙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치가, 입법부를 구성한 사람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이상 법치주의를 기본원리로 하는 근대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혁신적인 사업이나 서비스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젊은 사람들의 투표행태만을 통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최소한 지금은 그런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0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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