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넘어야 할 문턱
애플이 새 아이패드를 발표했다. 종전 모델과 같은 9.7인치 화면에 똑같은 해상도와 무게도 비슷하지만, 칩셋을 바꿔 성능을 올리고, 아이패드 프로의 전유물이나 다름 없던 애플 펜슬도 쓸 수 있단다. 가격은 종전과 같은데, 성능과 기능을 보완한 업그레이드 모델인 셈이다. 물론 새로운 아이패드는 누구나 살 수 있고, 필요하면 구입할 수 있으며 이미 애플 스토어에서 주문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새로운 아이패드를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아마도 애플이 특별한 형식을 갖춰 아이패드를 발표한 까닭에 그 메시지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뉴 아이패드를 발표한 곳이 애플 파크 같은 일반적으로 애플을 떠올릴 만한 장소가 아니라 시카고의 레인 테크 대학 준비 고등학교(Lane Technical College Prep High School)였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곳에서 뉴 아이패드를 교육용으로 쓰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물론 애플은 학교라는 장소만 상징적으로 택한 게 아니다. 말할 게 거의 없는 하드웨어를 대신해 교실에서 쓸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에 나머지 시간을 썼다. 학교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아이패드를 컴퓨터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하는가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췄고, 애플의 여러 매니저가 차례로 나와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하고, 몇몇 선생님들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 발표 이후 많은 이들은 아이패드 앞에 한 단어를 더 붙여 부른다. '교육용 아이패드'. 사실 학교용 플랫폼을 얹느냐에 따라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있을 뿐인 아이패드지만, 벌써 이를 교육용 제품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교육 시장으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밝힌 것만으로도 벌써 충분한 효과를 얻어낸 듯하다. 더구나 교사와 학생에서 일반 아이패드의 가격의 10%를 할인하는 것은 애플을 포함한 거의 모든 PC기업들의 가격 정책인데, 329달러에 출시되는 아이패드를 299달러에 공급하는 것은 통상적인 판매 정책과 별다르지 않음에도 여기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애플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제품과 서비스보다 학교 현장의 경쟁자들이다. 그곳에는 구글이 버티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을 조금 앞서 달리고 있는 것을 컨설팅 업체의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학교에 보급되는 수업용 PC 보급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2014년 이전까지 애플보다 조금 앞섰거나 뒤쳐져 있었는데, 그 이후로도 학교 현장에 관심을 두지 않은 애플의 실책으로 스스로 성적을 까먹었다는 점이다. 특히 2012년만 하더라도 압도적이었던 애플은 지난 해 점유율 60%의 구글과 거의 비슷한 20%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먼저 눌러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애플이 마냥 손놓고 이 상황을 지켜볼 수는 없는 때가 됐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해 전세계 초중고등학교의 모바일 PC 시장은 2천630만대를 공급했던 2016년 대비 연평균 11%나 증가한 2천920만대를 기록한 데다, 올해 20% 넘는 187만 대 늘어 3천107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여 향후 높은 성장세가 예측되고 있어서다.
이처럼 보급률이 높아지는 학교를 놓친 애플이 이 시장을 되찾기 위해 들고 온 것은 하드웨어보다 교육 시장에서 요구하는 솔루션이다. 많은 이들은 이 발표 이후 아이패드를 활용한 창의적 교육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학교는 수업 준비와 진행에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인력과 IT 자원의 비용 및 시간에 대한 낭비를 없애야 하기 때문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애플도 이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학생들이 쓰게 될 수많은 장치를 관리하는 인적 비용을 줄이면서, 장치를 켜고 수업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정해진 수업 시간이 다른 작업에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그 예가 학생들의 장치를 관리하고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솔루션을 준비한 부분이다. 교사가 PC에서 학생들의 장치와 학업 상태를 켜는 즉시 관리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내준 아이패드를 쉽게 쓸 수 있도록 다중 아이디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수업에 필요한 학습 내용을 만들고 쉽게 공유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스쿨워크와 클래스룸 및 성취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제작된 교육용 응용 프로그램, 애플 펜슬을 지원하도록 페이지스와 넘버스 및 키노트를 종합한 아이워크를 업데이트하는 등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기초적인 준비를 마친 셈이다. 여기에 학생의 프라이버시를 노출하거나 침해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학교 수업에 필요한 아이패드와 솔루션까지 갖췄으므로 이제 교육 시장에 대한 준비가 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따져봐야 할 점은 지금부터다. 좋은 제품과 쉬운 솔루션을 갖고 있는 애플이지만, 일단 그것이 애플만의 강점은 아니라서다. 앞서 종이 없는 PC 기반 학습을 위해 IT 자원을 도입하는 학교의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면서 시장을 넓힌 것은 구글이었고, 그 부분에서 구글은 이미 클라우드에 기반한 관리와 보안성을 갖춘 구글 클래스와 교육용 G 스위트 등 강력한 솔루션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와 유사한 모델을 지난 해 윈도 10S와 인튠, 교육용 오피스로 선보였던 터라 애플 솔루션의 경쟁력을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쉬운 이용자 환경 측면에서 애플이 좀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는 있을 듯하다.
학교 현장의 기본적인 요구 조건은 거의 충족한 듯 보이지만, 완전히 충족한 것은 아니다. 학교의 예산이라는 가장 높은 문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민감한 부분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의 개인 구매보다 적게는 수백대, 많게는 수만대를 한꺼번에 구매해야 하는 학교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모든 학생에게 차별받지 않고 공평하게 이런 장치를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학교의 의무가 우선이기 때문에 이에 충실해야 하는 학교와 태블릿 교육의 질을 말하는 애플 사이에 간격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학교는 적은 예산으로 도입한 PC나 태블릿을 되도록 교체 없이 오래 유지하기를 원한다. 애플 펜슬을 쓰는 것도 좋고 키보드를 붙일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을 학교에게 있어 예산의 부담을 높인다. 고장도 적어야 할 뿐 아니라 파손에 따른 수리 비용도 최소화해야 한다. 아이패드만 놓고 비교해도 고장 없이 오랫 동안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높은 비용 효율성을 지닌 크롬북 장치나 윈도 10 장치의 경쟁력부터 따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도 이 문턱을 넘어 아이패드를 수업 교재로 선택하는 학교가 있을 것이다. 예산이 넉넉하든 다른 학습을 위한 결단이든 반길 일이다. 이는 애플을 반기는 것이 아니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학교 현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이 좀더 학생을 위해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도록 만드는 이유라서다. 그 혜택을 학생들이 누릴 것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의 교육은 이렇게 진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