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7년 나의 결론

특별히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없이 흐른 시간 속에서 느낀 점

by jennie jk

9 to 6 상근직으로 남 밑에서 일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애 키우면서 하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얼추 다들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육아를 90% 이상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삶은 지옥이 된다.


세상이 빨리 변하는 것 같지만

삶에 체감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직장을 다니며 깨달은 부분이고, 결혼생활을 통해 깨달은 부분이다.

내가 직접 겪기 전엔

사원 수 수천 명 규모의 회사는 당연히 민주적으로 운영되며,

이 시대의 결혼은 남녀가 완전히 평등한 줄 알았다.


막상 임신과 출산을 해보니

사내에서 출산 장려를 위해 시행하는 제도와 혜택들은

안 쓰면 안 쓴다고 상사나 부서가 불편을 겪고,

쓰면 쓰는 대로 죄송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도 규모 있는 회사라 누릴 수 있는 거라며 자기 위안을 계속했다.


'애 낳으러 가면 돈 받고 쉬어서 좋겠다', '단축근무 쓸 수 있어서 좋겠다'

심지어 임산부에 대한 회사의 배려가 부러워서 막둥이를 갖고 싶다던 나이 60이 다 된 상사도 있었다.

밖에서 보면 고리타분할 정도로 단정한 조직인데,

들은 막말은 글로 적을 수도 없는 수준으로 다양하고 많았다.


가정도 마찬가지였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도 가계경제는 '평등하게' 책임져야 했고,

내 육아휴직 의사는 회사로 가기도 전에 가정 내에서 여러 차례 반려되었다.

체력도 약하고 잠도 많고 행동도 느린 나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시어머니는 늘 나에게 변하라고 강요했다.


잘못된 결혼을 했다는 생각도 했지만

주변인들과 아주 가까이 소통을 해보면 매우 흔한 가정의 풍경이었다.

얼추 잘 사는 것 같아도 상세히 알게 되면 배우자로부터, 배우자의 부모로부터 상처가 쌓이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 나에겐 에너지가 없었다.

힘이 하나도 없어서 바로잡을 수도 없었다.


중증 산정 특례 2건을 적용받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제법 제대로 된 수술을 받고 나서야 휴직을 할 수 있었다.

벌써 6개월이 지났고, 곧 어제도 출근한 사람처럼 출근해서 일할 것 같다.

그때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테니 학원 네 개쯤 세팅해야겠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정문화가 완전히 변하기까지 앞으로도 최소 20~30년은 걸릴 것이다.

조직에서 임신하고 애 낳은 여자가 '안'죄송해도 되는 시대는 아직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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