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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푸기 Nov 24. 2022

41세 난저.. 2022년 초여름 두 번째 시험관 이식

초복쯤 들려온 좋은 소식(?).. 기쁨과 불안의 중간맛

서울역 차병원 주치의 교수님의 이식 손맛(?)은 꽤 편안했다.

채취에 비하면 이식은 아프지도 않고, 금방 끝난다. 베드에 누워 선생님들의 요구사항을 잘 이행(?)하면 이식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된다.


이번 이식도 그랬다. 등급이 높은 배아 3개 중 2개를 이식했다. 주치의 교수의 권유에 따라 3개 모두 녹이고(냉동배아), 그중 상태가 좋은 2개를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배아 1개가 아깝긴 했지만, 경험 많은 교수의 말을 따르는 게 최선인 것 같았다. 다행히 3개 등급 모두 좋았고, 그래서 내심 기대가 컸다.


세상에서 제일 긴 10일을 기다려야 한다.

이식하고 일주일 뒤 임신테스트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피검사까지 기다리는 건 너무 지루하다. 이식 후 생활은 단조로웠다.

매일 운동했던 일상도 잠시 중단했고, 주로 집에서 쉬면서 영양식으로 챙겨 먹었고, 이식 후 챙겨야 할 주사도 잘 맞았다.

일명 ‘멍주사’라고 불리는 프롤루텍스를 맞았고, 지난번엔 아침, 저녁으로 공포의 주사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엔 비교적 수월하게 지나갔다.

간호사는 아니지만, 나름 주사를 놓는 방식에 노하우가 생기더라. 이번 배에는 시퍼런 멍이 없이 지나가길.


이식 8일째 오전에 일어나자마자 임신테스트기를 꺼냈다.

남편 몰래 약국에서 사뒀는데, 새벽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한 후 바로 임테기를 해봤다. 결과를 기다리는 10분이 참 더뎠다.


마침내 뜬 희미한 두 줄…


“오 잘 될 줄 알았어… 이번엔 등급이 좋다고 했잖아. 아, 또 유산되면 어쩌지.”


기쁨과 불안감이 동시에 급습했다. 남편한테 카톡으로 임테기 사진을 보냈다.

퇴근 후 서프라이즈를 해줄까 하다가 우리의 임신 소식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을 남편이 눈에 아른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맞아요? 맞쥬?”라는 짧은 답이 왔다.

아주 희미한 두 줄이어서 남편에게 보내면서 확인받고 싶었는데, 그의 눈에도 확실한 선이 보였나 보다. 안도했다.

그 순간 우리 둘 모두 꽤나 기쁘고 흥분되고 불안했을 텐데 차분하려고 애썼다. 이미 두 번의 유산을 겪은 부부는 세 번째 임신 소식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노릇.

다행히 오후가 되니 임테기 색을 더 진해졌고, 임신은 확정(?)된 듯했다. 이제 피검사 날까지 임테기 색이 진해지는지 매일 체크해야지.


“피검 수치가 400이 넘었네요. 임신 축하드립니다.”


오전 일찍 병원에 들러 피검을 하고, 친구들과 브런치 약속에 도착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틀 뒤 두 번째 피검하러 오라고 했다. 수치는 더블링이 되어 1000을 훌쩍 넘겼다.


“축하드려요. 임신이네요. 배아 등급이 워낙 좋았어요.”


주치의 교수님의 담담한 표정과 말투에서 임신이 될 줄 알았다는 식의 뉘앙스가 느껴졌다. 41세 난저…쉽지 않은 조건이었는데 어쨌든 임신이 됐다.


이제 착상이 잘 되었는지 아기집을 확인하고, 심장 소리를 듣는 등 난관을 넘어야 한다.

역시 난자는 양보다 질인가. 뭐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감사! 무한 감사! 이건 내가 이뤄낸 결과라기보다는 하늘에서 점지해 줬다는 거창한 감사함(?)이 밀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에 갈 때마다 난포가 자라는 속도가 더디거나, 몇 개 자라지 않았다는 이야기만 들었으니 병원에 가기 전과 후의 온도차는 매우 컸다.

병원에 가기 전 운동도 열심히 했고, 먹는 것, 수면도 잘 챙겼으니 괜찮겠지 싶다가도 주치의를 만나는 순간 이번에 시험관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임신이 가능할까?라는 불안과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임신엔 나이가 깡패라는 말이 틀리지 않을 것 같아 임신에 대한 자신감마저 사라지는 순간도 있었다.


어찌 됐든 건강한 자궁과 난저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한 난소 덕분에 좋은 배아를 얻었고, 임신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모두 주치의 덕분이라 생각했다.

비록 나와 성향(?)이 썩 맞지 않은 부분도 있어서 진료를 받으면서 상처도 받았지만 주치의가 시키는 대로 혹은 주치의가 하지 말라는 것을 안 했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두 번째 피검을 무사히 통과한 후에도 배주사(프롤루텍스)와 약(호르몬제)은 당분간 이어가야 한다. 이 약들이 아기를 잘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떨리는 상태로 아기집을 확인한 날 작은 난황도 같이 봤다. 주치의는 배아 2개를 이식했기 때문에 쌍둥이 가능성도 있으니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계란 노른자 같은 난황이 아기로 자랄 테니, 부디 다음엔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같이 들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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