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이라는 지옥
후회 없는 삶을 위한 타임루프 판타지 [7번째 내가 죽던 날] 원작 소설. 사만사 킹스턴의 인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누구나 부러워 할 삶." 매력적인 외모에 멋진 남자친구, 그리고 꼭 자기처럼 잘나가는 친구들까지, 인생은 그녀에게 그렇게 아름답고 또 쉬웠다. 뭐든 남보다 먼저 고를 수 있고, 타인에게 잔인하게 굴어도 용납되는 인기인의 특권을 한껏 누리며.
하지만 어느 평범한 날, 파티에서 돌아오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생의 마지막 날을 반복해 살고 또 살아야 하는 기묘한 저주. 일곱 번의 저주 혹은 기회를 되풀이하며 서서히 비밀의 실마리가 드러나고, 사만사는 마침내 결심한다. "모든 것을 바로잡겠어."
명문 시카고대와 뉴욕대에서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예술석사학위를 받은 재원으로, 젊은 예술가다운 파워풀한 매력으로 무장한 로렌 올리버는 현재 미국에서 주목받는 신인 작가다. 그녀의 데뷔작인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스릴과 감동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는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할리우드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어 저력을 입증했다.
출처 : 알라딘
영화의 원작 소설로 반복되는 삶 속에서 찾아가는 근원을 쫓는 타임 루프 판타지입니다. 같지만 다른 날들을 살아가는 동안에 알게 되는 자신에 대해, 선택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그날들 간에 미묘한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서입니다.
내용도 모르고, 읽어야 할 필요성이나 이유 등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시작한 도서였지만, 강렬한 표지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말 강렬한 그 눈이 계속해서 붙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계속 그 눈을 봐야 한다고, 봐 달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본문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그 표지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은 채 첫 장을 펴게 됐습니다.
그 어떤 중대한, 무게감 있는 이야기도 없이, 끊임없이 수다 떨듯 내용들이 이어졌습니다. 시답잖은 이야기로 보이는 내용들이 나열됐고,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온전하게 책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알 수 없는 흡인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어쩌면 죽음이, 삶의 종착지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는 듯 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 녹여내는 문체들이 자연스럽게 책에 몰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물론 꼭 가까운 것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 주위에는 언제나, 늘 죽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누군가 죽고 있을 것이며, 우리도 언젠가 죽을 것입니다. 그렇게 죽음은 늘 우리와 함께 합니다. 그저 망각할 뿐이며, 그녀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저 죽음이 항상 함께하는 그 하루에, 그녀가 온전히 갇혀있다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그 감옥에서 무기력하게 석방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끊임없이 그 안에서 변화를 꾀했고, 그 때문에 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무엇인가 감춰진 비밀이 있는 것 같았고, 조금씩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그저 과하게 어떤 일들을 받아들이고, 그 과대망상이 반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외면이 만들어낸 환상이거나, 그때의 죄책감이 보여주는 자신의 본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계속해서 하루는 반복됐으며, 늘 죽음이 함께하는 그녀의 하루는 여섯 번째 반복에 이르러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밝고 경쾌했으며, 그녀의 표현처럼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까지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불쑥 들어오는 한 남자의 폭력성과 비아냥대는 여자들의 역겨운 목소리가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모든 굴레를 벗어난다거나, 행복한 결말을 원할 수는 없었습니다. 독서가 진행되고, 뒷부분에 이르렀을 때 그녀의 존재나 가치는 역함이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아주 사소하고 조금의, 일부분만을 보고 정의로워지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 어떤 비밀이 있을지,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 그저 외면하고 순진한 척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많은 시간 동안 패거리들과 함께 저질러온 잘못을 고작 하루에 용서받을 수 있다는 듯 행동했습니다.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고통받았던, 일곱 번의 하루 중 여섯 번을 죽었던 그 존재에 대한 반성을 고작 죽음으로 한방에 해결한다는 논리를 피력했습니다.
그렇게 누군가를 살렸지만 다시 자신의 죽음으로 끝맺으면서 나름 성공적인 모습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처음과 거의 같은 상태처럼 보였고, 되돌아가는 모습처럼 느껴져서 절대로 해피엔딩에 다다를 수 없을 것 같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만 보였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절대로 정의를 말할 수 없음을, 절대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만 확고하게 만든 것 같았습니다.
그녀의 이기적인, 순진한 척하는 죽음이라는 선택 때문에 또다시 누군가는 슬퍼하고 그리움이나 죄책감 때문에 고통받는 이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결국 그녀는 완벽한 해결을 만들어 낼 수 없었으며, 그런 존재가 아니었기에 어딘가에서 또다시 다른 죽음을 가까이한 상태로 또 하루를 반복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그 안에 갇힌 상태로 또 다른 시도를 하고,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헛된 희망을 갖고 있지만, 또다시 절망하며,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지옥 안에서 그녀는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다 반복 중에서 어느 하루는 그녀가 진정으로 개과천선하면서 또 다른 결말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겠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단지 그때는 지금보다 더, 하루를 표현하는 그녀의 목소리와 문장들이 더욱 진해져 있을 것이며, 짙어져가는 하루의 상세함은 또다시 같지만 다른 하루를 탁월하게 묘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같지만 다른 모든 인물들을, 그들의 이야기를 더욱 상세하게 담아낼 것입니다.
그래서 표지에서 보여주었던 눈은, 그녀의 눈이 아닌 반복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눈이며, 그녀에게 그런 무서운 형벌을 내린 특별한 존재의 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도서는 여러 의문들을 던져놓고,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은 채, 마무리를 내버렸고, 어쩌면 더 이상의 반복이 불가피함을 피력하는 듯 보였습니다.
대부분은 오늘 밤이 내일 밤으로 변하고 한주가 그다음 주로 뭉쳐지고 한 달이 다른 달과 뒤섞인다. 그리고 늦건 빠르건 우리 모두 죽는다.
P61
일상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로, 우리는 매일 죽음으로 향합니다. 지금 걷고 있는 인생이라는 길의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고, 언제나 최종 목적지입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무엇인가를 위한 발버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너도 알겠지.
P135
아마 이때부터 그녀의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했던 것 같습니다. 나름의 기대로는 조금씩 상황을 좋은 쪽으로 수정하며, 더 나은 모습을 내비치다가, 그것이 완전하게 수정됐을 때 그 흐름에서 벗어날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런 전개라면 너무나 뻔하기 때문에 별로일 것 같긴 하지만, 그 뻔함을 깨기만 한다면 어떤 내용이 펼쳐져도 흥미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가 단풍나무를 언급하자마자 기억이 물 표면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오듯이 솟구쳐 올랐다.
P149
기억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쩐지 시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전에는 빠르고 아무런 특징 없이 지나갔던 이야기들이 조금씩 디테일을 갖추자, 표현 그 자체도 그렇게 변화하는 듯 보였습니다. 어쩌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이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될 것 같았고, 그것이 이 도서의 서사와 미스터리함을 쌓아가는 방식 같았습니다.
나하고 안 맞는 일이라. 그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겠다. 그런 걸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나는 평생 해 왔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만한 뚜렷한 일이라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P251
불확실한 감정, 감각 등을 다소 몽환적인 느낌으로 풀어내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루가 끝나면 사라질 사실들이기에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던 행동이 오히려 더욱 또렷하게 사실을 드러냈지만 점점 더 흐릿해져가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듯한 그녀의 행동이 뒤섞이며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마도 이게 비결인 것 같다. 변하지 않고 예전과 똑같기를 바란다면, 그저 고개를 들고 위를 올려다보면 된다.
P298
정말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은 고개를 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늘 달랐으며, 다르게 변할 것이며, 끊임없이 하늘은 움직이고 있을 것입니다. 그저 우리가 스스로 멈추기를 바랄 뿐입니다. 매일이 같은 하루의 반복 같지만, 매일이 다른 하루를 보내는 그녀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나는 미끄러지고 있었다. 내가 사라지고, 그가 사라지고, 시간이 휘어지고, 그렇게 밤이 되어 꽃잎을 오므리는 꽃처럼 되돌아간다.
P357
마치 시간이 역행하는 듯한 표현이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반복되는 하루가 만들어내는 환상일 수도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환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녀는 중환자인 상태로 병원 침대에 누워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이 무엇이든 아름다운 표현이었습니다. 현실이 환과 합쳐지거나,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합주나 또 다른 환각 같았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내 새로운 시작의 첫날이다. 지금부터 나는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그냥 기억하는 게 아니라 뚜렷하게 기억할 만한 사람이 될 것이다.
P386
그녀의 이 말이 이상하게 역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느꼈던 분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근묵자흑, 유유상종이라고 제일 못된 것은 린지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그녀도 동조했고 한 아이를 몰아세웠습니다. 그녀의 눈빛 하나에 아래 학년 아이들은 시선을 거둘 정도로 무서운 존재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진한 척, 깨끗한 척, 정의로운 척 위선을 떨고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게 이해가 갔다. 린지의 분노, 줄리엣 사이크스를 막아 달라는 듯 항상 손가락으로 십자가를 그리던 행동. 린지는 줄리엣을 미워하지 않았다. 두려워했던 거다. 린지의 가장 오래되고, 아마도 가장 끔찍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 줄리엣 사이크스.
그리고 이제는 모든 것이, 가능성과 무작위성 모두가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P410
결국 더 큰 진실, 더 위협적이고 역겹지만 아주 작고 사소했던 시작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녀는 린지를 탓하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일의 시작이라며 비난하는 듯했고, 나는 그냥 따라 했을 뿐이라며 변명하듯 행동했습니다. 물론 이전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고, 정확한 사실과 이유 등을 어느 정도 이해한듯했지만 아직은 그뿐, 과연 그녀가 진정 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태워다 준 거랑 또 다른 모든 것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그의 눈이 고양이처럼 반짝이는 게 보였다.
P473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들리는 듯했습니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반복되는 하루를 멈출 방법을 찾은 것 같이 행동했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표현처럼 이미 멈춰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그와 입맞춤을 하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스스로 멈춘 상태로 있는지도 모릅니다. 왜, 어떻게 시간을 멈추고 자신의 행동을, 잘못된 행동들을 해소할 방법이 나타난 것인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녀는 반복되는 하루 중 하나를 다시 이야기하고 있으면서, 새로운 척하고 있었습니다.
폭력을 행하는 누군가의 행동들이 다소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잘못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요소이지만, 어느 순간 역함을 느낄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됐고,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가진 이들을 많이 등장시킴으로써 결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님을 지속적으로 어필합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도서의 전체 분위기를 살리는 데는 탁월하지만 불편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끊임없이 수다 떨듯 전개되는 이야기 때문에 초반 집중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이야기, 별것 없이 시작되는 하루가 반복이라는 특별함을 갖추기 전까지는 그저 수다스러운 재잘거림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순식간에 몰입하게 되고, 이러한 일상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더욱 강하게 보여줌으로써 처음의 분위기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으며, 점점 더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열린 결말이라고 보이는 마무리 없는 마무리가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어떠한 결론에 도달했는지 보여주지 않은 채, 만족스러워하는 듯한 상태로 도서가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이는 그녀가 진정으로 성숙해졌다거나, 용서받았다는 것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비록 마무리는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적절한 마무리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시시콜콜하고 수다스럽게 시작된 이야기들은 어느 사이엔가 특별함을 갖추고, 반복에 집중하게 됩니다. 또한 같지만 묘하게 다른 하루의 표현들과 점점 선명하게 표현되는 이후의 하루들에 더욱 궁금증이 생기며, 그 안에서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그녀에 대한 평가나 시선들이 순식간에 역함으로 역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자신의 죽음으로 모두 대갚는다는 식의 엉터리 논리는 결국 전혀 성장하지 않았음을, 결코 용서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더욱 굳세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마무리하지 않은 마무리가 더욱 진하게 느껴졌으며, 그녀는 또다시 반복이라는 굴레의 지옥에서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5개 만점
★★★☆ (주제 6 구성 8 재미 7 재독성 6 표현력 8 가독성 7 평균 7)
마무리하지 않음으로써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또다시 반복이라는 지옥에 갇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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