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두어 차례 치르는 연중행사에 싫든 좋든 인사치레해야 하고 가족의 일원으로 담당해야만 할 의무도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전날 모인 가족. 멀리 부산에서 올라온 둘째네. 그들을 서울역까지 마중 가서 픽업해 온 막내네. 그리고 셋째네. 대가족이 모였다. 두 동서가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다 보니 많이 힘들겠다고 예상되는데도 힘든 내색은 없다.
올 추석엔 슈퍼문(supermoon)이 뜬다는 소리에 시댁 근처 공원에 두 동서 & 조카들과 함께 밤마실을 나섰다. 도시와는 다르게 코끝으로 느껴지는 싱그러운 가을 향기가 건강하게 다가온다.
"슈퍼문이닷! 자! 모두 소원 빌어보자 “
막내동서의 지시에 일동 하늘을 향하고 잠시 묵념:)
인기척 없는 길로 접어들자 어린 조카 하준이 무섭다고 돌아가자고 하는데 별자리 이야기로 화제를 집중시키는 재기발랄한 막내동서.
엉뚱 조카 예준의 괴담 시리즈는 적막한 주위를 호호 깔깔. 화기애애 분위기로 전환시키는 가운데 저-만치 집으로 들어가는 길 앞 신호등을 발견한 어린 하준의 외마디.
" 다. 왔. 다! “
얼마 전 초경을 시작했다는 셋째네 첫째 하윤은 우월한 기럭지 때문일까? 초등 5학년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외모에 의젓하니 맏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느새 소녀에서 숙녀님으로 세월 참 빠르다. 영민함 만큼이나 예민하고 까칠한 둘째 하준은 집안의 아이돌. 식습관 문제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하다. 편식하지 말고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둘째네 순둥이 서준은 스포츠 마니아답게 단단한 몸과 살인 미소로 분위기 업↑시키는재주가 있다. 분명 둘째 동서 DNA :)
막내네 중2 예준은 사춘기 돌입으로 막내 동서를 긴장시킨다고 하지만 자라면서 성격이 훨-씬 유해지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기 좋다.
” 그릇이 어딨지? “
” 형님, 요-기요. “
시댁 팬트리 안에 뭐가 있는지 세부사항까지 훤히 꿰뚫고 있는 막내동서는 눈치 빠르고 엽렵해서 일 할 때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학 새내기 모습부터 봤으니 지금 보면 아기가 아기를 키운 것 같아 대견하다.
재치 만점 유쾌한 둘째 동서는 벌여 놓은 사업 뒷수습하기도 바쁠 텐데 초 긍정 여유를 보이며 온 집안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마음 씀 씀도 너그럽고 이쁨 받는 행동을 해서 하는 일도 잘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각자 생활권 침해나 간섭은 사절. 개인주의 성향이 다분한 그들의 정서상정으로 얽히고설킨 관계를 요구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고 화합에 어려움이 있다. 담백할 만큼 딱 그만큼의 거리 유지는 필요하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나 환경은 달라도 별다른 내색 없이 만나면 그저 반가운 동서들. 때마다 구차한 변명이나 이유를 대지 않고 모이고,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즐겁게 지내다 헤어지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올 추석도 많이 웃고 화목한 분위기다.
슈퍼문을 향해 소원도 빌고 오랜만에 밤하늘의 별을 보며 도란도란. 행복한 추석 전야제♡
'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기분 좋은 추억의 책장을 고이 접어 보는 오늘이다.
Sep 27. 2015
Sep 2.2021
☎ ~~♬♪ 부산 사는 둘째 동서
“ 형님, 백신 맞으셨어요? 바빠서 용건만 말씀드릴게요. 16xx- XXXX. 백신 접종일을일주일 정도 앞당길 수 있다고 하네요. 안 하셨으면 신청하시라고요. ”
“ 2차? 우린 다음 주 예약되어 있어.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걸. 알려줘서 고마워. 이석증 증세는 나아졌니? ”
“ 네~ 이젠 다 나았어요.”
“ 가물에 콩 나듯 연락하는데, 어찌 두 동서님께서 똑같이 아프고 그러 남? ”
“ 글쎄 말이에요. 나이 드니 여기저기 신호가 오네요 ~ㅋㅋㅋ ”
“ 좀 더 있어 보셔요~오! 지금부터 몸 살피고 증상 의심되면 바로 확인하고.”
“ 넵! 그나저나 형님, 이번에도 모이는 거 힘들지 않을까요? ”
“ 그럴 것 같지? 아무래도 분위기가 그래. 중간에연락하기로 하자.여하튼,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연락 줘서 고마워. ”
코로나 19 여파로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고유의 명절 대이동도 연중행사로 모이던 가족 모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이들 재잘거림도, 동서들 웃음소리도 사람 사는 우리네 풍경이 아스라이 멀어져 간다. 요즘 추세가 동서지간에도'안물 안궁'(안 물어본 것+ 안 궁금함). 특히 윗사람의 처신이 어려울 때가 많다. 다행히 센스 있는 두 동서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몫을 잘해 주니 감사하다.
가까운 듯 먼 인연이지만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려면 서로 적절한 조율은 필요하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사이. 가끔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지내는 사이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