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기업 백서] 세 번의 실패가 빚은 AI의 본질

‘사람’과 ‘관계’를 읽어 혁신을 주도하다

by THE PHENOM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업무, 주말에도 멈추지 않는 고객의 문의. 디지털 시대는 우리에게 연결성을 선물했지만, 때로는 그 연결이 거대한 피로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기업과 고객 사이의 소통은 언제나 효율성과 따뜻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챗봇이 그 대안으로 등장했지만, 정해진 답변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기계적인 대화는 오히려 고객의 불만만 키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이 간극 앞에서 서성이는가.


여기, 그 질문에 진심으로 응답하며 숫자 이면의 ‘사람’과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 이들이 있다. 단순한 기술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고객의 만족을 동시에 이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채널코퍼레이션의 이야기다. 이들은 인공지능 에이전트 ‘알프(ALF)’를 통해 상담 해결률 80%를 넘어서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며, 이제는 단순히 ‘채팅 툴’을 넘어 기업의 ‘AI 비즈니스 운영체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눈부신 성과 뒤에는 세 번의 처절한 실패와 그 속에서 피어난 단 하나의 깨달음이 있었다.





2017년 채널톡이 세상에 나오기 전, 최시원, 김재홍 공동대표는 ‘테헤란로 바퀴벌레’라 불렸다. 징그럽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집요한 생명력에 대한 경외의 표현이었다. 2010년 소셜 미디어 광고 플랫폼 ‘아드바이미’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기반 SNS ‘쿠키’,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분석 서비스 ‘워크인사이트’까지, 이들의 도전은 번번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특히 워크인사이트는 기술적으로 훌륭했지만, 고객과 직접 소통할 창구가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수억 원의 부채를 짊어진 채 벼랑 끝에 섰을 때,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만들자.”


사업을 망해본 뒤에야 ‘고객이 답이다’라는 절대 명제를 뼈저리게 체득한 것이다. 이 뼈아픈 반성은 훗날 채널톡의 근간이 되었고, 현재까지도 채널코퍼레이션의 모든 제품 설계와 경영 판단의 최우선 순위는 오직 ‘고객 경험’에 맞춰져 있다. 실패가 그들을 강하게 만들었고, 그 실패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선물했다.





시장에 채널톡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미 젠데스크나 인터콤 같은 글로벌 SaaS 공룡들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채널코퍼레이션은 그들과의 정면승부를 택하는 대신, 틈새시장에 집중했다.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기업을 위한 복잡한 시스템 대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별도의 학습 없이도 즉시 도입하여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단순함’과 ‘강력한 CRM’의 결합을 선택했다. 채팅 상담, CRM, 마케팅 자동화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한 것이다. 고객이 질문하는 순간, 상담원은 그 고객이 과거에 무엇을 샀고 지금 어떤 페이지를 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외산 솔루션들이 여러 서비스를 유료로 연동해야만 가능했던 기능들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가성비와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가치를 극대화했다. 그렇게 채널톡은 전 세계 22개국, 18만 개 이상 기업이 사용하는 글로벌 솔루션으로 우뚝 섰다.





채널코퍼레이션의 기술적 정점은 2024년 말 공개되어 2025년을 관통하며 시장을 뒤흔든 AI 에이전트 ‘알프 v2’에서 빛을 발한다. 기존의 AI가 “FAQ 링크를 드릴까요?”라며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수준이었다면, 알프 v2는 ‘태스크(Task)’ 기능을 통해 직접 행동한다. 고객이 배송지 변경을 요청하면, AI가 내부 주문 관리 시스템에 접속하여 주소를 변경하고 확정 메시지까지 발송한다. 사람이 하던 클릭과 판단을 AI가 대신 수행하는, 이른바 ‘에이전틱 AI’의 실현이었다.


이러한 기술력은 상담량이 폭주하는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알프 v2를 도입한 기업들의 상담 만족도는 평균 25% 이상 향상되었고, 상담원들의 단순 문의 처리 시간은 90% 이상 줄어들었다. 이는 최시원 대표의 오랜 철학이 기술로 증명된 셈이다.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중요한 상담, 즉 고도의 판단과 진정성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게 해준다는 철학 말이다. 알프는 단순한 효율화를 넘어, 인간이 인간다운 소통에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채널코퍼레이션의 글로벌 확장은 한국 스타트업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8년 일본 시장 진출 당시, 보수적인 일본 기업 문화와 까다로운 요구 조건은 거대한 장벽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현지 지사를 설립하고, 일본 고객사들의 목소리를 제품에 즉각 반영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그 결과 현재 매출의 25% 이상이 일본에서 발생하며, 1만 6천 개가 넘는 일본 로컬 기업들이 채널톡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은 2023년 뉴욕 지사 설립과 함께 세계 최대 SaaS 시장인 북미로 향하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채널톡은 북미에서 ‘AI-Native’ 솔루션이라는 정체성을 앞세워 인터콤과 젠데스크의 텃밭을 공략 중이다. 현재 미국 내 중소 브랜드들 사이에서 ‘가장 스마트한 CX 솔루션’이라는 평판을 얻으며 빠르게 유료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다. 매년 3배 이상 성장을 기록하며 B2B SaaS 업계의 유니콘으로 부상한 채널코퍼레이션의 여정은 이제 막 제2막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업계는 채널코퍼레이션의 성공 원동력을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고객에 대한 집착’이라고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설명한다.

“채널톡이 단기간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화려한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세 번의 사업 실패를 통해 ‘고객이 답이다’라는 명제를 뼈저리게 체득한 창업진의 경영 철학이 제품의 모든 디테일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덧붙인다.

“젠데스크나 인터콤이 기능 확장성에 집중할 때, 채널톡은 SMB 사장님들이 고객 한 명과 더 긴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에 집중했다. 현재 알프 v2가 보여주는 놀라운 해결률은 결국 수억 건의 상담 데이터 속에 담긴 고객의 본질적인 니즈를 가장 잘 이해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기술로 사람을 돕는다는 이들의 방향성은 앞으로도 강력한 진입장벽이 될 것이다.”


채널코퍼레이션의 이야기는 기술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를 넘어, 인간의 좌절과 회복,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한 편의 서사다. 숫자가 보여주는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기술로 연결하려 했던 이들의 집념은 우리에게 묻는다. 진정한 혁신이란 무엇이며, 기술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아마도 그 답은 언제나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이해와 연결 속에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실패를 통해 이를 배웠고, 이제 그 깨달음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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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직접 작성한 연재 특집 [도전기업 백서] 기사 원문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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