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유리문을 열고 들어온 첫 손님의 눈빛을 기억한다
바 문은 철제다.
안이 보이지 않는다. 밖도 보이지 않는다. 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안에 사람이 몇 명인지, 어떤 분위기인지, 내가 어울릴 수 있는 곳인지. 손잡이를 잡기 전까지는 전부 모른다. 그 무지(無知) 앞에서 혼자 온 사람은 잠깐 멈춘다.
첫 번째 혼자 손님을 기억한다. 30대 초중반쯤으로 보였다. 정장 재킷에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문 앞에서 두 번 정도 숨을 고르는 것 같더니 그냥 당겼다. 들어오자마자 카운터를 봤다. 자리를 찾는 눈이 아니었다. 나를 확인하는 눈이었다. 여기 있어도 되는지. 이상한 데 온 건 아닌지.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전부였다. 그는 카운터 끝자리에 앉았다.
위스키를 시켰다. 안주는 없었다. 핸드폰을 꺼내서 보는 것 같았지만 화면을 별로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그냥 손에 쥐고 있었다. 혼자라는 걸 주변에 알리는 도구처럼. 나 지금 뭔가 하는 중이에요, 라고. 그 핸드폰이 일종의 방패라는 걸 나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다.
3분쯤 지났을까. 내가 먼저 물었다. 오늘 어땠어요.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그냥 말을 건 것이었다.
그는 잠깐 멈추더니 말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어요, 오늘. 그 문장이 술술 나왔다. 준비해둔 것처럼. 아마 저 철제 문 앞에 서 있던 순간부터 속에 있던 말이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잔을 채웠다.
조금 뒤 옆자리에 또 한 명이 들어왔다. 역시 혼자였다. 카운터에 앉아 위스키를 시키고 잠시 주변을 살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처음엔 각자 잔만 들여다봤다. 내가 먼저 온 손님에게 한마디 던졌다. 위스키 뭐 드세요. 작은 말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온 손님이 고개를 돌렸다. 저도 그거 마시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억지로 친해지려는 게 아니었다. 그냥 비슷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같은 잔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혼자 온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약도 없고, 합류할 무리도 없이 낯선 문을 여는 것. 유리창도 없으니 열기 전엔 아무것도 모른다. 그 불확실함을 감수하고 손잡이를 잡는 것. 첫 5분을 전부 자기 힘으로 버텨야 한다. 어디 앉지. 뭘 시키지. 어디를 봐야 하지. 그 작은 결정들이 쌓여 문 앞에서 한 박자 더 머물게 한다.
그 망설임을 나는 나쁘게 본 적이 없다. 용기가 없는 게 아니다. 혼자라는 상태에 아직 익숙해지는 중인 것이다.
두 사람은 한 시간쯤 떠들다 나갔다. 서로의 이름은 끝까지 몰랐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헤어질 때 둘 다 표정이 들어올 때랑 달랐다. 그걸로 충분하다.
혼자 온다는 건 그렇게 연습이 된다. 그리고 가끔은, 혼자 왔다가 혼자가 아니게 되어 나간다.
철제 문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오늘도 누군가 그 앞에서 한 박자 멈출 것이다. 나는 그 눈빛을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