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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스카이 Sep 18. 2019

4. 경력 관리는 신분 상승의 관문.

직장을 다녀야 할까.

오늘 후배 놈에게서 추석 인사차 연락이 왔다.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에, 직장을 옮길 예정인데, 현 직장에서 이뤄낸 일과 인간관계가 아깝다는 말을 한다. 또 회사를 옮긴다면 어떤 식으로 조건 협상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한다. 요즘 같이 어려운 불경기와 고용이 어려운 시기에 능력도 좋다며 핀잔을 준다. 마치 부자는 더 부자가 되는 부의 양극화처럼, 능력 좋은 인간에게는 기회도 더 잘 가는 구조이다.   


이직은 좋은 제도이다. 이직을 통해 직장인은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받고 더 나은 대우를 얻어, 종국에는 부의 신분 상승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성공적인 이직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어떤 조건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하는걸까.       


"당신은 나무가 아니다. 뿌리를 내리지 말고 아니다 싶으면 떠날 수 있다.”   

-저커버거 (페이스북 창업자) -


생각보다 우리는 유연한 고용 환경 속에 살고 있다. 회사와 나는 파트너십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회사가 나를 자를 수 있다면 나도 회사를 떠날 수 있다. 종속되지 않아도 좋은, 그래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유쾌한 전제이다. 회사가 나를 잡으려면 그에 걸맞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프로 운동선수들을 보자. 몸값은 실력과 스타성에 따라 차등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명하게 현재의 자신을 관리하고, 시장속에서 경쟁력과 프리미엄을 확인하고, 나아가 지능적으로 이직을 타진해 보는 것은 늘 권장할 만한 것이다.   


신분 상승은 체계적인 경력 관리에서 시작된다.


그럼 여기 당신의 직장에서 당신의 몸값과 스타성은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인가? 그것을 뒷받침하는 본질 업무능력(실력)은 충분한가? 선수들이 FA 시장에 새로운 팀을 만나 가듯이, 당신이 [LinkedIn]이나 [사람인] 같은 헤드헌팅 앱에 프로필을 올린다면 더 나은 직장에서 오퍼가 들어올 것인가? 결국 핵심은 개인의 상품성. 그 가치를 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장인이 자신의 프리미엄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경력 관리이다. 


현실적으로 어떤 직장인도 재직중인 회사의 사업주에게 원하는 수준의 연봉을 제안하고 협상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협상은 스포츠 스타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직을 한다면 인사팀과 마주앉아 직접 다루어야 하는 일이 연봉 협상이다.


 -.참고로, 컨설팅회사 나 IT기술직, 또는 외국계사 임원 같은 특별한 사례가 아닌, 일반 직장인이 이직할 때 연봉은 정해진 사규에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기존 근무자들과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기업의 인사팀은 연봉에 대해 상한선을 둔다든지 회유한다든지 다양한 방식을 구사하며 물러서지 않는다. 이미 현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직 프로세스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라면 갑을이 바뀐 형국이니 절대적으로 이직자에게 불리하다. 사실상 협상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인사팀에서 구두 합의와 다른 조건으로 서면 계약서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금전적인 보상이 중요한 이유로 이직하는 경우라면, 이직하는 대상 회사의 연봉 수준을 미리 치밀하게 확인해서 현 직장과 잘 비교하여 이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두번의 이직 과정에서 한번은 사규를 수용했다. 이미 사규로 지정된 조건 자체가 20% 연봉 인상 수준으로 만족하였다. 더욱이 실적달성 인센티브까지 옵션이 있으니, 더 무리하지 않았다. 다른 한번은 실제로 협상을 하였는데, 연봉액으로는 도무지 타협이 안되어서 복지 조건 옵션을 대안으로 제공받은 적이 있다. 


 -.연봉 협상을 시도할 때도 수위 조절이 중요하다. 회사라는 조직은 좁디 좁은 곳이라서, 무리하게 사내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연봉 인상을 요구할 경우, 돈만 밝힌다는 루머가 퍼지고 안 좋은 첫 인상을 주게 된다. 기대 연봉과 대상 직장의 실제 연봉 수준을 잘 맞추어 애초에 이직을 결정하는 것이 맞고, 협상을 한다면 동일 직급 년차 평균 연봉의 10% 이상만 달성해도 성공적으로 본다. 이마저도 경력이 충분히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실력면에서 차별화 강점이 없는 이직자라면 협상은 생략하고 사규대로 입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기왕 하는 직장생활이다. 지금 하는 일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고, 이러한 실무 경험을 토대로  더 나은 경력 개발이  이어져 가는지 가끔 중간 점검의 시간도 가져 보자.  단순히 "일 속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애매한 표현은 회식 때 사장이 강제로 건배사를 시킬 때나 써먹도록 하자. 우리가 더 나은 연봉과 대우를 쟁취한 들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다. 부러울 따름이다. 연봉과 같은 물질적 보상에 더하여, 주위 동료의 감사와 인정, 존중을 받는 수준까지 간다면, 참으로 회사에 다닐 맛이 날 것이다. 이직을 하든, 현 직장에서 승부를 보든, 어떤 업종에서 어떻게 경력을 쌓아 가겠다는 로드맵을 구성하고 실천해 가야 한다. 현 직장에서의 과업을 소중히 실행하고, 그러한 성과물에 대해 잘 정리하여 두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직을 하여도 전 직장에서의 경력으로 당신의 가치가 평가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미래는 누구나 그럴싸하게 둘러댈 수 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여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라는 식의 실체도 없는 미래에 현혹되어 자신의 현재 가치를 평가하는 회사는 없다.


"과거에 주목하라. 당신이 만든 과거는 엄연한 사실(Fact)이며, 이것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미래는 아무리 구체적으로 그려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허상일 뿐이다. 그래서 회사는 과거에 당신이 성취한 실적에 주목하고, 사실에 근거한 평가를 내리며, 미래에도 동일한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과 미달할 리스크를 판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체계적인 경력 관리로 신뢰할 만한 마일스톤(Milestone)을 잘 다져둔다면, 미래에 직장에서 더 나은 대우를 성취할 가능성을 높아진다.


경력은 단기간에 평가되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취가 꼭 첫 직장부터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첫 직장에서 꼬였다고 자신의 전체 경력에 큰 문제라도 난 것 처럼 조급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첫 직장은 경력이라는 대장정의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첫 직장의 경험만으로 세상을 다 안듯 자만해서도 안 되고, 역으로 세상의 종말을 맞이한 것처럼 절망해서도 안 된다. 마라톤처럼 한 코스 두 코스 내딛으며, 실패와 성공을 번갈아 가며, 점진적으로 자신의 가치와 프리미엄을 완성해 가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사회 생활에 흑역사는 있다. 특히 첫 직장 사원 시절은 실수의 연속이다. 그리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 경력관리에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친한 후배 과장은 사원 시절에 사내에서 가장 많은 반품을 처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수십대 컨테이너를 쉽백(Shipback)하고, 100억에 육박하는 실적이 차감되는 것을 보면서, 그는 회사를 그만두려 사표까지 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해 양사를 조율하거나 거래선을 설득하려 애쓰는 모습과, 결국 마지막까지 복잡한 해외매출의 반품처리를 완수하는 그의 모습에 오히려 높은 신뢰를 갖게 되었다. 이후 그는 심기 일전하여, 지금은 사업전략에서 내부프로세스 개선 TFT 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으며, 이러한 최대 반품 경력을 헤드헌팅사에서는 차별화 포인트로 인정해 주고 있다.


숨겨진 기회와 가치는 볼 수 없는가.


최근 입사 4년차 후배 H군은 대리 진급에서 밀려났다. 이후 직장이 별다른 혜택도 주는 것 없이 그저 일만 시킨다는 불만을 입에 달고 산다. 일에 좀 더 집중하라는 팀장의 말을 들으면, 과한 충성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불쾌함을 숨기지 못한다. 얼굴이 울그락 붉그락 하는 그를 달래기 위해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사는 것이 나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이 곳은 그의 첫 직장이고, 그는 계속 자신도 경험해 보지도 못한 타사의 상황을 들고 와서 현 직장과 비교하곤 한다. 직장이 아무것도 해주는 것도 없이 열정 페이만을 강요한다는 말을 팀 후배들에게 퍼뜨리고 있다. 최근에 자신이 과도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식의 직장 혐오 프레임을 전파하느라 분주한 그의 행동을 보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언해 줄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어차피 직장에 충성을 한다 한들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돌이켜 보면 "가족같이 의지하는 직장", "사람이 먼저다"라는 표어로 도배하지만, 실로 허구로 가득 채워진 공간이 직장이 아닌가. 고과나 평가에 대해서도 투명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나마 제때 진급이라도 시켜준다면 직장 다니는 맛이라도 날 터인데, 숭고한 노동의 댓가가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 것만 같아 왠만해서는 일의 보람을 찾기 어렵다. 회사가 순순히 나에게 특급 대우를 해줄 리 만무하고, 진급에서 밀리고, 평생 직장과 월급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박봉으로 버티는 하루살이 월급쟁이들에게 직장은 더 이상 아무 의미를 주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 생각에 지배되면서, 이 소중한 시간들을 허비하는 사내 좀비가 되는 것이다.


당신의 평생 업을 만나라


하지만 직장은 생각보다 큰 기회를 제공한다. 후배 H군이 간과한 부분인데, 직장은 바로 평생 직업을 만나는 창구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직장보다 직업이라는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서 자신을 육성해 가야 한다. 경기를 지배하는 MAM(Man of the Match)는 진정 실력으로 선택되는 것이지 어떤 구단 소속이냐는 소위 간판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직장은 유한하지만, 직업의 생명력은 오래간다."


확실한 전문성을 익히고, 지속 가능한 업을 만나기 위해 직장 생활에 더욱 매진하고 회사를 이용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어떤 지인은 직장 봉사활동 동아리에서 직업 기술을 터득한 사례도 있다. 그는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사내 봉사 클럽의 회장이었는데, 지역 기술자들과 연대하여 협력 활동을 전개하던 중 방충망 수선, 화장실 방수, 벽지 도배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 이후 호주에 이민을 갔고, 주택 수선 전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삶의 열정을 가진 부류의 사람들이, 본업에서도 더욱 성취 열망이 크고, 업무 성과가 탁월한 것을 필자는 경험적으로 다수 확인하였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불만만 달고 사는 사내의 수많은 좀비들보다는, 훨씬 역동적이고 매사에 적극적인 부류이다.


평생 직업을 만나길 바란다. 직장의 경험은 당신에게 평생 직업이라는 선물을 줄 수 있다. 이 직장 저 직장 기준 없이 연봉 따라 옮기는 것은 추천할 만한 경력 관리는 아니다. 동종업에서 직업의 경험과 깊이, 몰입도를 충분히 가져가길 바란다. 필자의 지인은 조선소에 정화 필터 판매 팀장으로 재직하던 중, 조선소용 도료 영업 팀장으로 이직하면서 조선소 영업에 특화된 경력관리를 지속하였다. 도료 시공 및 감리 대행사에 제품 자료와 전문적인 조언을 성실히 제공함과 동시에, 이후 몇몇 대형 선주사와의 인맥까지 확보하면서, 현재는 직장을 떠나 선박용 기자재 전문 컨설팅 회사를 독립 운영하고 있다.


직업적 전문성은 잘 담궈진 술과 같이 "세월과 정성"이 묵혀질 때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다. 여기서 세월이라 함은 단순한 시간의 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실전 경험의 양을 의미한다. 업의 성격에 따라, 산업이 동태하고 성장기를 거쳐 성숙하고 쇠퇴하는 사이클의 시간은 빠를 수도 느릴 수도 있다. 그래서 단순한 시간의 양보다는 경험의 양으로 업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정성이라 함은, 업의 깊이 (Depth)와 몰입도를 의미한다. 깊이 있는 몰입(Deep Dive)을 경험해야 일의 본질을 정확히 간파하고 차후에 다양한 업무 환경에서도 실수 없이 일 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직 때 마다 자신의 가치는 해당 분야의 실력 여부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매 순간, 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은 중요한 경력 관리의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거기에 약간의 스타성과 인간 관계에 대한 이해를 겸비한다면 당신은 어느 회사에서든 핵심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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