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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제제파파
Nov 15. 2024
11월
2.
"바다 보고 싶다."
31, 32, 33...
반갑지 않은
나이를 하나씩 먹어가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점점 늘어갔고, 어느샌가 '나'라는 사람은 요즘 표현으로 '티발씨'가 되어버렸다.
'삶
은 현실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다 문득, 이상을 좇는 나는 어떤 사람의 모습일지 궁금증이 생겼다.
계획, 현실, 틀, 사고 등을 꺼버
린
나.
그래서 바다에 왔다.
단순히 바다를 보고 싶단 생각을 가지고,
한참을 달려 그곳에
도착한 나의 이상은
빠져버린 썰물 마냥
생각보다 별 거 없었다. 그럴 만도 한 게 기껏 생각한 현실의 도피가 '바다를 보는 것'이니.
하루의
이상을 좇아 온 결과물이
바다의 형태만 남은 갯벌뿐이라 실소가 터져 나왔다.
실망까진 아닌 약간의 허탈함을 가진 채 다시 한번 이상을 좇아 몸을 움직였다.
푹푹 빠지는 모래를 한참 뛰어보고, 저 멀리 바다 아닌 바다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을 보고, 요란하게 빛나는 불꽃놀이를 보니,
그래도
허탈했던 썰물과는 다르게,
어느새 나도 그들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안 하던 짓을 하게 되어서였을까,
또다시
평소였으면 하지 않을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호객 행위 하는 사장님을 따라 음식점에 들어가기, 비싼 음식 즉흥적으로 시켜 먹기, 운전을 맡기고 술 마시기 등.
어느샌가 늘 생각하고 조종했던 나를 내려놓고, 마음이, 몸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어색했고, 어려웠고, 인격의 괴리감을 느꼈지만,
그런데 그게 참 즐거웠다.
그 즐거움
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다른 이의 관심을 꺼버리기로 했다.
가십, 뉴스, 구설수를 의식해 내가 나다울 수 있는 모습을 놓쳐버리고 싶지 않았다.
원래
눈치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유난스럽고 싶었다.
현실을 떠나니,
당장 나에게 복잡한 생각들은 그저 눈앞에 놓여 있는 숫자들과 웃고 있는 표정, 그리고 꽃으로 그려진 빨간 카드뿐이었다.
다시 '티발씨'가 되었을 땐 홀가분한 마음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바다를 보고 싶어 무작정 바다를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단 것만으로도, 꽤나 용감한 행동이 아닌가 하며 스스로 칭찬을 해주고 싶다.
'
현실과 이상의 상호비판을 통해 문제점을 메꾸는 것이 양 태도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형식'이라고 한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욕심이 갑자기 생겼던 걸까?
그래서 나를 비판하고자 문제 아닌 문제점을 제시하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난
오늘 썰물과, 가십과 맞바꾼 한 단계 성장한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본다.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게 아니라, 삶을 살찌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앞으로는 이런
말들을 더 많이 해
야
겠다.
"바다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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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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