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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방에 사는 여자 Oct 13. 2024

내 이름은 예쁘다.


"이름은 예쁘네요!"

이삼십 대 시절, 면접을 보거나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면 으레 듣게 되는 말이었다. 이름 이외에 다른 모든 것들을 제외시키는 말이었다. 야릇한 비웃음과 비하를 당연하게 알아차렸다 "그런 말 많이 들어요!" 넙죽 대답도 잘했다. 내가 가진 것들 중 가장 예쁜 이름을 나는 좋아했 "이름은 예쁘네!"라는 한마디는 이름 외에 다른 것들은 제외시킴으로써, 이름조차 초라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칭할 때 택호를 붙였다. 택호는 주로 친정동네 이름을 붙여서 불렀다. 용인 할머니, 물미 아주머니, 개와리 형님, 송탄 아주머니, 등으로 불렸다.

그녀들의  진짜  이름을 아무도 몰랐다.  

동네에서 우리 집은 내 이름을 붙여서 불렀다.

다른 집들은 대부분 맏이의 이름으로 불렀는데 우리 집은 내 이름으로 통했다. 그리고 언니와 동생은 돌림자를 쓰지 않았지만 내 이름에는 돌림자가 들어갔다. 친척들이나 사촌들처럼 이름에 돌림자가 있는 것이 나는 좋았다. 우리 집의 유일한 아들인 남동생을 로 밑에 둔, 끼인 둘째였던 나는 없어도 티가 안나는 아이였다. 온 동네가 알아주게 예뻤던  언니와 막내 동생과는 닮지 않았던 나는 그저 순한 아이였다. 그래서 작은 짚푸라기 같은 존재감을 움켜쥐었다.



결혼을 하여 큰아이를 낳자 아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큰아이가 유치원에 가자, 아이의 이름은 더욱 공식적인 이름이 되었다. 둘째가 태어나자 또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누구의 어머니라는 극존칭의 이름도 갖게 되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이름은 예쁘네요"라는 말도 거의 듣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글을 쓰고, 모임을 시작하면서부터 새로운 이름이 하나 생겼다. 내 이름을 반듯하게 꺼내어 쓰게 되었고 그 이름 옆에는 '쎔' 이라는 가벼운 존칭의 언어가 붙었다. 예쁜 이름이다.

여전히 내 이름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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