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리치료사 서희원 Nov 01. 2024

한국 물리치료사, 영국 진출 도전기 그 시작

영국에 연고 만들기

내가 다시 해외 진출을 생각해 보게 되었던, 시작점이 되었던 그 우연한 계기는 어떤 글이었다. 그건 바로 한국인 최초의 영국 물리치료학 박사이자, 영국에서 한국 물리치료사들의 영국 진출을 위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영국 DPT 선생님의 글이었다.


내가 그때 읽었던 그분의 글을 정리하자면 '영국은 미국보다 임금이 낮겠지만 신분 문제의 해결이 비교적 쉽고, 아직 한국에서 직접 진출한 치료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미국처럼 심사 과정이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기 때문에 더 어려워지기 전에 빨리 도전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바로 선생님의 의도를 바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나는 저렇게 이해했고 선생님의 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읽어보았다(돈 주고도 못 사는 귀중한 정보를 공유해 주신 영국 DPT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대략적인 루트는 이랬다. 영국에서 물리치료사로 일을 하려 하면 HCPC라는 기관에 물리치료사로 등록을 해야 한다. 이때 방법은 2가지인데 영국에서 학부과정이나 정규 대학원(2년) 과정을 나와서 사실상 자동등록이 되어서 일을 시작하거나, HCPC라는 기관에 내가 한국에서 들었던 교육 과정이 영국 물리치료학제에 준하는 교육을 들었는지 검증받고 등록이 되는 것이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는데 영국은 학비가 비싸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 2년이나 정규 석사과정을 밟으며 유학을 할 여유는 없을 것 같았고, 그냥 바로 HCPC에 등록해서 일을 시작하자니 신분 문제라던지 전혀 다른 치료 환경이 발목을 잡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석사 1년 과정을 생각하게 되었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석사 1년 과정에 지원서를 내기로 했다.


해외에 내 경력이나 내가 공부한 것들을 검증받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마주 앉아서 이야기로 하라고 하면(물론, 한국말로..) 1박 2일이라도 가능할 것 같은데 이걸 문서화하고 서류를 만드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라서 정말 중요한 정보만을 넣고 또 빼고 정리하는 게 쉽지 않게 느껴졌다.


내가 지금까지 대학에서 들었던 모든 졸업과 성적증명서 그리고 대학원에서 수강한 것들 또 교수님 추천서와 동료 추천서, 주말을 반납하고 들었던 교육 자격증, 영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까지 서류가 많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일하랴 공부하랴 서류 작성하랴 작성한 서류들 컨펌받고 수정하랴 많은 것들이 중첩되어 정말 입병을 달고 사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쉽지는 않았으나 결국 조건부 입학 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영국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조건부 입학이라는 것도 처음 들었는데, 해외 대학이나 대학원을 진학할 때는 이게 좀 흔한 일인 것 같았다. 내가 받은 오퍼의 조건은 현재 다니고 있는 한국의 대학원 졸업. 성적을 본다는 말과 함께였다. 나는 같이 준비하는 다른 선생님들과는 좀 다르게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었기에 보통은 영어 점수 조건부를 거는데 그런 건 없었고 대학원 졸업 조건부를 걸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지원한 1년 대학원 과정은 24년도 9월 개강하는 과정이었는데 나는 한국 대학원을 25년도 2월에 졸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교 측에 메일로 그 사실을 알리면서 학교에서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려고 하니 입학을 1년 유예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내가 지금 대학원을 재학 중이라는 게 서류에 다 나와있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학교에서 바로 미뤄주겠다고 답을 안 주고 계속 너 지금 한국에서 대학원을 포기하고 영국에 올 생각은 없냐는 식으로 몇 번이나 물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했다가 진짜 그러라고 할까 봐 '지금 한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가고 싶다고 근데 난 꼭 가고 싶으니까 만약 미뤄주지 않으면 내년에 다시 지원해서라도 갈 거다'라고 분명하게 가고 싶은 마음음을 어필했다. 


말을 뱉어는 놨지만 내년에 다시 지원하라고 할까 봐 답장이 오기까지 정말 긴장이 많이 됐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며칠 만에 온 답장에서 미루는 게 가능하다는 대답을 받을 수 있었다. 난 성격 급하고 확실한 거 좋아하는 한국 사람인지라 확실하게 '그래! 미뤄준다! 다시 오퍼 나올 때까지 기다려!' 이런 대답을 예상했기에 조금 애매한 대답이 이어졌을 때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지금 시스템상 미룰 수가 없고 우리가 시스템이 열리는 즉시 처리해 줄 테니까 기다려라'였기 때문에 믿고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게 올해 초의 일이었고 바쁘게 살다 보니까 잊을 때도 있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원래 입학 예정일인 9월 입학 전까지 내가 등록금을 안내면 오퍼자체가 취소되는 거니까 그전에는 연기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미뤄졌다 어쨌다 연락이 당연하게도 오지 않았고 불안한 나는 올해 7월에 다시 연락을 취했다. 학교 측에서는 그제야 '확실하게 메모가 되어있으니 연기 신청이 열리면 가능한 한 빨리 미뤄주겠다 걱정 마라'라고 드디어 시원하게 확인을 해주었다. 


여기까지 드디어 첫걸음을 뗐다. 아무 연고도 없는 내가 영국에 이제 드디어 연고를 만들어냈으니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판을 더 크게 별여 놨으니 '그냥 하자' 정신이 또 발휘될 차례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영국으로 가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