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각본집보다 매력적인 부록.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 '오펜하이머' 오리지널 각본집. 2023년 7월 최초 개봉 이후, 저명한 영화 평론가이기도 한 영화감독 폴 슈레이더가 남긴 평을 비롯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한 평단과 일반 관객의 찬사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상업적으로도 북미에서 개봉 3주차 흥행 수익 5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하는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영화이다. 젊은 시절의 불안했던 정신 상태와 사생활, 맨해튼 계획의 총괄과 핵폭탄 실험 성공의 영광,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버린 과학자로서의 양심과 죄책감, 매카시즘의 피해자로서 얼룩진 노년…. 크리스토퍼 놀란이 재해석한 이 복잡한 삶이 영화 상영 시간 내내 농밀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토탈 필름》 2023년 신년호에서, 영화를 흑백 장면과 컬러 장면으로 나누어 구성했다고 밝혔다. 흑백 장면은 3인칭의 객관적 역사를 따르며, 컬러 장면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주관적 경험을 선보인다. 컬러 장면의 내레이션 또한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의 주연배우 킬리언 머피가 맡았다.
이러한 철저한 구분 또한 물론 각본집에 알기 쉽게 반영되어, 각 장면을 구분해 읽는 것을 통해 저자의 집필 의도를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의 발명과 과학의 책임을 둘러싼 무거운 역사적 스토리텔링에 더해, 오펜하이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소소한 에피소드나 유머 섞인 장면이 전체적인 플롯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가미되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저자 카이 버드가 각본을 읽고 남긴 말처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역사’와 ‘인물’ 모두를 놓치지 않고 충실히 그려냄으로써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라고 하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물의 이야기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출처 : 알라딘
영화에서 보여준 영상에서 전부 담아낼 수 없었던 부분들에 대한 궁금증과 어떠한 방식으로 각본이 집필 되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에 선택하게 된 도서입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를 관람한 후이기 때문에 감명 깊게 봤던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것은 물론, 현장 스태프로 일했던 순간을 추억할 수 있는 등 여러 의미를 갖게 만든 도서입니다.
좋은 작품을 보고 나면 그에 뒤따라 오는 여러 가지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어쩌면 배우나 연출자에게, 혹은 작품을 만들면서 나오는 메이킹필름이나 한정판 블루레이 등에 궁금증을 갖기 쉽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사업은 나쁘지 않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 각본집도 그런 갈래 중 하나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하게 됐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부차적인 것들을 통해 영화에서 받은 감동을 완전히 똑같이 받을 수는 없을 것이며,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다양한 내용들을 보며 더 깊이 있는 것들을 탐구하고자 함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부차적인 것들 중 각본집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내용 자체에서 주는 감정들은 많이 소진된 상태일 것입니다.
또한 영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텍스트 기반의 상상력을 통한 전개이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런 감흥이 없을 수도 있으며, 어쩌면 이미 익숙해진 내용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읽는 것조차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서인지, 시나리오라는 특성 때문인지 편하게 읽히는 것 같습니다. 내용의 의미나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의미 파악이나 이해보다 그들의 대화 자체에 속도감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영화를 만든 뒤에 각본집을 다시 편집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충실하게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완벽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영화를 다시 볼 때, 해당 각본집을 보면서 영화를 관람하기에도 또 다른 재미를 충분히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전개 방식은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가 자연스럽게 교차되면서 서로가 비슷한 주제를 다르게 이야기하는, 혹은 각기 다른 상황에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흥미로운 모습이 비록 텍스트의 형태이지만 잘 정리되어 있었고, 영화의 장면들이 쉽게 떠오른 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들의 각본집을 뒤로 각본집 해설은 또 다른 재미를 주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전문가적 견해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나 이론, 과정의 타당성 등을 따져 묻거나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전문가가 말해주는 시대적 배경 설명에 더 집중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해설집의 가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냉정하게 해설집의 존재가 정말 필요했을까를 묻는다면, 확실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무리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선택 사항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될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분명 영화를 보기에 충분한 배경적 지식을 선사해 주고, 아주 조금 물리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영화 자체에 대한 몰입도 상승에 큰 도움을 주긴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름 유의미한 가치를 지닌 존재였습니다.
거기다가 시작 부분에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는 친절함과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등 여러 부분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인듯한 느낌 때문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친절함들이 영화 자체에 대한 판단을 크게 좌지우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각본집 해설서를 읽고 영화를 다시 봤을 때, 각본집을 다시 봤을 때 우리의 시야는 분명 이전보다 아주 조금은 더 넓혀져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반복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그저 영화의 감동을 되새김질할 뿐인 행동들을 더욱 의미 있고 깊이 있게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각본집 자체가 의미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각본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감독의 역량에 놀라기도 할 것이며, 분명 담겨있지 않았을지 모르는 감정선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왜 그러한 시대적 배경에 놓이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영화가 처음 선사했던 느낌을 송두리째 바꿔놓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모든 도서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으며, 바라보는 이들에 따라 가치를 달리하기 때문에 지금의 감상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각본집은 해설집과 함께 여러 방향에서 보았을 때 부정적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 긍정적이고 더 깊이 있는 곳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이 이 각본집을 들고 영화를 봐야 하는 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가리킨다) 이제 미국의 프로메테우스가 된 거야. 원자폭탄의 아버지. 인류에게 스스로를 파괴할 힘을 준 자. 세상은 자넬 떠받들겠지.
P167
그를 염려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훗날에 닥칠 위협에 대한 경고도 내포되어 있는 것 같은 대사였습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기에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근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결국 누군가에게는 역적일 수 있고, 선지자일 수도 있는 다중적 측면을 갖게 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쉽게 찬양하거나 비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고, 살았다고 해도 누군가를 쉽게 평가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이런 이중적 잣대가 오히려 더 정확한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빛이 눈부시게 밝아지면서 불덩어리가 되어 태양처럼 밝게 빛난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건 점점 커지는 자신의 숨소리 뿐이다 나는 고글을 벗어 제끼고··· 지옥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요동치는 플라스마를 지켜본다. 그것은 악마의 손톱처럼 하늘을 향해 기어오른다.
P211~212
영화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적막이 이처럼 선명한 방식으로, 텍스트로 표현되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글과 영상이 보여주는 차이점일 것입니다. 영상은 이미지를 또렷하게 보여주며 구현되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것들을 깊이 있게 담아내지 못합니다. 반면 글은 표현은 또렷하고 의미를 전달하지만 상상력의 한계에 가로막히거나 선명함을 잡아내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 차이가 이 각본집이 필요한, 유의미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리고 연출자의 역량이 그 사이의 무엇을 잡아낼 때, 큰 카타르시스가 생긴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도 할 것입니다.
오펜하이머 : 시작된 거 같아서요.
안색이 창백해진 아인슈타인. 몸을 돌려 아무 말 없이 스트로스를 스쳐 지나간다. 발 구르는 소리···.
P306
명백하게 허구로 느껴지는 이 장면을 통해 그들의 감정선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 그들이 조우했다는 것조차 명확하지 않지만, 역사적 사실을 차치할 수 있는 영화의 특수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역사와 다르다고 비판하려 한다면 역사책을 봐야 옳을 것이며, 역사책도 진실로 쓰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우리는 영화라는 매체가 전달하는, 각본집이 보여주는 내용들을 통해 드러난 감정들을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를 통해 빠른 호흡으로 내용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각본집이라는 특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고 가시성이 높은 편입니다. 그만큼 박진감 넘치게 내용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감동을 다른 관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분명 반복적이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그들이 표현했을 감정, 표정 등을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주었던 느낌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또 다른 작품을 보는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각 인물들의 감정선을 더욱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단편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습니다. 표정이나 목소리에서는 다 담기지 않았을 심리적 묘사들이 펼쳐져 있는, 혹은 더욱 차분하게 느낄 수 있는 텍스트들 때문에 더욱더 인물들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각본집과 영화를 비교하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다르게 표현됐을 부분과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담겨있을지도 모르는 모습들 등을 비교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영화 관람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더욱 재미있는,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부록을 통해 더 깊이 있는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어 더욱 재미있는 감상이 가능합니다.
부록 자체가 시나리오의 타당성과 묘사의 적절함 등을 다루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시대적 배경과 그들이 놓인 상황들을 풀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본 배경지식이 약간은 쌓여있고, 결과적으로 더욱 깊이 있는 몰입이 가능해집니다.
같은 영화, 같은 책을 여러 번 보는데 익숙하지 않으면 가치를 느끼기 힘들 수 있습니다.
특히나 긴 러닝타임 때문에 감상 자체에 어려움이 있었던 경우라면, 다시 보는 것과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답습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애초에 이러한 각본집을 선택하는 것은 이런 부분들을 논할 대상이 아닐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방대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어려움에 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영어 원문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원작의 생생함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외국 영화이기 때문에 원어적 느낌을 알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순수 우리나라의 언어로만 나와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물론 내용 파악을 위한 또 다른 공부가 뒤따를 수 있었겠지만, 즐겁게 감상한 영화에 더욱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해설집이 각본 자체에 대한 해설이 아닌 시대적 배경을 다루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각본에 담겨 있는 내용들의 과학적 타당성이나 실제와 다름을 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전체적인 배경이나 기초 지식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에 어긋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해설집의 특성이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기 때문에 이왕 각본집을 선택했다면 필수적으로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가 느껴지기 때문에 영화보다 더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주었던 영상미를 상상할 수 있었으며, 부록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배경지식 습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영화 감상 후의 선택이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의 감상,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내용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고, 깔끔했으며, 그래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이미 알고 있는 말들일 수 있지만, 그 뻔한 것들을 부록이 오히려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어쩌면 각본집보다는 이 부록이 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더 감정을 갖고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 5개 만점
★★★★ (주제 8 구성 8 재미 9 재독성 8 표현력 8 가독성 8 평균 8.16)
어쩌면 반복, 되새김질이겠지만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해설집의 깔끔함이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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