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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발견한 '봄'

기다렸던 봄이 오고 있다.

by 브릭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월요일.


버스 뒷좌석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들으며 가고 있는데,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고

갑자기 기사님이 내리셨다.


'무슨 일이지?'

나는 눈이 똥그래져서

기사님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할머니의 짐을 들고 타신다.

그것도 버스 기사님이 직접.

그 할머니가 단골(?) 손님이셨는지,

기사님은 할머니께 오랜만에 본다는

반가운 인사를 건네신다.


기사님은 할머니가 자리에 앉으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시더니,

요금은 버스가 정차한 뒤에 내달라고 하신다.


처음 보는 낯선 장면에

나도 모르게 이어폰을 빼고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다.


그 순간, 버스가 정차하고

할머니의 짐이 우르르 쏟아진다.

배추에, 감자 상자에, 짐이 한가득이었다.


할머니는 앞 쪽에 앉으셨는데,

근처에 사람들이 너나 할 거 없이

굴러다니는 배추를 줍고

감자 상자를 할머니께 가져다 드렸다.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세상이 삭막해졌다고,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져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하나둘씩 모이면

차갑게 얼어붙은 세상도 녹아버린다.


깜깜한 절망 속에

한 줄기 희망이 비춰온다.


기다렸던 봄이 오고 있다.

오늘 버스에서 '봄'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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