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구하겠습니다

오빠 책 출간기

by Goodpoem


할머니댁에는 아직도 오빠가 초등학교 1학년때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소방관들이 불을 끄는 그림인데, 1학년이 그렸다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색감이 다양하고 터치가 훌륭하다. 할머니 댁을 오가며 그 그림을 가끔 인식하곤 했는데, 오빠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 한 그 그림이 이제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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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의 아들 딸로서 우린 공통점이 있는 듯 없는 듯 보인다. 특별히 마음의 오르내림이 없다. 대부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고 마음의 화도 별로 없다. 나보다는 오빠가 엄마의 기질을 좀더 닮아서 그런지 활력과에너지가 좀더 있는 편이다. 동네 분들은 오빠가 아빠의 외모를 쏙 빼다 닮았다는데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빠는 기타를 열심히 쳤는데, 절대 음감을 가진 나와는 달리 음악적 감각이 별로 없었기에 정말 치열하게 연습하며 기타를 익혀갔다. 대학에서는 ‘백마들’이라는 밴드에서 일렉기타를 쳤고, 머리도 노랗게 탈색해버렸다. 젊었을 때 오토바이 정도는 타봐야 된다며 흰 중고 오토바이를 사서 논산과 대전을 질주하고 다녀 가족들의 근심도 샀다. 한달 반정도를 타더니 이제 됐다며, 오토바이를 되 팔았다.



오빠가 서른이 넘었을 때, 나는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는 그의 결혼이 늘 걱정이었는데, 밴드 시절 함께 활동한 누나의 주선으로 새언니를 만나 금방 결혼에 골인하는 모습을 보았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오히려 내가 노처녀로 남게 되었다. 오빠는 결혼 후 새언니의 권고에 따라 직장을 그만두고 도서관을 오가며 6개월을 치열하게 공부하더니 소방 공무원이 되었다. 어려운 시간이었을 텐데 모든 것을 걸고 고군부투 하며 끝내 해내더라.



본가에는 아직도 오빠가 어렸을 적부터 기록한 일기장들이 보관 되어 있다. 나보다는 훨씬, 기록에 집중하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그 하나하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오빠가 원고 뭉치를 보내 아빠와 나에게 첫 퇴고를 요청했을 때도 사실, 작가가 되기위해서는 엄청난 내공을 가지고 좀더 다듬어진 문체와 실감나는 묘사, 사실에 기반한 깊이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과연 책으로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의심했다.



글을 보면서는 암연으로 가득찬 지하 화재 현장에서 길을 잃었을 때, 빌딩 옥상에서 떨어져버릴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한 마디 말로써 돌아서게 해야 했을 때,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누군가의 집의 문을 열어야 했을 때. 얼마나 큰 두려움이 있었을까. 동생으로서 마음이 참 아렸다. 한편으론 사회적 위치나 상황에 관계없이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오빠의 직업이 “인생의 참 의미”를 간파하기에는 최고의 직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빠는 이후 국내 메이저 출판사 열군데정도의 리스트를 만든 뒤 모아온 원고를 보냈고, “푸른향기”라는 출판사에서 즉각 반응을 보여주었다. 출판사 사장님은 흥미로운 오빠의 글을 단숨에 읽으셨고, 처음 작가로 등판하는 상황인 오빠에게 좋은 조건으로 제안하셨다. 오빠의 글은 몇번의 퇴고를 거쳐 보내졌고 이후에는 출판사 편집자의 손에 좀더 다듬어 졌다. 출판사 컨택부터 책이 나오기까지 3개월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모든 과정이 숨가쁘게 돌아갔다. 오빠는 이제 찐 ‘조작가’가 되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오빠의 숱한 도전들, 지치지 않고 꿈을 그리며 긍정적인 힘으로 한발 한발 나아갈 때 오빠는 손을 뻗어 그 꿈을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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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는 단어를 마음껏 부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져서 감사하다. 그런데 우리오빠는 ‘오빠’라는 말을 너무 듣고 살아서인지 말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은시야 오빠가~~~’라는 1%의 거드름을 닮아 말할 때가 많다.

그럴때면 므훗하다. 어릴적에는 나를 남동생처럼 여겨 돌려차기 교육을 끝없이 시키기도 했고, 반 강제 사슴벌레를 함께 잡으러 가야할 때도 있었다. 커서는 나를 여동생으로 인정하며 이상한 남자친구들이 꼬일까 늘 노심초사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구들의 오빠들 중에는 간혹 골칫덩이로 여겨지는 오빠도 있다던데, 우리 오빠는 가족에게는 늘 믿음직하고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오빠가 있어 나도 인생의 객기를 마음껏 부릴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출간 책 ‘오늘도 구하겠습니다’가 오빠의 특별한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의 그의 걸음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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