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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Feb 05. 2023

공막고정술 후 드디어 한 달

한달동안 밤과 낮 사이를 유영하다

<눈 수술후 드디어 한 달>



2022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에 화려하게(?)

눈 수술(인공수정체 공막고정술, 인공수정체를 흰자에 실로 묶어 고정하는 것)을 받고 드디어 한달이 지났습니다.


병원에서 수술후 한달동안

정말로 주의하라고 얘기를 해주었는데

수술전부터 새로 집어넣은 수정체가 또 떨어질 수 있다고 얘기를 들었고 (의사선생님은 언제나 제일 안좋은 상황을 얘기해주심요!)

검색해보니 또 탈구되어 재수술에 재수술하는 사람들 글을 봤기때문에

불안감이 극도로 올라갔었죠.

특히 저는 아토피 때문에 자는 도중, 의식없는 상황에서

비비고 건드릴 확률이 높아 정말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한달을 보낼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인지(?) 예전과는 다르게 아주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면 잠들었다가도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잠을 확 깰 수 있었는데

….문제는 계속 초긴장을 하고 잠들다 보니

제대로 잘 수가 없다는 것, 깊이 잠을 들지 못한다는 거죠.

게다가 잠자기 전, 거즈 붙이고 플라스틱 안구 보호대도

테이프로 고정을 해놓는데(일반 환자들은 그냥 귀에 걸지만)

이 붙이는 테이프가 피부에 자극이 되어 또 문제가 생기고

(테이프는 계속 붙여야 하니 한달동안 매일 요렇게 붙였다 저렇게 붙였다 ㅠ_ㅠ) 깨어있는데 반쯤 영혼이 가출한 상태로 지낸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 생활 21년차라 꾸역꾸역 일도 하고

(예전 작업속도의 절반도 나오지 않는 기적의 능률)

어찌어찌 시간을 채웠는데

가지 않을것 같은 시간들이 흘러흘러 한달이 지났습니다.


역시….

가지 않는 시간은 없고

오지 않는 순간도 없어요.

결국 시간은 가고

그 순간도 옵니다.


물론 한달이 지났다고

이제 마음을 놓아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보다 조금은 나아지겠죠.


지난 한 달 참 힘들었지만

덤으로 얻은 것은

반쯤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잠과 현실의 중간지대를 둥둥 떠다니며

이런저런 생각과 상상을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검은 우주에 한가운데서 유영하는 느낌이었는데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좀 두근거리고 그랬습니다.


언제나 불안은 시간이 희석시켜줍니다.

한달동안 어느정도 희석 되었으니

예전만큼 찐하게 불안하지 않고

조금씩 연해져서

한 잔 쭈욱 마셔도 나쁘지 않은 만큼의 밤과 낮,

그런 날들이 찾아오길 기다립니다.


밀린 일 하러 룰루랄라 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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