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대상이다!

수원공업고 전기전자제어과 2학년 1반

by philip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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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을 만난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오늘은 이 아이들에게서 받은 감동을 기록하고자 한다.


2016년 7월 14일은 남들에게는 아무 날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날이다. 아니 특별한 날이 되었다. 내가 원했던 바도 아니고 원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었기에 기대하지도 않았기에 더욱 특별했다. 우리 반이 대상을 탔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교내 제32회 맑고 고운 합창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학교에 부임한 이후, 한 번도 입상을 해본 적이 없는 교내 행사였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합창대회'는 더 이상 맑고 곱지 않았던 행사로 변했다. 속으로 매번 되뇐다. '아니, 어떻게 그 많고 많은 상 중에 한 번도 타지 못했을까?'하고 말이다. 교사로서 외부 대회에서 여러 가지 상도 타본 적이 있고 어떤 연수든지 신청해서 안된 경우가 없는 나인데...정말 아이들 말투를 빌리면...O짜증나!


작년에는 12월 말에 열렸던 이 대회가 학사일정 상 이번 연도에는 1학기 말에 배정되어 있었다. 사실, 지난해 학사일정이 발표될 때 즈음에 나는 '이 따위' 노래 대회가 왜 지속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나를 괴롭히는 대회가 되었는지, 도대체 언제 이 대회를 또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1학기 2차 지필평가 직후에 열리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미 7개월 전부터 난 우리 반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서 미리 예견했다고나 할까. 제발 이런 대회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심정밖에 없었다. 10년째 똑같은 결과를 바라고 준비하는 사람이 있을까? 입상하지도 못한 사람이 있다면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얼마나 나를 자책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말에 있던 맑고 고운 합창대회...(어디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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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진이 아니라 2년 전 사진밖에 없어서 그냥 퍼왔다. 작년 대상도 같은 담임선생님이셨기 때문이다. 그 말은 한 선생님이 2년 연속 대상을 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여튼, 나는 맑고 고운 합창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어 졌다. 아이들이 미워보이고 싫어지는 것은 하나님도 어쩌지 못하셨다. 그래도 쓸 말은 쓰고 싶다. 작년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대해서...


작년 우리 반은 그래도 준비성이 꽤 있었다. 한 아이가 중학교 축제 때 했던 노래를 같이 해보자고 해서 mr구입비 5만 원을 들여서 시작했다. 아이들이 연습하는 동안 나도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연습을 도와줬다(?).

여기에서 문제가 있었다. 내가 도와주면 내 노래가 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까먹었던 것이다. 화음이 안 맞아서 빈 교실을 찾아서 화음을 연습해 주고 음악실에 가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습하도록 시켰다. 아이들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아이들의 퍼포먼스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화음을 연습해서 좋다고 했다. 그리고 뭔가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중,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전혀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던 방법이었다.) 발표하는 날, 한 선생님이 옆에서 아주 잘한다고 치켜세웠다. 우리 옆반 선생님은 나와는 반대로 거의 도와주지 않았다며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그 선생님 반이 최우수상을 탔다는 사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 되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자. 나는 결심하게 된다. 작년과 같은 행동은 절대 안하리라. 학교생활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실력을 발휘하도록 믿고 지켜보리라 결심했다. 다행히도(?) 업무상 출장을 다녀야 했다. 그것도 연습이 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난 학교 밖에서 반장과 부반장에게 연습을 잘 하도록 독려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것도 하나님의 은혜였다.


사실, 아이들이 연습을 어떻게 하는지 잘 보지 못해서 그 과정은 확신이 없다. 하지만 옆반은 어떤 선생님이 도와주실 정도로 열심히 하는 모양이었다. 우리 반은 아이들끼리 해야 해서 반장과 아이들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도 바빴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아이들에게 종례시간에 한번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섭섭해하는 눈빛을 가진 아이들을 향해서 말했다. "애들아, 이번 합창대회는 너희들의 무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 내가 도와주면 더 좋겠지만 난 너희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싶다. 너희들의 무대이기에 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한다. 이번 대회가 학창 시절의 마지막 대회이기도 하니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열심히 연습해 보자. 너희들이 연습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만큼 너희들의 인생에 기억이 남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야 어떻든 보람이 있을 테니 어때?"

말이야 좋지! 난 이때까지도 아이들의 마음을 몰랐다.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서 연습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향해서 양보해야 했고 만들어가야만 했다. 반장을 통해 듣는 얘기는 "애들이 목소리가 커요, 선생님~" 같은 말이었다. 진짜 그런가 했더니...역시 그랬다.


발표 바로 전 날이었다. 아이들끼리 무슨 말이 오갔다. 준비물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순서를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발표하는 날에도 나는 무대 옆에서 퇴장하는 아이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기에 아이들을 잘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자 마음먹었다. 나는 최종 리허설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약간 실망했다. 뭔가 어색하고 소리가 안나는 등 상황이 별로 안 좋았다. 옆반 선생님도 그런 말을 하셔서 내 판단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제 대회 당일이 되었다. 아침부터 아이들은 뭔가 준비하느라 바빴다. 잠시 후에 한 아이가 여장남자의 모습으로 왔다. 우리 반에서 가장 체구가 작은 아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발표를 위해서 희생 아닌 희생을 한 것이다. 오전에 7번째로 발표하니, 교실에서 연습을 잘 해보자고 했다. 아직도 아이들의 발표에 확신이 없었던 나는 작년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기만을 기도했다.


드디어 발표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이 무대로 올라왔고 '울랄라세션'이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좀 어렵다는 곡이었지만 아이들의 몸동작은 훌륭했고 목소리 또한 크게 울렸다. 학생들의 반응도 아주 괜찮았다. 다 만족스러웠지만 무조건 좋아할 수 없었다. 같은 곡을 갖고 등장한 반들이 3~4개가 있었기에 비교되기도 했다. 좀 기분이 안 좋았으나 잘 한 걸로 만족해야 했다. 작년처럼 너무 기대하지 말자고 여러 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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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1학년이 발표했다. 사실, 입상은 학년별로 되어있지만 대상은 1학년과 2학년을 통틀어 가장 잘한 학급에게 주는 상이었기에 관심이 갔다. 우리 반의 안무는 훌륭했고 스토리가 있는 발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선생님들이 아주 부러워했다. 뭔가 느낌이 전달되는 순간이었지만, 참아야 했다. 결과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무사히 시간이 지나고 최종 발표에서 우리 반은 '대상'을 탔다. 총상금으로 25만 원을 탔고 강당 의자를 다 정리하고도 기쁨이 가시지 않았다. 난, 아이들을 믿었다는 자부심이 컸고 아이들은 그 믿음에 보답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다. 우리 반은 옆반과 함께 피자를 먹었다. 충분한 돈이었다. 아이들도 정말 좋아했고 옆반 아이들은 우리 반 복도를 청소해 주기까지 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 사건은 나의 교직생활에 큰 전환점을 가져다주었다. 이후로 우리 반은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반이 되었고 더욱 함께하고 싶은 반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음이 통한다고나 할까~~!

그동안 껍데기의 삶을 살고 있었다면 이제는 진정한 교사가 되어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람이 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