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임신, 그리고 두 번의 유산… 시험관은 피하고 싶었는데
올해 나이 40세, 2019년 6월 결혼
2020년 3월 첫 임신 후 8주 6일 만에 계류유산
2021년 2월 두 번째 임신, 8월 2일 만에 계류유산
결혼 후 2년 반 동안 나의 임신 내역(?)이다. 38살에 결혼 후 약 9개월 만에 첫 번째 임신이 되었다.
적극적인 임신 시도를 한 지 6개월 만인데, 이때만 해도 ‘어라, 임신이 이런 거였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나이 결혼 후 임신이 안될까 걱정이 앞섰는데, 우려와 달리 덜컥 임신이 된 거다. 그것도 딱 1번 시도를 한 달에 말이다.
우리 부부는 기쁘기도 했지만, 내심 ‘건강’에 자만한 마음도 한편에 생겼다. 주변에서 임신으로 고생한 친구들에 비하면 ‘정말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컸다.
초음파 결과를 더 반전이었다. 첫 자연임신에 일란성쌍둥이가 생긴 거다. 일란성쌍둥이는 자궁 내에서 하나의 방을 쓴다.
서로 외롭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한쪽이 위험하면 함께 잘못될 수 있다는 경고장도 날아왔다. 검진에서 한쪽 태아에서만 심장 소리를 확인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 얼마 후 태아 둘 모두 도태되면서 8주 6일 만에 유산했다.
첫 임신은 그야말로 얼떨결에 성공했다가 황급히 떠나보낸 듯한 경험이었다. 뭔가 휘리릭 왔다가 금방 지나간 느낌.
아이가 생겼을 때만 해도 ‘임신 별로 어렵지 않네?’라고 자만 섞인 생각이 들었는데, 얼마 후 ‘유산도 이렇게 쉬웠다고?’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에 맴맴 돌았다.
양가 부모님께는 임신하자마자 알렸던 터라 유산을 말씀드리기 참 조심스러웠다. 입이 방정이라고 왜 이렇게 빨리 알렸을까 싶은 마음도 컸다.
그리곤 다짐했다. ‘다음번 임신에선 안정기가 지나고 말씀드리기로.’
적극적인 임신 시도한 지 5개월 차. 두 번째 아기가 찾아왔다. 내 나이 39세.. 기쁜 마음이 컸다.
사실 이번 시도가 잘 안 됐을 때 난임 병원을 찾아가 시술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직장과 가까운 난임 병원을 알아보고 예약 직전까지 생각했던 때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아기가 찾아와 줬다. 남편도 매우 기뻐했다.
나이가 적지 않은데, 수고했다고 마음껏 토닥여줬다. 무엇보다 난임 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다.
그런데, 두 번째 아기도 8주 만에 우리 곁을 떠났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직장에서 받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문제였을까. 왜 아기는 우리 곁을 계속 떠나는 걸까.
두 번째 유산은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소파수술이 결정된 날, 수술 의자에 위에서도, 회복 후 깨어난 침대에서도 하염없이 울었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길까 하는 원망까지 들었다.
산부인과 주치의는 내게 임신 시도를 하면 금방 아기가 생길 거다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두 번째 유산 후 진행한 습관성 유전자 검사와 염색체 검사에서 우리 둘 모두 ‘정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자가면역세포, 갑상선 호르몬 등 우려하던 수치도 모두 ‘정상 범위’에 속했다. 착상도 잘됐고, 심장 소리도 들었으니 자궁에도 문제는 없다는 소견이다.
그렇다면, 유산 원인은 ‘염색체 이상’ 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처음부터 약한 배아가 착상이 됐고, 건강하게 자라기엔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양가 부모님께는 임신 소식 대신 유산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우리 부부의 임신을 알리게 됐다.
어머님 두 분은 유산으로 인해 내 몸이 망가질까 염려가 컸다. 왜 아니겠는가, 두 번의 유산으로 세 번 소파수술을 했으니 말이다.
7월, 강남의 난임 전문 한의원을 찾았다.. 여기서 결과가…
올해 2월에 임신을 했고, 3월 말에 소파수술을 했으니 이제 7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우리에겐 아직 아기 소식이 없다. 망설였던 시험관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시험관에 앞서 우선 강남의 유명 난임 전문 한의원을 찾았다. 여러 검사를 해보니, AMH 수치가 크게 떨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결혼 후 산전 검사에서 AMH 수치는 1.7로 내 나이보다 1살 정도 많게 나왔다. 그런데, 2년 만에 수치가 0.7대로 훅 떨어졌다. 나이보다 2~3살이 더 많게 나온 것.
AMH 수치는 가임력과 연관이 있는데, 의사들은 이 수치보다 사실 실제 나이가 더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다만, AMH 수치가 낮으면 난자의 수와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한의사 선생님은 한약과 침, 뜸 치료를 병행하며 3개월간 자연임신 시도를 해보자고 권유했다.
이대로 난임 병원에 갔다가는 결국 시험관행일 거라고. 시험관 시술이 썩 내키지 않았던 나는 한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한약과 쑥뜸을 받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침 치료도 이어갔다.
“지금 하는 방법이 맞는 걸까?”
어느 날 아침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의사 선생님 말만 듣고 자연임신을 시도하는 게 맞을까 하는. 더 적극적인 난임 시술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난임 전문 한의원에 약 지으러 갔다가 훅 떨어진 AMH 수치를 확인하자 시험관에 마음이 오히려 더 기울었다.
이번 달에 시도해 보고, 난임 병원에 가보자.. 결국 병원을 찾아 선생님 몇 명에 1:1 온라인 상담을 받았다. 그중 가장 친절하게 답변을 달은 선생님과 첫 진료를 예약했다.
10월 초, 난임 병원 첫 진료를 받았다. 정밀 자궁 초음파 검사를 받은 후, 담당 선생님과 면담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료를 해나갈지 상의했다. 일단 첫 달은 자연임신을 시도하면서, 다음 달 시험관 시술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자고 권유했다.
그 사이 남편도 비뇨기과에서 정자 검사를 받았고, 난 생리 이틀째 ‘나팔관 조영술’을 받기로 했다. 첫 진료는 긴 대기를 제외하고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난임 병원에 들어가기 전엔 무시무시한 느낌이 들었는데, 병원에 발을 내딛는 순간 ‘엄마가 되기를 원하는 분들이 정말 많구나’ 싶었다. 끝도 없는 대기줄이 그 모습을 대변했다.
생리가 끝난 직후, 나팔관 조영술을 받았다. 조영술에 대한 얘기는 ‘케바케’로 나뉘는데, 내 경험을 토대로 얘기하자면 ‘불편’한 정도였다.
아프단 느낌보다는 불쾌한 느낌에 가까웠다. 기구를 삽입할 때, 조영술을 넣기 위해 줄을 연결할 때, 조영술이 들어갈 때 생리통처럼 아랫배 쪽으로 불쾌한 느낌이 컸다.
미리 본 블로그에서 ‘자궁경부암’ 검사할 때와 비슷하다는 글을 봤는데, 매우 도움이 됐다. 시술한 선생님이 매우 친절하셔서 떨리고 긴장했던 마음도 놓였다.
준비하고, 기구 삽입한 시간을 빼면 조영술을 넣고 엑스레이를 찍기까지는 2~3분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대기 없이 나팔관 조영술까지 일사천리로 끝났다.
40분간의 대기 끝에 담당 선생님과 만났다. 엑스레이상 자궁 모양도 괜찮고, 나팔관도 양쪽 모두 잘 뚫려 있었다.
모양의 기형이나 특이사항도 없었다. 나팔관 조영술은 나팔관을 깨끗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어 직후 3개월간 가임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번 진료에서 계획이 약간 변경됐다. 지난번 피검사 결과, 풍진 항체와 A 간염 항체가 없다는 것. 풍진 주사는 작년에 맞았는데, 무슨 일인지 항체가 없단다.
A형 간염은 원래 없었던 것 같고. 당장 풍진과 A형 간염 백신을 맞을 것을 권유했다. 그렇게 되면 이달 자연임신은 하지 못하게 된다.
다음 달 바로 시험관 시술 준비에 돌입하는 거다. 다음 달 생리 이틀째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초음파를 본 후 주치의 면담과 함께 과배란 주사를 받지 않을까 싶다. 많은 난자수는 바라지 않지만, 제발 질이 좋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