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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Dec 21. 2020

삵을 닮은 냐옹이

life@the Prarie

녀석은 어젯밤 갑자기 내게 나타났다. 밤 9시 경 쯤 내 주차장의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갑자기 종아리 쪽에 뭔가가 기대더니 막 친한 척을 했었다.

모션 센서가 달려있는 주차장 등이 꺼지고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밤하늘로 온통 어두운 밤이었다. 발을 드는 순간 그 움직임에 외등은 다시 켜지고, 녀석은 날 빤히 올려다 보며 쓰다듬어 달라는 눈빛을 했었던 것이다.

길을 헤메느라 배가 곺았을 것이니, 튀긴 닭 날개 몇개를 가져와 던져 주니, 마구 마구 먹었다. 자꾸 날 따라 호텔 안으로 들어 오려는 녀석을 떼어 놓고 2층 거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녀석이 자꾸 날 불렀다. 그 삵괭이와 고양이가 반반 섞인듯한 녀석은 이미 계단을 올라 내가 자는 방 창문 앞에서 날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 야옹. 아저씨 나 그 안에 들어가면 안돼요?
.. (음냐.. 뭐야.. 그 괭이???)
..  냐오오오옹~  아자씨 내레 아저씨 방에 들여보내 주시라요~ 냐용.
.. 오 마이.. 녀석이 여기 까지 올라왔네.. 험!! 어허! 人猫가 유별커늘 어찌 넌 사람인 내게 와서 잠을 청하는 것이냐, 썩 물렀거라~!!
.. 냐옹~ 이곳 바깥엔 지금 비가 부슬 부슬 내리고 있사옵니다. 불쌍하온 고양이 하룻밤만 거두어 주십사와요~~, 간청드리옵나이다. 니아옹~~
.. 어허, 그래두!! 우리 인간들 사이에서 조차 남녀가 유별하야 일곱살 이후엔 마주 보고 앉지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건만, 미물인 네가 무슨 그 당치도 않는 말이냐!
.. 냐옹. 아자씨는 지금 어느 세월에 살고 계신 건가요. 혹시 Golden Age Syndrome 이라도 걸리신 건가요? 지난 시절의 삶의 형식을 왜 제게 상기시키시는지요? 더군다나 아자씨와 제가가 살고 있는 이곳은 인간들의 종교, 신념, 피부색, 언어, 문화, 그리고 정치관의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음은 물론, 동물과 식물들의 권리도 보장하고 있다는 캐나다 인데도 말이지요! 실망이에요! 니아아아오오옹~~~!
.. 어허 이 고얀 괭이 녀석이라니. (캐나다가 식물의 권리까정?? 녀석 뻥까지 행사할줄 아네. 좌간 말이 크게 틀리지 않으니 이거 어떻하나. 낭패로세!)
.. 아자씨이이이아옹!!!! 들여보네 주시라요, 제가 아저씨의 침소에 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큰 호텔의 많은 빈방 혹은 어느 빈 구석이라도 그저 한뼘만 내 주시면 되는 것이온네, 어찌 그리 야박하게 그러시는 지요! 아자씨이이!
.. (어이구 녀석 보게. 보통 길냥이가 아닌듯 하네. 나름 뼈대있는 혈통인 갑다. 슈렉이라면 이때 어떻게 처신을 했을까. 그래, 녀석의 눈동자를 처다보지 말아야 겠다. 그 애처로움을 떨치기는 불가능 할테니. 그래 두 눈 꼭감고, 자는 체나 해야겠다.)

.. 니아오옹.. 니야오오..
.. 드르렁. 드르러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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