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로 더 윌로
크리스 로 더 윌로
"어딘가, 여기 아래,"로 시작해 "부서진 마음들"로 끝나는 80여자 정도 30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의 크리스로의 개인전을 찾았다. 경동시장안에 1955년 세워진 건물에 자리한 더윌로 는 뉴욕 소호나 브루클린의 로프트 같은 공간으로, 경동시장과 어우러지는 그 낯섬이 아주 인상적인 공간이다.
크리스로의 작품을 파편적으로 경험하기는 했지만, 전체 공간을 채운 개인전은 처음이었다. '레이어'를 키워드로 했다는 그의 전시는 '서 있으면서 앉아 있기'라는 책자에 담긴 그의 글 제목처럼 중첩된 감정과 경험들이 공간에 켜켜이 겹겹히 쌓인 듯한 느낌이었다.
그의 작품에는 끌림이 있다. 시간과 의미의 쌓음을 품은 작품들은 여럿있다. 그러나 그가 겹겹의 층위로 쌓은 작품은 공간위에 펼쳐져 있고 그 쌓음 사이 사이에 내가 중첩되는 묘한 감상을 만들어 주었다.
사실 책자에 담긴 작품에 대한 말들이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공간에 층층히 켜켜히 쌓이고 펼쳐진 그의 작품들 사이로, 뒤로, 아래로, 지나치듯, 멈추어서, 올려다 보고, 내려다 보며, 혼자, 둘러쌓여, 그럼에도 부서진 마음들 위로 또 다른 그림자를 쌓고 있었다.
설명이. 필요없는. 전시. 공간.
전시를 관람하고도 한참을 공간에 머물렀다.
스스로의 의지로 지금 내가 서있는 차원에 머물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더 윌로의 크리스로 전시문(文)을 열고 다시 경동시장으로 들어섰다.
...
시장의 소음, 시장의 냄새, 6월 한낮의 열기가 나를 현실에 세운다.
다른 차원으로의 여행 같은 전시.
사진을 아꼈다. 솔직히 사진에 공간의 작품이 담기지 않는다.
아직, 7월 7일 전이라면 직접 가보는 것도.
《어딘가, 여기 아래, 어느 정도 안쪽, 모든 것 아래 하지만 들을 수 있는 정도로 가까운 곳에, 여럿이 잠들어 있습니다. 조용히, 속삭이며, 천천히 뛰고 있는, 끊임없는 그렇지만 때로는 부서진 마음들.》(_Somewhere, Here Below, Somewhat Inside, Beneath It All Yet Close Enough To Hear, Sleeps Several Silent, Whispering, Slow Beating, Constant Nevertheless Sometimes Broken Hearts._)는 시각예술가 크리스 로의 개인전이자 더 윌로의 첫 기획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