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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Mar 16. 2023

피나의 첫 번째 공방 두 번째 이야기

뜨개 공방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께

이 글을 뜨개 공방 창업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끔 뜨개 공방 창업이라는 검색어로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도 꽤 있기에 내 경험담을 담아 보려 한다.  

저의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니에요.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반말로 작성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매너 타임 
수강료를 받지 않는 재능 기부 때의 일이다. 원래 수업을 하기로 했지만 독감에 걸려 몸이 많이 아파서 수업을 못 하게 되었다. 아파서 수업을 못하겠다 연락을 드리고 쉬고 있었는데 끊임없이 카톡이 온다. 아픈 와중에도 얼마나 뜨고 싶으면 질문을 할까 싶어 답장을 했는데 이렇게 설명하면 자기가 어떻게 알아듣냐며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라고 한다. 아이쿠!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일단 한 번은 찍어서 보냈다. 이런.. 점점 더 요구하고 전화가 계속 온다. 잠깐만 갈 테니 확인만 해주면 안 되냐고.... 밤 10시가 되어서도 전화와 카톡이 온다. 안 되겠다 싶어 폰을 꺼두었다. 다시 켰더니 전화 좀 받으라고 짜증을 내는 카톡이 와있다. 이런 사람이 여러 명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  공방을 오픈하고도  11시 새벽 1시 2시 시도 때도 없이 문의 및 뜨개 하다 막힌다고 연락이 온다. 너무 늦은 시간에는 폰을 꺼두었다. 내 삶이 너무 없어져서 힘들었고 전화 공포증이 더 심해졌다. 그 뒤로는 매너 타임 지켜 달라고 여기저기 글도 쓰고 말씀도 드렸다.

일도 중요하지만 생활과의 조화를 위해 상담 시간을 정해 두어야 하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든 질문을 할 수 있게 열어 드리되 만나서 설명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무례함에는 절대 친절하게 웃어주지 말 것! 이런 기준 들을 꼭 잘 잡고 시작하시길 바란다. 나의 매너 타임은 오전 8시~ 밤 9시까지이다!!

만만하게 보이지 말 것
첫 번째 공방에서의 나는 경험이 부족했고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다.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수가 잦았다. 수강생이 많이 왔으면 좋겠지만 많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전히 지금도 수업을 하다 보면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거나 설명해야 하는데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회원님이 푸르시오를 해야 하면 죄송한 마음이 매우 크다. 뜨개를 하며 풀고 다시 떠야 하는 경우 시간이 아깝고 노력이 아까워 속상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진심으로 죄송하다 표현하고 풀고 다시 꼼꼼히 봐드리려고 노력한다. 대부분의 회원님들은 괜찮다며 다시 하면 된다고 미소 지어 주시지만 속상한 마음을 알기에 그런 순간은 아직도 매번 죄송하고 마음이 불편하다. 공방 초기에는 당연히 더욱 실수가 많았고 수강생이 많았기에 더 놓치는 부분이 많았고 지금보다 사과하는 빈도수가 많았다. 어떤 분은 선생님이 틀렸으니 다시 다 떠놓으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죄송한 건 죄송한 것이고 더 당당하게 똑 부러지게 했었어야 했는데 미안한 마음에 나를 낮추게 되다 보니 수강생들도 점점 나를 실수가 잦은 사람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만 보기 시작하면서 속상한 일이 많이 생겼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오른 수강생들 중에는 나의 실수를 꼬투리 잡아 본인들이 더 잘한다며 어필하기도 했다. 나의 부족함을 지적하기도 했고 내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분위기를 맞추고 웃자고 나를 낮추기도 했는데 내가 나를 낮추니 사람들이 점점 만만하게 보고 선을 넘기 시작했다. 기존의 회원들이 나에게 함부로 하니 새로 온 회원님도 내가 실수를 하면 선생님 나한테 왜 그래요 하며 짜증 내기 일쑤였고 점점 나는 냉소적으로 변해갔다. 공방을 오픈했고 선생님이라면!! 자신 있고 당당하게!!! 선생님도 사람이기에 실수는 할 수 있다!!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음에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욱 신경 쓰면 된다.! 그리고 정확하고 탄탄한 지식은 필수이다.

호의가 호구가 되지 않도록
주는 것을 좋아하고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당연히 오래된 회원님들에게는 낱볼로 남은 실이라던지 실이 조금 모자라는 경우에는 실을 더 구매할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여유의 실이 있다면 나눠드리는 편이고, 나에게는 지금 크게 필요 없지만 회원님들에게 필요한 좋은 실들이 있다면 할인도 종종 한다. 그 마음을 감사히 잘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있지만 내가 너한테 와서 이렇게 수강료 내고 네가 내 덕분에 돈을 버니 당연히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며 받아들이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더 요구하기도 하고 깎아 달라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나도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인데... 선생님은 아이도 없고 수강료 받으며 돈을 벌고 있으니 돈 나갈 일 별로 없지 않냐며 할인을 요구하기도 한다. 호의는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한테만 베풀어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좋은 사람도 너무너무 많이 만나고 너무 좋은 추억도 많지만 힘들게 하는 한두 명이 나의 좋은 추억을 다 가려 버릴 정도로 상처를 준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고 장사를 하는 일이기에 공방 창업 전에는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고 중심이 잘 잡혀 있어야 하고 나만의 기준이 확고해야 한다.


실 거래 업체에 관해

나 같은 경우는 엄마가 뜨개방을 오래 하셨고 대구와 포항이 가깝기에 도매 거래는 엄마가 거래하는 업체를 통해서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공방을 오픈하고 SNS에 열심히 홍보고 나를 알리다 보니 다른 도매업체 영업하시는 직원 또는 사장님들이 찾아와 주셨다. 거래 업체가 많으면 다양한 실을 쓸 수는 있지만 그만큼 재고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주력으로 쓰는 실을 취급하는 업체와 거래를 맺기를 추천한다. 예전에는 초도 금액(첫 거래 판매 시 최소 금액)이 있어 처음 오픈 시 일정 금액만큼의 실을 입고해야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러지 않고도 거래를 시작할 수 있는 업체들도 있고 문의를 하면 언제나 친절하게 응해주신다. 인터넷에 도매 업체 사이트들과 도매 거래도 가능한데 대부분 초도 금액이 있다. 참고로 나는 하나상사(리네아)와 도원모사 2군데 업체랑만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더 다양한 실을 못 써보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두 군데 거래 업체의 실도 충분히 다양하고 좋으며 수업하는 데는 충분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주문량이 많지 않음에도 절대 부담을 주지 않으시고 늘 친절하게 대해주신다. 업체마다 장단점은 다르니 상담하고 조율해 보고 선택면 좋을 듯하다.


자격증에 관해

어떤 수업을 하고 싶고 공방을 왜 하고 싶은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뜨개 자격증은 국가 자격증이 아니기에(예전에는 국가 자격증이 있었는데 수요가 없어 없어졌다고 한다.) 꼭 있어야 할까 참 고민이 많았지만 출강을 할 수도 있고 수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자격증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온라인 클래스를 듣고 과제를 제출해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고 오픈했다. 출강을 위해서는 필요하기에 자격증은 하나쯤 있으면 좋은 것은 맞다. 그 과정에 여러 가지 자격증 과정을 알아봤는데 정말 제대로 교육하고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과정이 많지 않다. 그런 과정들은 있다 해도 서울에 대부분 있기에 지방에서는 자격증을 취득하기가 쉽지 않고 자격증 과정은 비용도 많이 든다. 출강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자격증보다는 많은 경험과 실력 나만의 아이템이 많은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격증을 꼭 가지고 싶다면 제일 좋은 것은 보그 과정을 배우고 보그 자격증을 취득해 두는 것인 것 같다. 대바늘 인형이나 코바늘 인형을 주로 하고 싶다면 끌림의 인형 수업도 좋은 과정이다. 보그 과정도 수업하는 선생님에 따라 질이 많이 달라지고 대부분의 수업들이 소도시에서는 힘들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는 않다. 그래도 요즘은 보그 과정은 매우 많이 알려지고 보급된 거 같다. 대신 보그 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취미반을 운영하고 싶은지 한 발 나아가 창업 반 등 전문가 수업을 하고 싶은지 미리 고민해 두고 결정해 두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전문가반을 만들고 준비도 했었지만  취미반을 운영하며 즐겁게 수업을 하고 직접 디자인하는 것과 나만의 아이템을 만드는 일이 더 즐거워서 이제는 수업을 최소화하고 나를 브랜딩 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다시 설정했지만 공방 창업을 생각한다면 꼭 고려해 봐야 할 사항이다.


공방 운영 비용

월세는 5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세 이 외에도 수도세, 전기세, 정수기, 인터넷 사용료 등 유지 비용이 들어간다. 월세가 50만원이라 하면 기타 유지 비용까지 하면 일단 60만원 정도가 고정적으로 지출이 된다. 그리고 기타 가구 및 집기류에도 생각보다 초반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수업을 하게 되면 도안 출력 교재 출력도 해야 해서 프린트기도 필요하고 잉크 비용도 만만찮게 소요된다. 공방과 집과 거리가 멀면 교통비, 식비 등등 생각보다 지출 비용이 많다.

월세가 5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다른 유지 비용과 부대비용을 더하면 고정으로 나가는 돈이 80이다.
그러면 나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강생을 모집해야 하며 얼마나 많은 수업을 해야 할까? 그나마 출강에서는 시급이 좋은 편이라 출강을 나가면 어느 정도 안정감이 들지만 출강은 늘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적극적으로 나를 알리지 않으면 또 기회를 얻기 쉽지 않다.

그리고 뜨개 공방은 실과 부자재를 항상 들여놔야 한다. 도매 거래는 팩 단위로 거래된다. 1볼이 필요해도 1팩을 사야 하는 것이다. 남은 실들을 다 팔면 좋겠지만 재고가 되는 경우도 많다.


수업 시간과 휴게 시간의 적절한 배분

처음에는 오픈을 하면 투자를 했으니 돈을 벌어야겠단 생각이 강하고 의욕이 샘솟는다. 그럴 때 조심해야 한다. 몸이 망가지고 아프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 다른 공방 선생님이 오픈했을 때 내가 처음으로 했던 말이 점심시간은 꼭 따로 정해두시고 식사 잘 챙겨드시라는 것이다. 수업 시간과 휴게시간은 꼭 필요하다. 수업을 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에 에너지 소모가 정말 크다. 내 몸은 내가 아니면 절대 지킬 수 없다. 남이 뭐라 하든 중요하지 않다!! 내 공방만의 원칙이 정확히 있어야 한다.


수강료 책정 및 수업 인원

수강료가 조금 더 높아지더라도 타임별 수강생이 너무 많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강생이 많으면 수업 집중도도 떨어지고 회원님들 만족도도 떨어진다. 소수의 인원으로 수업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내 경우에는 더 효율적이다.  횟수 차감제로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전히 타 지역이나 다른 공방에 비하면 높은 수강료는 아니다. 기존에 함께 하시던 회원님들이 실력이 꽤 늘었고 재료비도 많이 드는 취미라 배려하는 차원도 있고 홈클래스로 하면서 월세나 운영비용이 절감되어 회원님들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새로 오시는 회원님들의 수강료는 조금 인상하기는 했지만... 초보자는 서로가 조금 힘든 시기가 있으므로!!

당일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서 수업은 예약해야 하고 예약금을 받는다. (노쇼 하는 사람 생각보다 많음!!), 당일 수업 취소는 1회 차감한다. 환불 규정도 확실히!! 개인 사정으로 계속 결석하고 환불해 달라는 사람이 있다.


공방은 꼭 1층이 아니라도 괜찮다

어떻게 운영하고 싶은지에 따라 조금 달라 지가도 하는데 장사를 하고 싶고 완제품도 주문받고 싶고 지나가다 찾아오는 분들도 많으면 좋겠다 싶으면 1층이 좋겠지만, 정말 뜨개를 꼭 배우고 싶어서 검색해서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주로 수업에 집중하고 싶으면  2층 이상도 괜찮다. 1층에 공방을 하게 되면 잡상인들과 지나가며 호기심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수업이 많이 방해된다. 어떻게 운영하고 싶은지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공방은 힐링 공간이라 생각하기에 나는 조용한 위치에 주차가 용이한 2층 공방이 정말 좋았었다. 첫 공방을 오픈할 때는 예쁜 것들 전시해서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렇게 많은 수강생들이 오기를 바랐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았고 힘들었다.

관련 에피소드
첫 번째 글에서도 썼지만 들어와서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다른 공방 뜨개방에서 염탐하러 오기도 하고 뜨개 모임 하시는 분들이 구경 오기도 한다. 뭐 당연히 궁금하고 오실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뜨개 편물 하나하나 자세히 확인하며 평가를 하고 팁을 얻어 가시려는 분들이 있다.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실을 내 공방에서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만 보고 다시 인터넷에서 구매하시려고 실만 보러 오시는 분들도 있었다. 이런 행동들이 왜 잘 못 되었고 무례한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 수업을 하는 경우에는 이런 분들이 들어오게 되면 수업에 방해가 되므로 수업 시에는 상담이나 구경이 어렵다고 제시해 두는 것이 좋다.


준비사항 계약 시 주의할 점

공방도 교육서비스업, 소매업이기에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판매를 하려면 종목에 전자상거래업도 넣어주면 좋다. (필리아 니트의 경우 간이과세자 업태 : 서비스업, 소매업// 종목 : 공방, 뜨개, 전자상거래업) 그리고 시청에 통신판매업 신고까지 해야 정식으로 인터넷 판매를 할 수 있다. 나는 직접 세무서에 가서 등록했지만 요즘에는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사업자등록이 가능하며, 통신판매업도 인터넷으로 신청 및 출력이 가능하다. 이런 구체적인 방법들은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 봐도 자세하게 정보들이 나와있다.

여러 상가가 같은 수도와 공공 전기를 쓰는 경우에는 비용을 어떻게 책정하는지 청소는 어떻게 하는지도 미리 확인해 두면 좋다.

관련 에피소드 1.
첫 번째 공방은  4개의 상가가 같은 수도 계량기를 썼고, 3개의 상가가 같은 화장실을 사용했다. 공방은 손을 씻거나 물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아니고는 물 사용이 거의 없었다. 옆에 다른 상가들을 물을 많이 쓰는 업종임에도 똑같이 나누기 3 해서 수도세를 내라고 해서 적잖게 당황했다. 그리고 제일 어리니 나보고 알아서 수도세 내고 청구하라는 것이다. 화장실 청소도 주로 내가 했다. 나보고 알아서 하라 해서 내가 수도세를 제일 적게 냈다. 매달 돈 수금하러 가는 게 조금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옆집 상가와는 아주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에...

관련 에피소드 2.
첫 번째 공방에서 2년 계약을 하였는데 2년이 조금 덜 되었을 무렵 새로운 공방을 계약하게 되며 한 달 치의 월세를 더 내고 공방을 정리했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를 조금 낮춰서 내고 있었는데 상가 주인이 와서 보증금 1000만원에 더 본인이 월세를 더 깎아 줬다고 하는 것이다. 아니?! 계약서에도 다 나와있고 내가 꼬박꼬박 월세를 보냈는데 무슨 황당한 소리를?! 부동산도 기억이 잘 안 나고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는 황당한 얘기를 했고 남편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렸다. 역시 남편 화가 많이 났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머리로는 알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 좋은 방안을 찾는 반면 남편은 이성적으로 빠르게 확실히 해결한 방법을 찾는다. 일단 전화가 왔고 남편이 집주인에게 화를 내며 계약서에 있는 내용인데 우리가 왜 2000만원 보증금 보낸 걸 왜 확인해 줘야 하냐 계좌나 계약서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인데 왜 딴 소리하고 사기 치냐며 화를 냈다. 어쨌든 나는 그래도 사기 치려고 그런 건 아니고 착각했던 거 같다고 얘기했지만 남편은 아직도 사기당할 뻔했다며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얘기한다. 아무튼 남편 덕분에 빨리 잘 정리하고 돈도 잘 받아냈다. 자영업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사소한 사건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기

가까이 좋은 이웃도 있었지만 텃새 아닌 텃새로 조금 힘들었다. 일단 뜨개를 하는 곳이니 수다가 항상 함께였고 내가 구한 상가는 가벽으로 3군데 분할해서 사용하는 중이라 방음이 잘되지 않았다. 하하호호 늘 웃음꽃이 가득했기에 조금 시끄러웠을 수는 있다. 어느 날 수업을 하는데 뒷문을 누가 쿵쿵쿵 치기에 문을 열었더니 옆집 사장님이다. 울 회원님들께 호통을 친다. "여기 새댁이 말 못 할 거 같아서 내가 대신 얘기하는데 다들 입으로 뜨개 하나?! 조용히 손으로 뜨개 못하나?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이웃도 좀 생각합니다. 머리가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 " 하시기에 또 머리가 쭈뼛 선다. 시끄러우면 저한테 얘기하시지 저희 회원님께 화를 내시면 어쩌냐고 했더니 너를 생각해서 그런 건데 왜 또박또박 말대꾸하냐 하신다. 회원님들 표정들이 모두 굳었다. 내 마음이 너무 불편해졌다. 옆집에서도 손님 소리며 크고 작은 소음들 및 심지어 옆집 뻐꾸기시계 소리도 들리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내는 중이었는데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지금의 나라면 조금 더 유들유들하게 넘어갔겠지만 지치고 힘들었던 나는 반항심만 차올랐고  지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너무 깝깝하고 힘들었기에 그때마다 인스타그램에 나의 고충을 털어놓곤 했다. 많이 공감하고 하고 위로해 주셨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이렇게 사이가 한번 틀어지니 계속 사소한 이벤트들이 생겼다. 가을 낙엽이 흩날리던 어느 날 출근하니 내 공방 앞에 낙엽들을 소복이 모아두거나, 청소하는 척하면서 빗자루로 내 차를 툭툭 치거나 발로 차기도 한다. 매일 마주치는 사람과의 불화는 정말 더 힘든 일이었다. 조금 더 유연하고 넓은 마음을 갖지 못했던 나를 반성하기도 했다. 지금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렇게 보니 정말 돈 안 되는 것이 공방이다.!! 물론, 내가 돈 버는 재주가 없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7년째 투자만 하고 있는 남편의 끈기가 대단하다. 나는 필리아 니트 사장이고 남편은 필리아 니트 회장님이다. 회장님의 결재가 없이는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우리 회장님은 내가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얘기하면 충분한 고민을 거친 후에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구매해 주는 편이다. 근데 그 과정이 너무 길고 힘들다. 하지만 덕분에 큰 손실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도 돈 벌고 싶고 돈을 좋아한다.!! 근데 공방을 운영하며 알량한 자존심에 혼자 예술을 하려고 했다. 뭐 그리 대단한 창작 능력도 없으면서 말이다. 공방은 멀리서 봤을 때는 아름답고 우아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전쟁터다. 노력에 비해 돈 벌기가 정말 쉽지 않다. 앗,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공방이 나 같다는 것은 아니고 ~ 똑똑하고 현명하게 탄탄한 실력과 능력으로 공방을 잘 운영해 가시는 선생님들도 분명 계신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방 선생님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여러 선생님들과 대화하고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저 수강생 숫자만 보고 나 보고도 돈 많이 벌겠다며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절대 많이 벌지 못했다. 피나의 소소한 즐거움은 많이 힘들었는데 필리아 니트는 조금 더 똑똑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 뜨개 공방 창업을 고민하시는 선생님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뜨개는 워낙에 방대하고 넓은 분야이다. 다른 영역도 쉬운 건 아니겠지만 준비하는 과정과 노력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다른 공예는 수강료가 비싸도 당연하다 받아들이고 배우면서도 유독 뜨개 수강료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뜨개방 무료 수강 문화 때문에 더 그런 거 같은데... 뜨개방 무료 수강도 수강료는 없지만 재료비는 더해서 받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뜨개를 취미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아졌으면 좋겠고 뜨개가 조금 더 사랑받고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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