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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푸기 Dec 09. 2022

푸근한 인상의 교수님…16주 안정기까지 너무 더뎌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노산이니 기형아 검사는 ‘니프티’로

2주 만에 만난 아기는 훌쩍 자라 있었다. 이 시기부터 배를 통해 초음파를 보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어서 한결 편했다.

선생님이 초음파 기기로 아랫배를 여기저기 누르더니 아기가 ‘뿅’하고 나타났다. 11주 차에 접어든 ‘초복이(태명)’는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뛰고 있었다. 너무 귀여웠다.

1차 기형아 검사의 지표 중 하나인 목 투명대 검사도 1.1mm로 무사히 통과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1차, 2차 기형아 검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초음파 상으로 아기는 이상이 없네요. 기형아 선별검사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고 싶나요?”


첫 진료에서 교수님이 내게 물었다. 난 40대 노산에 초산이고, 시험관 시술로 임신했다는 점 등을 꼽으며 아무래도 ‘니프티’ 검사를 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니프티 검사는 기형아 선별률이 다른 검사보다 높은 편이고, 가장 정확하다는 양수 검사와 비슷한 수준에서 선별할 수 있다.

교수님 역시 비용적인 측면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나이 상으로 니프티 검사를 추천한다고 권유했다. 옆방으로 옮겨 니프티 검사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채혈을 하러 본관으로 내려갔다.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진행하는 니프티 검사는 피검사로 진행되며, 미국으로 의뢰가 간다고 하면서 결과를 알기까지 4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4주 예정된 정기검진에서 검사 결과를 들으면 되고, 만약 아기에게 이상이 있을 경우 따로 통보될 거라고 안내했다.

산부인과에 다녀보니, 어떤 검사를 하든 간에 보통 정상이면 ‘문자 통보’, 이상이 있으면 ‘전화’로 알려준다. 부디 서울대병원에서 울리는 전화가 없기를…


기형아 검사를 위해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피검사를 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아프게 찔렀기 때문.

그동안 시험관 시술로 수십 차례 주사 바늘을 팔에 찔렀지만, 따끔할 정도로 아팠는데 여기는 굵은 바늘을 사정없이 꽂아버리는데, 으아 너무 아파서 팔을 움찔할 뻔했다.

피도 4통이나 뽑았다. 결과만 잘 나온다면 피검사 따위야 얼마든지 할 수 있겠냐마는 앞으로도 병원에 올 때마다 피검사를 할 텐데, 벌써부터 겁이 나서야 한숨이 쉬어졌다.


세상에서 제일 더딘 4주를 보냈다. 다행히 서울대병원에서 울리는 전화는 없었다. 니프티 검사 결과가 괜찮다는 뜻인 것 같아 안도가 됐다. 푸근한 인상의 교수님을 만나는 날이다.

한 달간 목 빠지게 아기를 보는 날만 기다렸기 때문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병원을 찾았다. 임신을 하면 알게 되는데, 안정기에 접어들수록 아기를 만나러 가는 텀이 길어지는데(보통 4주) 그때는 정말 시간이 더디게 간다. 태동도 없고, 배도 눈에 띄게 나오는 시기도 아니어서 아기가 잘 있는지 여부도 확인하기 어려워서 불안과 걱정이 가득 찬 시간을 보내곤 한다. 나도 그랬다.


“어라? 오늘 초음파를 안보나?”


서울대병원은 산부인과에 도착한 후 진료카드를 찍으면 그날 진료 과정이 프린트되어 나온다.

그런데, 초음파실 내역이 없다. 한 달 동안 이날만 기다렸는데, 초음파를 안 보다니… 뭐지? 싶었다.

서둘러 인터넷에 ‘서울대병원 16주 진료’를 검색해 보니 산모나 아기에게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면 16주와 20주 초음파는 안 본다고 한다.

대신 22주 정밀초음파를 길게 본다고. 그렇다면 거의 10주 동안 아기를 보지 못하는 거다.


“잘 지냈어요? 배가 아프거나 특이사항은 없었나요? 니프티 검사 결과는 전부 저위험군으로 나왔네요. 오늘은 신경관 결손 확인차 피검사할게요.”
“그런데 교수님, 오늘은 초음파를 안 보나요? 가능하다면 오늘 초음파로 아기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데요.”


난감한 표정을 지으신 교수님은 잠깐 망설이시더니 초음파 예약 의뢰서를 넣어주셨다.

물론 아기는 뱃속에서 잘 있겠지만, 한 달 동안 얼마나 자랐는지, 움직임이 활발한지 등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사이 초음파실 대기자는 엄청나게 늘어났고 1시간이 지나서야 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초음파에서 ‘뿅’하고 나타난 ‘초복이(태명)’를 보자 너무 반가웠다.


역시나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길을 재보니 부쩍 자란 모습이었다.

안심이 되면서 나와 아기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다만, 서울대병원 초음파실의 화질은 참 별로인데 그래서인지 몇 장 받지 못하는 초음파 사진도 참 ‘지못미’다.

그래도 최근에 구매한 초음파 앨범에 예쁘게 꾸며서 붙여줘야지.


임신 중에 내가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은 ‘갑상선 호르몬 약’과 ‘아스피린’이다.

시험관 시술할 때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임신 수치보다 높다고 해서 1년 전부터 저용량으로 복용하고 있는데, 임신기간 내내 약으로 호르몬을 조절하고 있다.

산부인과와 별도로 한 달에 한 번 서울대병원 내과(갑상선센터) 교수님의 진료도 봐야 한다. 지난번에 갔을 때 피검 수치 결과, 기존 용량을 유지하면 된다고 했고 4주에 한 번씩 피검사로 체크하기로 했다.


아스피린 역시 고위험 산모에게 자주 쓰이는 약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35세 이상 산모를 고위험군 산모로 칭하는데, 나는 만 40세로 임신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질병(고혈압, 임신중독, 당뇨 등)에 걸릴 위험도가 높은 편이어서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

산부인과 주치의 교수님도 진료 때마다 갑상선 약과 아스피린 복용 여부를 꼭 확인하시고, 혈압 체크도 유의하시는 편이다.

여기에 체중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임신 중 너무 과도하게 살이 찌면 향후 임신성 당뇨나 임신 중독증에 걸릴 위험이 있어 식단 조절과 함께 운동도 반드시 꼭 해야 한다.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운동도 시작했다. 13주부터 산책과 임신부 요가는 틈틈이 했고, 최근엔 아쿠아 핏(아쿠아로빅과 비슷한)도 등록했다.

임신 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되진 않았다.

산책은 집 근처 북한산 둘레길 쉬운 코스로 왕복 2번이면 걸음수 5500보가량 된다. 얕은 언덕도 있고, 나무도 우거져 풍경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쿠아 핏 역시 만족도가 매우 높은 운동이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이 너무 좋고, 하고 나면 개운하다. 다만, 상체 운동은 열심히 따라 하고, 하체는 살살하고 있다.


임신부 운동 기록


1. 주 3~4회 점심식사 후 50분~1시간, 저녁식사 후 20분 산책(약간 빠른 걸음으로)

2. 주 2~3회 오전 임신부 요가(15분~30분 소요, 컨디션에 따라 하체 혹은 전신, 타바타 등)

3. 주 2회 아쿠아 핏 50분

4. 주말 산책은 좀 길게(컨디션에 따라 최대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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