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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rene Mar 24. 2020

괴물 1

N번방과 같은 텔레그램 사태는 왜 일어났을까?

(글이 너무 길어서 의사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피드백이 있어서 글을 두 개로 쪼갰습니다.)


남자가 쓰는 우리 사회 '괴물'들에 대한 글

'괴물'이란 제목을 쓰면서 안타까웠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같은 제목을 놓고도 훨씬 좋은 내용의 글을 담을 수도 있었는데 이런 내용의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번에 터진 일은 물론이고 여러 성폭력 관련 사안에 대해서 [본인의 가족이어도 그랬겠냐]는 식의 언급이 불편하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내용의 글을 봤다. 사실 나도 그 표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굳이 그렇게까지 상상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알고 인지해야 하는 내용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표현까지 쓰게 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그에 대한 감수성이 약하고 둔감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상상하지 않으면 그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보통 그 정도 표현을 써야 그러한 결정과 행동이 폭력적인지를 깨닫고 행동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항상 고민을 하면서도 그 표현을 계속 쓰게 된다

그렇다. 이번에 터진 방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극단에 달한 괴물들이지만, 그보다 훨씬 약한 수준의 괴물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다. 그 괴물들은 이 사태를 보면서 본인이 하는 행각은 생각하지 못하고 '저런 쓰레기 같은 것들'이라고 욕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괴물들에는 메신저로 미성년자를 찾아서 성매매를 하려는 사람들부터 해서 사실은 성매매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포함된다. 성매매와 유사성행위를 하는 업소들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우리나라 남자들 중 괴물이 아닌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 우선 여기에서 한 가지만 분명히 하고 넘어가자. 난 남자다. 누군가 '페미가 설친다'라고 할 수 있을 듯해서 이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듯하다. 


남자들의 세상

우리나라 남자들 중에 성매매나 유사성행위를 하는 업소에 출입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은, 극도로 보수적인 가정과 교회 안에서 내가 기억하는 한 '혼전순결'을 항상 강조당하며 자란, 그 틀을 벗어나는 것이 두려운 범생이인 축에 속했던 나도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여성들이 나오는 술집에 한 번 끌려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업소에 '한 번' 간 적이 있다고 하면 남자들은 오히려 정말 한 번 밖에 없냐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이들은 '그때 뛰쳐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할지 모르나 사회생활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진 않다. 너무나도 불편해서 '사람을 고르라'는 말에 차마 고르지 못하고 있었더니 나는 '까다롭다'는 평을 들었고, 그 후에 그냥 사람을 보지도 않고 선택을 하고난 후에는 술자리에서 내내 옆에 앉은 사람 얼굴도 보지 못하고 술만 마시다 나온 기억이 있다. '2차'는 가지 않은 상태로. 


이에 대한 남자들의 방어 논리는 나름(?) 철저하다.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일하는 거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의로 그러는 게 어때서'라든지 '그런 [산업]은 인류 역사상 항상 있었어'라는 식의 항변. 그런 사람들에게 '그럼 당신은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에 대해서 정당한 노동자로 인정하고 천박하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묻고 싶다. 업소에 출입하는 사람들 중에 곧바로 그녀들과 자신들이 '동등하고 동질적인 똑같은' 인간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정말 그녀들을 동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업소에서 폭력사건들이 그렇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일까? 


그런 산업이 나오는 것은 돈을 주고 사람을 사는, 성매매를 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텔레그램 사태에서도 어떤 이들은 '트위터에 먼저 음란한 사진을 올린 게 문제야'라고 할지 모른다. 지금 이 분위기에선 누구도 대놓고 그렇게 말하지는 않겠지만, 작년에 터진 한 유튜버의 상황이 전개된 것을 보면 그런 방향으로 태세가 전환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어린 친구들이 어쩌다 그런 사진을 올리게 되었을까? 그들이 그렇게 올리면 그에 반응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문화가 너무나도 만연해 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괴물, 이해는 되지만 용납이 되진 않는 존재

여자분들은 이 얘기가 놀라울지 모르지만, 사실 그런 괴물이 된 사람들이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는 나도 남자이고 똑같은 욕구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안에 일어나는 욕구는 있는데,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교회에서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보수적으로 강요받았던 나는 어렸을 때의 경험이 너무나도 깊게 각인되어 일탈을 하거나 업소에 드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인생의 가장 힘든 시점에 내 자취방에서 도보로 200m 거리에 있는 유사성행위 업소에 가고 싶은 욕구가 미친 듯이 치밀어 올라서 그걸 몸부림치며 억누르고 대신 혼자 술을 마시고 잠들어 버린 밤이 몇 번인지 셀 수도 없다. 어린 시절에 성적인 부분에 대한 보수성이 그렇게 강하게 각인되지 않았다면 나도 어느 정도는 그 부분에 대해 무감각했을 것이다. 그때 타협을 했다면 그다음 단계도, 그 후에 다음 단계도 어렵지 않게 넘어갔을 것이다. 누구도 처음부터 엄청난 괴물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해'는 하지만 '용납'이 되진 않는다. 이는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자의로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혼전순결을 지켜야만 한다'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상대의 동의 없이 또는 상대를 물건처럼 돈으로 사서 상대의 신체에 특정한 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결정은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할 수 없다. 아니, 해서는 안된다.


이런 괴물들은 왜 만들어질까? 사실 [한국에서 남자로 사는 것에 대하여]라는 매거진을 만들고 그에 대한 글을 몇 개 썼고 올해 안에 연재를 다시 할 예정인 것은 그런 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사회환경에 대해 쓸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0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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