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기억하는 진짜 너

셀카

by 라이트리







네 SNS를 넘기다가

문득 손가락을 멈췄어.

너는 그날도 웃고 있었어.

너무 밝게, 너무 행복하게.

마치 하나도 힘든 게 없는 사람처럼.


댓글에는 ‘예뻐’, ‘멋져’, '한번 보자',

그런 말들이 가득했어.

그게 틀린 말은 아니었지.

넌 정말로 행복해 보였으니까.

얼굴에 빛도 났고.

그런데도 나는,

이상하게 목이 메었어.


왜일까.

그 사진을 찍던 바로 그 시간에

나는 네 옆에 있었거든.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기 직전,

너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어.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고,

눈 밑에는 피곤이 가득 내려앉아 있었지.

미소만으로는 가려지지 않는

무기력 같은 게 얼굴에 비쳤어.


사진 한 장을 찍고 나서

너는 화면을 여러 번 확인했지.

필터를 바꾸고, 각도를 고르고,

웃음의 곡선을 약간 조절하고.

그때 네 표정은

방금 본 셀카 속 사진보다 훨씬 더

진짜 너였는데 말이야.


나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

왜냐면 나는 네가

그렇게까지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야만

안심할 수 있는 세상 속에 있다는 게

속상하거든.


나는 알아.

네가 그렇게 웃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하루였을 거라는 걸.


근데 나는 또 알아.

네가 그 사진을 올리던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나 좀 알아봐 줘.”

그 말을 속으로 외치고 있었을 거라는 걸.


우리 모두 왜 그런 순간이 있잖아.

힘들다고 말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하루.

누군가에게 기대기엔

민폐일까 봐 괜히 더 조심스러워지는 밤.


그럴 때,

사람은 이상하게

더 웃는 얼굴을 남긴다.


그래서 셀카 속 웃음은

어쩌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웃음이 되는지도 모르겠어.


나는 그런 너를

오히려 더 선명하게 기억해.

사진에 남지 않은 순간들,

네가 말없이 견뎌낸 저녁들.

입술을 깨물고 한숨짓던 그 새벽을.


그날 네가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그 옆모습,

한참을 침묵하다가

작게 “피곤하다”라고 내뱉던 말,

그 모든 장면이

내 기억 속엔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어.


그런데 나는

그런 얼굴도 너라는 걸 알아.

네가 행복하게 웃는 얼굴만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나는 바래.

언젠가 네 SNS 속 사진첩에도

꾸미지 않은 얼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이

조금 더 남겨지기를.


그게 덜 예뻐 보여도 괜찮아.

덜 밝아 보여도 좋아.

나는 그 얼굴도 사랑하니까.

오히려 그런 네가

더 진짜 같고,

더 따뜻하니까.


다음에 우리 사진 찍을 땐,

웃지 않아도 괜찮아.

굳이 얼굴을 꾸미지 않아도 돼.


네가 어떤 얼굴이든

나는 기억할 거니까.

그건 너였고,

진짜 너였으니까.

keyword
이전 14화꺼지기 전에 멈춰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