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주 3일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내가 살면서 가장 오랜 기간 버티고 있는 곳이다. 무신론자이면서 동시에 천주교신자인 나는 미신은 더더욱 믿지 않는다. 그러나 매년 신한은행 토정비결은 보고 있다. 이유는 신한은행 토정비결은 늘 좋은 말만 해주기 때문에, 한 해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창 미래가 불안하던 20대에 종로에 나가면 사주를 봐주던 할아버지들이 계셨다. 늘 똑같이 풀어주는 사주가 왜 그리 궁금했던지 여러 번 봤더랬다. 그중 기억나는 것은 "역마살이 2개나 있다"라는 것.
진짜 그것 때문인 건지 많이 떠도는 삶을 살았다. 만 15세에 고향을 떠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학을 했고 대학과 대학원도 각각 다른 도시에 살았고 당연히 다른 먼 나라로 떠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고양시에 15년째 정착해서 살고 있다. 다만 회사를 많이 옮겨 다녔다. 그러다가 8년째 같은 회사에서 버티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다만 업무의 특성상 지방으로 출장이 많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결국 떠도는 삶을 살고 있다.
모든 회사라는 게 처음엔 나를 받아준 거에 감사하지만 또 금방 적응하고 불만이 쌓이게 된다. 그러다 퇴사를 하게 되고 또다시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고 이렇게 쳇바퀴 돌듯 돌았다. 그 사이 나이도 많아졌고 취업시장도 좋지 않다 보니 가장 오래 회사를 다니고 있다. 불만이 쌓이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수긍을 하는 구간이 찾아왔다. 그 구간도 지나치고 나니 회사의 장점을 찾는 구간을 맞이했다. 그렇게 나는 입사 8년 차에는 회사의 장점을 그렇게나 찾았다.
우선 우리 회사의 최고 장점은 재택이다. 나처럼 게으르고 아침잠이 많은 사람에게는 재택만 한 복지가 없다. 물론 지방출장이 잦기는 하지만, 매일 출근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리고 그다음 장점은 연차가 조금은 많다는 것. 입사 때 때 22개를 받았고 매년 1개씩 늘어나 올해는 29개의 연차를 받았다. 심지어 몰아 써도 그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물론 업무 때문에 팀원들과 미리 소통을 해야 하지만 이건 당연한 일이니까.
29개의 연차 중에 5개는 내년도로 넘기고 24개의 연차를 부지런히 썼지만, 늘 그랬듯 올해도 너무 바빠 연차를 냈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하여 12월에 7개의 연차가 남았다. 내년 1월에는 한 달간 휴가를 갈 예정이기에 12월 말에 몰아서 연차를 쓸 수가 없어 12월 매주 목, 금은 모두 연차를 신청해 놨다.
그래서 12월은 내연차로 주 3일제 체험의 달이다. 이제 겨우 2주 차가 되었지만, 주 3일제를 해보니, 매주 수요일만 되면 엔도르핀이 확~ 도는 게 느껴진다. 일주일이 얼마나 짧은지,,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고 누가 뭐래도 푹 쉴 수가 있다.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주 4일제 정도가 딱 적당하지 않나 싶다.
오늘도 느지막이 일어나 청소도 하고 밥도 챙겨 먹고 해 질 무렵 카페에 나와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하루가 짧고도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