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는 왜 부자가 될 수 없는가?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현존 최고의 투자가 중 한 명인 워렌버핏은 2000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자신과의 점심시간을 함께할 기회를 경매에 부쳤다. 2000년 첫해에는 2만 5천 달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낙찰가가 수백만 달러 수준으로 높아졌고, 이렇게 모인 돈은 ‘글라이드’라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2019년에는 암호화폐 트론의 CEO 저스틴 선이 456만 7888달러 (한화 약 54억)을 불러 경매가 시작된 20년 동안 가장 높은 액수로 한 끼 점심시간을 낙찰받게 되었다.
이러한 행동과 비용 지출에 대해 우리는 일단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건희 회장과의 점심에는 얼마가 나올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왜 그는 이 정도 금액을 지불할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세계 최고 투자가와 한 시간 남짓 점심을 함께 하며 어떤 대화와 경험을 기대하는 것일까.
부자들은 그들 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인 강남 일대에는 전통적인 부자들이 많이 거주한다. 한 동네에서 어린 시절 교우관계를 함께 보낸 친구 사이에서,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또 더 많은 부를 이루기 위해 자녀 교육은 또 다를지 모른다. 청담동과 압구정동의 진정한 프리미엄은 아파트 가격이 아닌, 이런 부자들의 커뮤니티에 속하여 그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서초동은 전통적으로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거주비율이 높고, 대치동은 학업에 뜻을 품은 학생과 학부모가 모여 지낸다. 동네마다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분위기가 있고, 이로 인해 부자들은 돈이 되는 정보를 사유화하고, 부의 재생산 방식을 학습하고, 고급 인력 간의 공생 네트워크를 만듦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국 정계에 지대한 영향력이 있다는 "케네디 가문"의 명성은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스웨덴에는 유럽 최대의 기업 가문으로 불리는 "발렌베리 가문 (Wallenberg family)"가 있다. 그들은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가문의 신조하에, 지주회사인 인베스터 AB를 필두로 150년 이상 금융, 건설, 항공, 가전, 통신, 제약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업 19곳을 포함하여, 100여 개의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럽의 가전제품 일렉트로룩스 나,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이들의 계열사에 속하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의 경우, 후계자를 두는 요건은 엄격하다.
1. 경영 세습은 적합한 후계자가 있을 경우에 한정한다
2. 후계자는 혼자 힘으로 명문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3. 후계자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4. 후계자는 부모의 도움 없이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에 진출하여 실무 경험과 금융의 흐름을 익혀야 한다.
5. 후계자 평가는 10년 이상에 걸쳐하며, 견제와 균형을 위해 2명으로 정한다
6. 후계자로 선발된 2명은 차례대로 그룹 계열사들의 경영진으로 참여하여 경영 수업을 받으며, 최종적으로 인베스터 AB의 CEO와 스톡홀름엔스킬다 은행의 CEO를 교대로 수행해야 한다.
너무 비약적인 사례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류의 "가문"이라는 타이틀을 걸 수 있는 자들을, 성공한 부자의 최종 모습으로 보았다. 정당하게 부를 이루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후대에게도 성공의 비결을 전수하며, 대를 이어서 부를 유지하는 부자. 이렇게 후계자에 대한 엄격한 교육과 기준을 적용하여, 부의 고리가 영원히 유지되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모든 부자들의 본능이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나는 지금 부자들은 자식들에게 부에 대해서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그들의 사고와 삶의 방식은 나와 어떻게 다를까?라는 호기심을 늘 가지고 있던 바이다. (언젠가는 나도 "가문"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작은 성공이라도 이를 달성하고, 내 아이와 후대에게까지 그 성공 비결과 지혜가 자연스럽게 학습될 수 있도록, 가족의 뿌리가 되는 시스템 말이다. 어쩌면 그렇게 활용하기 위해, 부족하지만(?) 나의 생각과 경험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 금융과 관련된 정보는 실로 대단한 것이고, 이러한 투자를 향한 연구와 노력, 정보의 점유가 부자가 되고, 그 타이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비결 중에 하나일지 모른다. 아내는 은행에서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그녀가 PB고객 중 한 분을 대했던 일화가 기억난다. 하루는 VIP 고객이 예금을 인출하면서, 포항으로 토지 투자를 하러 간다는 얘기를 흘렸다고 한다. 평소에 아내와 친분이 있었던 그 중년의 여성 VIP 고객은, 당시에 아내에게도 관심이 있으면 같이 가겠냐는 제안을 하였다. 하지만 당시 우리 부부는 아직 재테크 특히 토지 투자에 대해 이해가 없었던 때였고, 그저 기획부동산으로 손해를 보았다는 뉴스가 우선 떠오르는 것이 토지였다. (지금도 토지 투자는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아내와 내가 선뜻 나설 수 없는 것은 당연하였으며, 잘 모르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우리 부부의 원칙 그대로 정중히 사양하였고, 이후 포항은 이명박 정권과 그 관계인의 정책적 호재가 터지면서 토지가치의 대세 상승 장을 맞이한 것은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이다.
큰 부자든 작은 부자든 (각자에게 부자의 기준은 상대적인 것이다. 누군가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일단 그들의 사는 방식을 들어보는 것에 시간을 쓰는 편이다) 나는 지금도 그들은 뭔가 다른 방식의 부와 금융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대칭적인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비록, 인터넷의 발달로 더 이상 그들만이 이러한 정보를 폐쇄적으로 향유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들을 통해 배우거나 얻어낼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자와 친하게 지낼 것을 권장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져보기를 바란다.
나의 부모님은 은행에 빚지는 것을 거의 죄악시하는 분들이시다. 부동산 담보 대출은 최우선으로 갚고 나서야 마음이 편하다 하시는데, 대출 레버리지와 Benefical Debt에 대해 말씀드려도 이해를 못 하겠다는 반응이시고, 오히려 나를 걱정하고 말리는 편이다. 서로는 전혀 다른 창으로 세상을 보며 살고 있고, 이러한 인식 차이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다.
가끔은 나와 대화가 통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실전에서 부를 일궈낸 사람이나, 외부 사업가를 만나는 날이면 밤새라도 이야기를 계속할 기세로 대화가 이어진다. 그런 기회를 좀처럼 만들 수 없다면 최소한 부자들이 읽는 잡지라도 사서 읽던지, 관련 유튜브 영상이라도 보려고 노력한다. 그 환경 속에 부자들의 관심과 생각들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내재화하는 과정을 계속 유지한다.
CEO가 되고 싶다면 CEO들이 읽는 잡지를 읽고, CEO들의 모임에 참석하여 그들의 사고방식과 관심사에 같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늘 그들이 옳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 주류의 생각과 정보를 토대로 경험하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보고 분별하여, 부를 축척하기 위한 방향성을 선택할 수 있는 혜안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 부동산은 어디가 전망이 좋은지. 어떤 산업군이 더 발전될 것인지. 조직을 만든다면 어떤 인재상들의 조합이 필요한지. 사업을 하면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 그들과 내가 가진 유무형의 자산 간 시너지가 있는지. 시너지를 사업화한다면 어떤지..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구상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부자들 중에도 성품도 인격도 부를 이루어낸 방식도.. 여러 부류가 있겠으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각자에게 맡긴다. 다만, 그들에 대해 맹목적인 적개심을 가지고, 적폐로 내몰고 보는 폐쇄적인 사고로는 그들의 부의 원천, 본질, 그리고 성공의 비결에 다가설 수 없다.
유연한 사고로 나와 그들의 사고나 행동의 차이를 인지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실행력이 우리를 조금은 더 부자로 이끌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태생적인 금수저 부자보다는 사업을 통해 성장하고 부를 축척한 자수 성가형 부자들을 선호한다. 그러한 이들이 모이는 외부 강연이나 온라인 카페 학습모임, 옛 선배나 최근 투자에 성공한 친구도 좋고, 부자 키워드의 유튜브 채널 구독도 해 보자. 과거와 달리 이제 부자의 사고방식과 경험을 접할 수 있는 소스는 주위에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