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토네이도를 책으로 막다.
"한 번 새로운 아이디어로 확장된 마음은 다시는 원래 크기로 돌아가지 않는다."
"The mind, once stretched by a new idea, never returns to its original dimensions."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부서 이동과 함께 책임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만큼 일도 줄었다. 그 여유가 반가웠다. 회사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 여유의 틈으로 찾아든 것은 잡념이었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자 내 마음속 혼란은 잡념으로 변하여 머릿속에 토네이도를 만들었다. 토네이도가 한바탕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 나는 한 없이 초라해졌다. 자연스럽게 남들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했고, 그 비교는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사찰에서의 평온은 어느새 사라지고 나는 현실 속에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에픽토스는 "마음의 평온은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했고 그 말은 분명 맞았다. 나는 그동안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외부의 행동만 했다. 사찰을 찾았고, 여행을 하고, 명상 센터를 기웃거리며 내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지만 그 모든 방법들은 일시적인 위로에 불과했다.
마음의 불안이 조금씩 삶의 단단한 씨앗으로 바뀐 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바로 책 읽기와 블로그 글쓰기다. 이 두 행동이 토네이도처럼 일어나는 잡념을 평화롭게 잠재울 줄이야. 나는 단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회피의 도구로 선택했을 뿐인데.
여유와 함께 찾아온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과 강박을 나는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요약해 블로그에 올리는 행위를 하며 잠시 현실로부터 도망쳤었다. 그렇게 읽고 쓰기를 반복하며 잡념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불안을 떨쳐내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바뀌었다. 이 과정은 결코 내가 의도를 가지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한 번 확장된 마음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책을 통해 확장된 내 마음은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어느덧 잡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졌다.
물론 현실은 여전히 복잡했고, 잡념과 비교의 늪으로 빠질 때도 있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단순한 책 요약만 했던 글쓰기에서 나는 어느덧 내면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