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의 무해한 대모험 #4
<아토피 생물학적 제제 듀피젠트 2회 차 주사>
앞선 내용은 요기에 모여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harmless
듀피젠트 시작이 10월 2일, 1차 주사날에서 14일이 지나고 2차를 맞으러 갔습니다. 10월 16일.
이제부터 2주일에 한번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습니다.
듀피젠트는 치료제가 아니라 불균형된 면역을 재조정해주는 약이라
2주 간격으로 계속 맞습니다.
주기를 늘리거나 중단해도 틀어진 면역이 제자리로 돌아와 유지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산정특례를 유지하기 위해, 또 제약사에서 정한 주기로 계속 맞을 계획입니다.
그 사이 더 좋은 약이 나오거나 하면 옮겨가는 거죠.
(현재 더 나은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 임상에 있고 주기를 늘리는 방식도 연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듀피젠트가 가장 좋은 선택지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되게 좋은 소식은
이 치료가 제게 빠른 효과를 보이며 맞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초기단계라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저는 첫 주사 후 이틀 만에 (겨우 이틀 만에!!!!!) 거의 일 년 넘게 낫지 않던 손가락 찢어짐 상처가 아물었거든요.
그나마 사진으로 보여줄 만해서 올린 손 사진에 빨갛게 남은 부분이 쪽 아물지 않던 부분,
여기 말고 손톱밑도 찢어져 있는데 이거 정말 아프고 괴로웠거든요.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괴로운 거라서요,
매일 약을 바를 수도 없고 (저는 부작용문제로 경구/주사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 힘들거든요)
보습제나 바셀린 같은 것으로 일단 막아놓아도 자고 일어나면 원래대로 돌아오니,
(게다가 이런 상처가 온몸에 삼만팔천구백사십 개 정도 (-_-;;;;;약간 농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른 부분도 아주 빠르게 반응이 와서 조금 놀란 편이고,
검색해 보니 저는 매우 빠른 반응군에 속하는 환자더라고요.
대부분의 환자는 2주 후, 한 달이 되어야 변화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병원선생님도 보자마자 이제
다음 주사 때는 진료 보지 않고 바로 주사 맞고,
한 달에 한번 진료 보는 것으로 얘기하시더라고요.
부작용도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고(걱정하던 눈결막염등)
(부작용 겪는 분들은 주사 때마다 나타나더라고요)
일단은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예에!!!)
아직 가려움이나 기타 갈길이 멀기는 하지만
2주 동안 잠도 매우 잘 자서 약간 감동스럽기까지 합니다.
나아지는 과정은 똑같습니다.
진물이 멎고 - 상처가 아물고 -딱지 생기고 - 자연스럽게 떨어지면서 새살 -
상처아문곳은 당분간 빨간 피부상태고 - 나중에 붉은기가 사라지는
이런 과정이죠.
예전에도 겪고 봤던 과정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느낌이 다르긴 합니다.
망가진 피부공장이 다시 조금씩 세팅되고 돌아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산정특례의 빛으로 치료비는 10%, 7만 원 돈.
-
이번에 심하게 아팠던 부위는 아마 낫고 나면 흉이 남을 겁니다.
제가 나이도 꽤 많아서 재생도 힘들고 경험상으로 알거든요 어느 정도 심했다면 어떻게 얼마나 자국이 남는지.
제가 가장 심하게 아팠던 이후에 남은 자리는 색소침착이 넘나 심하게 되어 백반증처럼 된 곳도 있습니다.
마이클잭슨이 화상을 입어서 백반증 된 것처럼, 제게도 그런 자국이 몇몇 곳에 있어요.
피부가 나아가는 과정은 살아가는 것과 매우 비슷합니다.
심하게 아픈 만큼 오래가는 흉터가 남아요.
그리고 단 한 번도 나아지는 과정을 건너뛰지 않아요.
회복의 시간이 빠르냐 늦냐의 차이지
나아지는 순서는 언제나 정확합니다.
항상 너무 힘들 때는 건너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리적으로 꼭 필요한 시간은, 그냥 담담히 기다려야 합니다.
인생은 쓰지만 달달한 구석이 있습니다.
가끔은 고약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모험이니까요.
고통이고 아픔이고 지난한 반복이지만
그 안에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꼬박꼬박 챙기는 것 만이
이 힘든 모험에서 살아남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