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폭풍 꽃 02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핌비 Oct 02. 2024

아픔이 나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1화. 겨울 한가운데서, 내 안의 여름을 발견하다

"겨울 한가운데서, 나는 마침내 내 안에 꺼지지 않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In the depth of winter, I finally learned that within me there lay an invincible summer."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그것'이 내 삶에 찾아왔을 때, 나는 그것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의사의 말은 차분했고, 순간은 평범했다. 하지만 그 평범한 속에 무언가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무뿌리처럼 내 일상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책을 읽었고, 친구들을 만나며 일에 몰두했다. 그러나 일상의 작은 틈에서 조금씩 균열이 시작되었다. 마치 잔잔한 바다 위에 일어나는 작은 물결처럼, 그 고통은 나도 모르게 점점 커지고 있었다. 


십 년이 넘은 지금, 그 시절을 되돌아보는 이유는 단지 그 고통을 기억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고통이 나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카뮈의 말이 그때는 전혀 와닿지 않았다. 너무 추웠고, 너무 아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속에서 내 안에 남아 있는 강인한 힘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육체의 싸움이 아니었다. 내면의 싸움이었다. 


'그것'이 찾아왔을 때도, 나는 여전히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몸의 고통과 함께 내 정신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 겪는 자신에 대한 의심. '나는 누구인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에 대한 질문들은 마치 울퉁불퉁하게 살이 찐 벌거벗은 모습으로 거울 앞에서 선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처럼 괴로웠다.  그 혼란 속에서 나는 거울 속 나를 천천히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카뮈의 말이 조금씩 그 의미를 찾아갔다. 내 안의 여름, 그 여름이 나를 얼어붙지 않도록 도왔다. 


주변의 동정 어린 시선과 응원의 말은 다시 나를 나약하게 만들어 추운 겨울로 집어넣었다. 그들의 연민은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나 자신을 제대로 보기 위한 힘든 과정을 방해했다. 육체는 초겨울이었고, 마음은 한 겨울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나는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낯선 내가 자리 잡았다. 그 변화의 과정을 받아들이는 시간은 어려웠지만 사라지는 나 자신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우리는 종종 고통 속에서 자신을 잃는다고 생각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 안에 남아 있던 여름은 바로 그 본질이었다.


고통은 여전히 나를 무너뜨리고 동시에 다시 세운다. 나는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다른 나를 발견하며 성장해 왔다. 그 큰 시련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남기고 떠났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전 01화 폭풍 후, 정원은 더 눈부신 꽃을 내어주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