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나는 내 마음을 통제할 힘을 지니고 있다.
"너는 네 마음을 통제할 힘을 지니고 있다. 외부 사건은 아니다.
이 사실을 깨닫는다면 너는 강해질 것이다."
"You have power over your mind - not outside events.
Realize this, and you will find strength."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Marcus Aurelius)
암 선고를 받던 날, 그 말들은 낯설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진실이 드러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옆에서 눈물을 흘리는 엄마와는 달리, 나는 의외로 담담하고 평온했다. 혼란스러운 줄 알았지만 나를 덮친 감정은 차분함이었다.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드디어 내게 쉼이 주어지는구나'
그전까지 나는 쉼 없이 달렸다. 회사에서 쏟아지는 일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계속 이어졌고. 내 몸은 어둠 속에 익숙해져 갔다. 위로 올라갈수록 쉬는 것조차 사치가 되었다. 그런데 그날, 의사의 입에서 나온 암 선고는 마치 나에게 '이제 그만해도 된다'라고 속삭이는 구원이었다. 두려움 대신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이제 더는 달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마루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처럼, 외부 사건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마음뿐이었다. 회사와 타인은 나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었다. 그저 완벽함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압박해 왔지만, 그 결국 압박은 나를 한 번에 무너뜨린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짐이 아니었다. 나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그때부터 내 삶은 단순해졌다. 책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의 몸과 마음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 단순함이 좋았다. 물론 치료 과정은 꽤 고통스러웠다. 마치 몸이 실험대 위에 놓여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당황할 만큼 아팠다. 그 아픔 속에 내 정신은 오히려 더 맑아졌다. 통제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나는 오직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휘둘리지 않는다. 대신 내 마음을 돌보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한다. 암 선고는 더 이상 불행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삶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 축복이었다.
우리는 종종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에 압도당하고, 그것을 통제하려 애쓴다. 그러나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적다. 그 제한된 영역 안에서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그때 비로소 나는 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