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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김 Jul 26. 2019

당신의 포용지수는

월간 인사관리 8월호 CHO TALK

Photo by Chris Barbalis on Unsplash


정확하게 21 년전 이맘 때 였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외국계 글로벌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보고 회사 생활을 안내하는 인트라넷을 이리저리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소수자(Minority)들, 회사에서 여러 측면에서 소수여서 보호하고 지원하는 여러 단체들의 홈페이지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그룹, 아프리카계 미국인 그룹, 여성 관리자 그룹, 아시아인 그룹, 히스패닉 그룹 등등을 보다가 깜작 놀란 그룹이 하나 있었습니다. 동성애자 그룹(Gay & Lesbian group)이었습니다.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동성애는 일반적으로 사용이 금기시 되는 단어였습니다. 이 단어를 회사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게다가 회사가 이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니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얻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 6 월은 ‘Pride Month’였습니다. 성소수자인 ‘LGBT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들이 본인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대중들이 LGBT 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기간입니다. 원래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젠 많은 나라들에서 기념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에서는 지난 한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Pride Month 를 기념하기 위해 자신들 회사 로고에 LGBT 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을 입혀서 한시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LGBT 행사들을 지원하고 본인들 회사에서 LGBT 들이 얼마나 공정하게 대우받고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 홍보했습니다. 이들은 왜 한 때 사회적으로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이들을 포용하고 지원하는 걸까요?


첫째 이유는 다양한 종류의 인재들을 등용하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회사 인적 구성의 다양성과 조직 성과 사이에 유효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다양한 시각과 생각들이 복잡하고 다양한 비지니스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이 다양한 시각과 생각에는 성적 지향에 관련된 것들도 포함됩니다. 시장의 다양성을 이해하려면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이해당사자들만큼이나 회사내 인적 구성도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하겠죠.

Photo by Cecilie Johnsen on Unsplash

두 번째 이유는 시장에서 LGBT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LGBT 인구는 4 억명 가량이라고 합니다. LGBT 전문 자산운용사인 LGBT 캐피탈은 LGBT 의 구매력이 연 3 조 달러 (약 3,400 조 원)에 달할 이라고 추산합니다. LGBT 들은 대체적으로 자녀가 없기 때문에 (물론 입양해서 키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소득을 본인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서 일반인에 비해 더 강한 구매력을 가진 것으로 봅니다. 게다가 LGBT 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강해서 충성 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LGBT 이 권익이 여러나라에서 향상되고 강화되면서 커밍아웃하는 LGBT 들이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장에서 점점 커지는 LGBT 고객들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들은 이것을 ‘옳고 그름’의 시각보단 ‘다름’의 시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LGBT 의 경우 일부 직원의 신념이나 종교와 대치될 수도 있지만,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가치가 문화적 상대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이러한 가치가 실제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상대주의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한 문화에 속해 있는 사람이 다른 문화에 속해 있는 사람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따라서 문화를 판단할 때는 옳고 그름으로 판단해서는 안되고 다름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해야하는 글로벌 기업에게 문화적 상대주의는 기업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만약 다른 나라의 문화를 옳고 그름의 시각으로 보면 ‘그른’ 문화를 가진 곳에서는 사업을 할 수가 없고 그곳의 우수한 인재들도 포용하기 힘들어집니다.


지난 달 Pride Month 에 링크드인에서의 회사 로고를 무지개색으로 바꾼 국내 기업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아직 LGBT 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국내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첫째 이유든, 두번째 이유든, 세번째 이유든 LGBT 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인재들을 조직 내에 포용해야 하는 일은 인사담당자들에게 점점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더 포용적이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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