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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타보이 phil Dec 21. 2020

[인터뷰]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저자 정지훈

세상을 바꾼 위대한 혁명가들에게서 얻는 미래 통찰의 힘!

IT의 역사가 국사와 세계사를 공부하는 것 이상으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실질적 교훈 줄거라 확신
미래를 준비하고 통찰하는 관점에서 역사의 중요성
거대 기업과 서비스도 결국 사람이 만든 것. 이들 혁신가가 탄생한 사회적 배경과 문화를 이해할 때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통찰 얻을 것 기대

게리 킬달 - 빌 게이츠의 수완과 영리함에 쓰러진 비운의 천재

스티브 잡스 - 23세의 신성, 스스로 몰락하고 다시 세계를 제패하기까지

일론 머스크 - 꿈을 관리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유형의 괴짜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쓴 정지훈. 그의 이름 앞에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대한민국 최고의 IT융합 전문가'이다. 학부에서 의학을, 석사는 보건 정책을, 박사 학위는 의공학으로 받으며 융합 전문가로 가는 독특한 지식적 배경을 쌓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수십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로, 유수기업과 기관의 미래 비즈니스 전략 자문역으로 광범위한 활동을 펼쳐온 그는 스스로 '미래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사람의 것'이란 신념으로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기술, 경제. 경영 그리고 교육 분야의 통찰력 넘치는 글을 꾸준하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읽으면 미래 작가로서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역사로부터 미래를 통찰하는 흥미로운 세계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인터뷰는 2010년 처음 세상에 나와 2020년 10주년 기념으로 다시 출간된 '거의 모든 IT의 역사 - 스페셜 에디션'의 새로운 내용에 맞춰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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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의 역사’는 생소한 주제입니다. 글로 써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을까요.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권 기업 중 70%가 IT 기업입니다. 이들이 만든 서비스가 우리 일상 깊숙하게 들어와 있고요. 미래에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지겠죠.


그에 비해 이러한 혁신 기업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거대한 회사도 서비스도 결국 사람이 만든 거잖아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든 사람들은 누구이고 그들은 왜 창업의 길을 선택했는지, 그 당시의 세상은 이들의 기술과 서비스를 왜 필요로 했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 마디로 우리 시대의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온 사회적 맥락과 가치의 맥락을 짚어보고 싶은 거죠. 최근 6개월 동안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동향 중 하나는 새로운 협업 관련 서비스가 약 500개나 탄생한 일이에요. 이 역시 맥락이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재택근무가 많아졌어요.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화상회의로 대화는 이어가겠는데 업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에 문제가 많죠. 중요한 건 문제와 불편함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 계속해서 나온다는 거예요.


이중 몇 개의 서비스는 살아남아 전 세계에 퍼질 거고요. 최근 세일즈포스가 협업 도구 슬랙을 30조에 산 것 같은 일도 나오겠죠. 변화를 만든 사건과 큰 흐름, 그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때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통찰이 주어질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 몇십 년 그리고 미래에 더 큰 영향을 줄 IT의 역사가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역사의 맥락적 흐름을 살펴보면 향후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요.


맞아요. 저는 역사가 주는 미래의 통찰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관점은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에게서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사피엔스’ 출간 전 *코세라에서 진행한 ‘A Brief History of Humankind’라는 20주짜리 수업을 굉장히 열심히 들었거든요. 마지막 20주 차에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미래는 역사의 연장이다.

미래는 시간의 축에서 보자면 과거로부터 현재로 올라온 거대한 흐름이 그대로 연장해서 가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유발 하라리 교수의 이러한 독특한 미래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코세라 | 대표적인 MOOC(온라인 공개수업, Massive Open Online Course) 서비스



그래서 IT의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특히 자기 미래를 고민하고 미래 비즈니스 혁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요. 국사와 세계사를 공부하고 관심 가지는 것 이상으로 IT 역사를 알고 이해하는 과정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한 분야의 역사를 쓰려면 시작점이 필요했겠어요.


글을 쓰기 시작할 당시 IT 세계의 강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진 회사들이죠.


재미있는 건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 당시 구글의 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1955년생으로 동갑내기들이란 사실입니다.


처음엔 책으로 기획했다기보다 제 개인 블로그인 하이컨셉&하이터치에 글을 연재하는 것으로 시리즈를 시작했는데요. 시리즈 제목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IT삼국지’로 지었어요. 세 회사의 모습이 마치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를 연상케 했거든요.


같은 시대에 같은 시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중심이 된 이 세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어떻게 IT분야를 넘어 전 세계를 움직여왔는지 풀어내려 한 게 ‘거의 모든 IT의 역사’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IT의 역사라는 주제를 다루기까지 저자에게 영향을 준 경험이 있을까요?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미국 유학 당시에 소셜미디어가 급부상하는 상황을 목격한 데서 큰 영향을 받았어요. 블로그가 뜨기 시작했고 지금은 우리 생활에 너무나 밀접하게 들어온 유튜브나 페이스북도 그때 생겨났습니다.


큰 기업의 자본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사회 모습이 소셜미디어 혁명이란 커다란 흐름에 의해 새롭게 변화할 거라 직감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개개인의 혁신적 생각을 보다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고 이로 인해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강해지는 시대가 올 거라 본거죠.


이 생각들을 정리해서 ‘제4의 불’이란 책을 2010년에 출간했어요. 모든 사람이, 모든 기업이 미디어가 되고 미디어 기반으로 모든 산업이 바뀔 거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에요.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죠?


그런 와중에 소셜미디어 자체도 중요하지만 IT 전반을 훑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정리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직접 집대성해봐야겠다 마음먹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제4의 불 | 휴먼 에너지, 미래를 이끌어갈 원동력


책에서 IT 역사의 커다란 일곱 전환의 순간을 이야기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 혁명, 소프트웨어 혁명, 인터넷 혁명, 검색과 소셜 혁명, 스마트폰 혁명, 클라우드와 소셜 웹 혁명 그리고 최근의 인공지능 이야기까지.

저자 입장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전화의 순간은 언제였다고 생각하나요.


모든 순간이 드라마틱하고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서 하나를 꼽긴 어려운데.. 인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하나를 선택할 수 있긴 해요.(웃음) 스마트폰 혁명의 순간입니다.


인생을 거대한 서사시로 봤을 때 한 사람이 성장하고 몰락하고 다시 재기하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이목을 가장 많이 끌잖아요. 그래서 스마트폰 혁명의 중심에 섰던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스티브 잡스는 1955년 생이고 애플 2가 세상에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1977년입니다. 우리 나이로 23살 먹은 청년이 사고를 친 거죠. 1980년에 기업공개(IPO)도 했는데 포드자동차 이래 가장 많은 투자자가 몰린 기록적인 사건이었어요.


평생의 라이벌인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어땠을까요? 애플의 하청업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애플에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니 너네가 준비 좀 해와봐 이런 분위기였던 거죠. 그런데 PC(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당시 최고의 컴퓨터 회사였던 IBM이 등장하고 이들이 PC 시장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하다 보니 운영체제를 쥔 마이크로소프트가 급부상하고 전 세계를 통일하다시피 하죠.


한마디로 역전타가 나온 거예요. 그렇게 소프트웨어 혁명 시대로 진입했고 애플과 잡스의 앞날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잡스는 성격도 안 좋은 인물이었고 시장 상황에서의 책임론도 있었고요. 결과적으로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로 보자면 주인공의 삶에 큰 갈등과 고통이 찾아온 거죠. 이 시기 동안 픽사라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디즈니에 매각하고 넥스트라는 또 다른 컴퓨터 비즈니스를 만들어 경험치를 계속 쌓고 성찰의 시간도 가집니다. 그리고 1997년, 드디어 망해가는 애플에 구원투수로 돌아옵니다.


이후부터는 우리가 아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입니다. 아이팟을 만들어 음악산업을 재편했고요. 개인용 컴퓨터 혁명 이후로 다시 한번 전 세계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혁명의 중심에 서게 되는데요. 그 사건이 바로 2007년 아이폰 출시죠. 2010년에는 기어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을 다시 넘어서고요.


20대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박살이 났다가 다시 본진으로 돌아와 거함을 무너뜨리고 정상을 재탈환하는 한 인물의 이야기라서 스마트폰 혁명의 순간이 가장 드라마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젠 앙숙이 됐지만 2007년 아이폰 출시 당시 애플은 구글과 긴밀한 협력을 해요. 유튜브, 구글맵 등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아이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거죠. 삼국지에 비슷한 장면이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조조의 위나라 같은 느낌으로 군림하고 있었는데 유비의 촉나라가 손권의 오나라와 손을 잡고 적벽대전에서 승리하는 장면.


그런데 구글이 배신을 합니다.(웃음) 안드로이드를 시장에 내놓은 거죠. 혁명 전. 후 이야기의 흥미로움 때문에 스마트폰 혁명 시기를 가장 드라마틱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인물 얘기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같이 잘 알려진 인물 이외에 IT 역사에서 특별히 소개하고 싶거나 애착 가는 인물이 있을까요?


딱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요. 비운의 천재 ‘게리 킬달’ 입니다. 빌 게이츠를 엄청난 앙숙으로 생각했고 죽을 때까지 용서하지 않았던 사람이기도 하죠.


IT 역사에서 보자면 게리 킬달은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이었어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가릴 것 없이 현재의 컴퓨터 역사를 바꾸는 엄청난 기술을 만들었거든요. 특히 CP/M이란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8비트 시대의 마이크로소프트로 군림했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IBM이 PC 시장에 들어오면서 운명이 갈려요. 잘 나가던 애플도 위험에 쳐했었고요. IBM은 PC 시장 진출을 위해 소프트웨어 관련해서는 빌 게이츠에게 자주 자문을 받았다고 해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 기술이 없으니 게리 킬달을 만나보라 권하죠.


IBM은 동부에서 게리 킬달이 있는 서부로 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요. 근데 게리 킬달이 자리를 비웁니다. 협상 관련 내용은 아내에게 맡기고요. 남편이 어디 갔는지 모르니 일단 자기한테 얘기하라고 하는데 이런 상황들을 IBM이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했나 봐요.


당시 IBM은 대형 컴퓨터 시장의 지존이었고 PC 시장은 마이너였는데, '우리가 여기까지 와서 널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가?'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다시 빌 게이츠를 접촉해요. 게리 킬달이 잘한다고 하니 그쪽이랑도 일은 하겠는데 너희도 도와주면 안 되겠어 이렇게 된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리한 빌 게이츠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시애틀에 위치한 작은 회사가 게리 킬달의 CP/M을 복제한 86-DOS라는 운영체제를 개발한 걸 발견해요.


이걸 단돈 5만 달러에 구입해서 PC-DOS라 명명하고 IBM에 납품합니다. 당연히 게리 킬달은 복제품인걸 알고 소송을 준비했지만 IBM과 갈등관계를 만들어 좋을 게 없다는 변호사의 설득에 소송을 포기했어요.


그리고 자신들의 운영체제 CP/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PC-DOS를 소비자가 선택하게 만듭니다. 문제는 가격이었는데 오리지널에 자부심도 있고 성능도 훨씬 좋을게 당연하니 가격을 PC-DOS에 4배나 더 책정했습니다. 결과는 참패.. 소비자의 선택은 마이크로소프트였던거죠.


IBM이 왔을 때 협상을 잘했으면 단독으로 운영체제를 납품했을 테고 빌 게이츠도 운영체제 시장에 못 들어왔을 텐데 한 순간의 선택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거죠. 마이크로소프트 천하의 시작을 알린 셈이 된 거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어요? 내가 만든 걸로 짝퉁이 나왔는데 그걸로 전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됐으니 말이에요. 이런 사건들의 충격과 빌 게이츠와 비교당하는 상황 속에서 그의 말년은 참 불행했다고 해요. 반 알코올 중독자로 살다가 1994년 자전거 추락사로 사망해요. 아이디어도 많았고 엄청난 기술의 선구자이기도 했는데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갔기 때문에 가장 애착이 가고 기억나는 사람입니다.



실력만으로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렇죠. 사실 IBM이 고객으로 찾아왔을 때 자리를 뜨면 안 되는 거죠. 기본적인 매너이기도 하고요. 이 사건이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의 향후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요.


삼국지를 보면 유비가 제갈공명을 데려오기 위해 삼고초려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사람을 만날 때 진정성을 가지고 대하는 자세와 협력의 태도가 중요하단걸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기술기반의 비즈니스에서는 이런 부분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인간사는 그렇지가 않죠. 중요한 교훈이 담긴 일화로 보여요.


이제 2020년 출간한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이야기를 해보죠. 10년 전 첫 출간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페셜 챕터로 ‘거의 모든 동아시아 IT의 역사’를 큰 비중으로 새롭게 넣은 점 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동아시아 한.중.일 기업들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이들의 이야기를 왜 새롭게 넣었나요.


2010년 까지만 해도 동아시아 기업을 생각하면 주로 일본 기업들이 떠올랐어요. 소니나 파나소닉 같은 기업들이죠. 물론 이전 시대만큼 영향력은 없었고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경우도 위상이 지금 같진 않았고요. 반도체는 잘했고, 지금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잘 싸우고 있지만 2010년 당시에는 전 세계 4위 정도 했었고요. 이후 갤럭시 S 시리즈가 성공하면서 애플 대항마로 급부상한 거죠.


중국은 인터넷 보급도 미진해서 얼마나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을까 생각했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난 십 년을 보면 많은 게 달라졌죠.


기본적으로 일본은 몰락의 역사긴 하지만 과거의 영화를 가지고 있으니 나름의 스토리를 얘기할 수 있었고요. 최근에는 비전펀드를 만들어 전 세계 유망 기업에 가장 큰 규모로 투자하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이야기가 흥미롭죠.


한국은 IT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가 되었다고 봐요. 특히 IT제조부문에서는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세계 시장 1위에 올라섰고 미래의 쌀이 될 수 있는 반도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죠. IoT(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시대로 넘어가면 강점을 가지고 있는 가전에 인터넷이 연결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고요. 현대자동차도 스마트카 형식으로 발전할 테고.


거기다가 초고속 인터넷망도 빠르게 깔렸잖아요. 인터넷 혁신 기업 측면으로 봤을 때도 전 세계가 미국 플랫폼을 쓰는 상황에서 메신저, 포탈, 전자상거래, 배달 등 토종 플랫폼들을 쓰고 있는 특이한 나라이기도 하고요. 이런 스토리로 우리나라를 보며 쓸 수 있는 게 많았습니다.


중국이 가장 신데렐라처럼 변하긴 했는데, 사실 전략적으로 할 얘기가 별로 없긴 해요. 왜냐하면 대부분 원래 있는 걸 했는데 시장이 너무 크니 중국 시장만 먹어도 전 세계 1등으로 올라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에요.


알리바바는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바이두는 구글의 검색을,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를 비슷하게 해서 성공한 케이스고요. 물론 시장 규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중국이 IT 쪽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점점 세계를 주도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대표적인 게 틱톡과 이걸 만든 바이트 댄스입니다. 시장규모로 밀어붙이던 중국이 드디어 세계를 선도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한거예요.


그래서 동아시아 기업들의 전 세계적 위상이 10년 전이랑 비교해서 많이 달라졌어요. 본격적으로 그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 생각해서 큰 비중으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쓴다는 것, 시대의 맥락을 읽고 그 중심의 서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배경을 공부한다는건 특별한 경험으로 보입니다.

이번 10주년 스페셜 에디션을 쓰는 과정에서 배운 점이나 저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 인물이 있을까요.


책에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정말 많은 걸 배워요. 완전히 다른 스타일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배우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죠.


이번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에 보강한 내용이기도 한데요. 일론 머스크의 행보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성공하고 있는 사람이어서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두 사람이 미래를 바라보고 일하는 방향은 비슷해요. 우주산업에도 관심이 많고 로봇과 인공지능 투자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업을 다루는 철학과 방식은 너무나 달라서 재밌어요. 아마존은 굉장히 전략적으로 접근하거든요. 매출과 성장을 중심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그 여력을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정공법이라 볼 수 있죠.


일론 머스크의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무모해 보이지만 꿈을 심어주고 가슴에 불을 질러주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는 경우. 일론 머스크는 꿈과 미래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꿈과 미래를 관리한다는게 어떤 의미인가요?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 스페이스 X, 뉴럴링크를 보세요. 매번 하기 어렵고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목표를 제시해요. 2025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돌아다닐 거야, 2030년에 화성 가서 살 거야 같은 얘길 한다든지, 인간 뇌에 칩을 연결해 텔레파시로 소통하고 이런 방식으로 인공지능과 대적해야 한다는 얘길 하고 있는 거죠.


전문적으로 한 가지 하기도 어려운 일을 각각 기업을 세워 도전하고 중간중간 하이퍼루프 같은 교통 관련 얘기도 하니까 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황당해요.


그런데 꿈과 미래를 관리해가는 사람이라 했잖아요. 이 사람이 과장으로 이것저것 지르는 스타일이긴 한데 재미있는 건 중간중간 실제 목표를 얘기하고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해요. 가능성 있다는 걸 보여줄게 하면서 진짜 뭔가를 보여주는 거죠.


사람들도 긴가민가하지만 뭔가 되긴 하는 것 같으니까 팬덤도 생기고요. 투자자들도 계속 나오는 거죠. 수많은 사람의 꿈을 투자로 유치해서 목표를 조금씩 이뤄가는 겁니다. 돈 떨어지면 반보 정도 앞서 새로운 뭔가를 또 제시하고.


몇 년에 한 번씩 큰 결과물을 발표하면서 사람들의 꿈을 희석시키지 않고 유지시켜주는 거예요. 사실 과장이 맞죠.(웃음) 그런데 지속해서 이런 스타일로 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굉장히 특이한 스타일이어서 일론 머스크 방식을 많이 공부하려고 합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내가 그리는 미래를 더 많은 사람이 선호하고 믿으며 그 방향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게 미래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 모토와도 연결된 사람이기에 일론 머스크를 좋아해요.


과장을 심하게 하는 건 맞지만 중간중간 가능성을 보여주고, 시기는 틀릴 수 있지만 언젠가 그의 말처럼 될 거란 생각은 들어요. 꿈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힘인데 그걸 가진 사람이 일론 머스크라 보입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딱 세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에게 주고 싶나요.

한 사람씩 말하긴 어렵지만,

우선 대기업 회장들께 선물하고 싶고, 두 번째는 교육부 장관과 일선의 교사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께 꼭 선물하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안정성 중심으로 사람들의 가치관이 많이 짜여 있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죠. 이런 상황에서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는 창업자들께 꼭 선물하고 싶네요.


IT 역사를 이끌어온 혁명가들과 그들이 세운 기업, 이것들이 만들어진 사회적 맥락을 들여다보며 우리 회사의 미래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는 인사이트와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나라는 빠르게 변화하는 나라잖아요. 더 많은 창업가가 나오고 성공도 하고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투자하는 건강한 스타트업 선순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세 그룹에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오늘 인터뷰 내용에 잘 담겼을 거라 생각합니다 :)

 





정지훈

국내 유수 기업과 기관에서 미래 트렌드 및 전략 자문가로 활동했고, 지상파 방송사와 주요 일간지에 전 세계 최신 IT 트렌드와 전망을 강연과 칼럼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보건정책관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의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거의 모든 IT의 역사》《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무엇이 세상을 바꿀 것인가》 《미래자동차: 모빌리티 혁명》(공저) 《호모 사피엔스씨의 위험한 고민》(공저) 등이 있다.

(내용 출처 : 메디치미디어)





저자의 안내로 함께 하는 랜선 책 모임

정지훈 저자의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더욱 흥미있게 읽어볼 수 있도록 랜선 책 모임을 준비했습니다. 프로그램의 특징은 2가지 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프로그램 안내 : https://event-us.kr/30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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