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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롱 Sep 15. 2018

떠오르기 위해서는 놓아야하니까. 영화 <UP> 후기

주말에 볼 만한 영화 추천

왓챠 플레이를 결제하고 가장 처음 본 영화.


일단, 나는 영화를 엄청 많이 보는 영화광은 아니다. 그 달의 사람들이 아주 많이 봐서 재밌다고 하는 영화를 보는 정도? 오히려 드라마를 좋아하면 더 좋아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픽사 애니메이션 만큼은 왠만한 것은 꼭 영화관에서 볼 정도로 좋아하고, 심지어 3번 넘게도 다시 볼 정도로 아주 좋아한다. 그 중, 엄청 유행했지만 제때 시기를 놓쳐 보지못했던 <업>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를 그동안 정말 보고 싶었지만, 바쁘기도 했고 어쩌다 보니 한참이 지난 후에야 보게 된 영화다.



이미지 저작권은 모두 네이버 영화에 있습니다.





픽사가 아닌 그 누가 집을 풍선에 띄울까?




내가 픽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화려한 영상미, 귀여운 캐릭터 들도 아닌,

바로 '스토리'다.


가장 뻔한 소재도 가장 뻔하지 않게

아주 신선하고 멋진 방식으로

어린 아이 뿐 아니라 어른까지

모두 공감하고 울며 웃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것.

얼마나 치밀하게 짜고,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다



칼의 아내 엘리

주인공 칼 프레드릭슨은, 오랫동안 아내 엘리와 함께 살았던 집이 허물어질 위기에 봉착한다. 아내와 평생을 살아왔던 이 집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칼은 그 동네에서 아주 악명높은 할아버지다.


아주 어린 시절 처음 엘리를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되고, 수많은  행복한 순간들을 그녀와 함께한다.
같이 모험을 떠나고 싶었던 엘리와 남아메리카에 있는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하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돈을 저축도 해보지만, 중간중간 현실에 치여 매번 갈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함께라 행복했고, 물론 중간에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는 장면도 있어 둘에게 슬픔도 있었지만 그래도 노인이 되는 그 날까지 서로를 바라보며 시간이 지나간다. 그러나 그녀의 모험에 대한 열정을 아는 칼은 , 그녀를 위해 여행티켓을 끊었지만 끝내 엘리는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칼의 곁을 떠난다. 아마 칼의 인생에서 엘리는 거의 전부라고 볼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사람이었고, 칼의 모든 순간에 엘리가 있었기에 엘리의 죽음은 칼을 한 순간에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게 했다.

앞 오프닝 15분 정도가 지날때는거의 펑펑 울면서 봤다. 영화를 보면서 자주 우는 나지만, 오프닝 부터 울리는 건 또 처음이다. 인생을 아주 짧게 요약한 것만 같아서.


원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데,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15분만에 보여주는 칼의 인생은

최고의 희극아닌가 싶다.



그녀의 마지막 꿈을 위해 떠나는 칼


그리고 마침내, 그의 집의 터전을 모두 없애고자 하는 그 모든 상황을 털고, 그는 '엘리'의 마지막 꿈인 '파라다이스 폭포'를 향해 떠난다.


하지만 그 와중에 골칫거리 친구 '러셀'도 함께하게 되어 그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애니메이션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노인이라는 소재


러셀과 그를 귀찮아하는 칼

우리는 노인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릎도 쑤시고, 언제나 아프고 연약한 이미지의 노인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애니메이션에서 노인은 주로 주된 인물로 다뤄지지 않았다. 대부분 주인공의 어떤 할아버지나, 할머니 역할 정도로 옛날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픽사에서는 어쩌면 가장 현실에 찌들고, 가장 고지식한 노인이라는 소재를, 가장 희망차고 아름답기만한 '애니메이션'에 접목시켰다. 즉 모험이라는 것은, 그리고 꿈이라는 것은 나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누구에게나 가슴 속 깊이 자리 잡아온 열정들이, 꿈들이, 모험에 대한 열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장 눈빛이 밝고 무엇이든 호기심이 있는 '러셀'이라는 인물과 '칼'이 대조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러셀'이고 싶어하는 '칼'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우린 모두 우스꽝스러운 어린아이와 같지 않고 싶어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열렬히 어린아이이고 싶어한다.






떠오르기 위해서는 놓아야해


유유히 밝은 풍선을 타고 새롭게 up하는 장면도 물론 영상미적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경이로웠지만, 나는 그토록 그가 얽매였던 그의 집에 있는 낡은 가구를 버리고, 마침내는 집을 버린 장면이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다.


결국 떠오르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버려야한다는 것. 버려야한다는 것이 단순히 추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바쁜 현실도, 두려움도, 과거도, 현실가능성을 따지는 마음도. 새로운 모험은 언제나 많은 것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가지고 있는 많은 것을 비로소 놓을 때 up할수 있다는 것을.


아직 조금밖에 살지 않은 나이라, 인생을 다 안다고 할 수 당연히 없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실패도 두렵고, 새로움을 두려워 하는 경향이 있다. 허무맹랑한 일들이나 말하게 되면 생각 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을까봐.


하지만 그 어린시절 나에게도, 가슴뛰게 놀라웠던 '꿈'이라는 것이 있었고, 그것의 가능성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의 현실 가능성부터 따지는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진짜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 위해서는 우리는 up 해야하고 가끔은 현실 가능성이나 두려움 따위는 잊고 새로움을 향해, 훌훌 털어야 한다.


칼이 자신의 모험을 떠나기 위해 모든것을 버리고 집 한채와 함께 떠났던 것처럼,

그리고 그의 마지막에는 그가 소중히 여겼던 엘리의 모든 것 까지도 털어내면서 그는 진짜로 그의 새로운 모험을, 그리고 꿈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처럼 말이다.


이제서야 집이 아닌

진짜 '칼'이 떠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떠오를 준비가 되었을까?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 시작하는 칼의 모습



나는 영화에서 '풍선'이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진짜 새로운 모험, 꿈을 향해 떠나고 싶은 욕망을 담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욕망이 마침내 엄청나게 커져서 '칼'을 파라다이스 폭포로 이끈 것이다.


그리고 '케빈'이라는 새가 잡혀갈때 까지도 그의 발목을 잡았던 '집'을 놓은 그 순간 비로소 '칼'이 진짜 새로운 모험을 향해 모든 것을 털어놓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모험을 향했던 집착이 '엘리'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이 된 것이다.


나 역시 무언가에 쫓긴 채, 혹은 두려움 때문에 진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가득한 풍선을 무시한채, 억지로 집의 무게에 이끌려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인생을 포기하고 다 떠나고 여행을 가버려라! 이런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풍선들을, (영화에서는 돈 모으는 단지 정도가 되겠다.) 아예 잊고 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언제나 그 풍선이 있고, 우리는 떠오를 수 있게 늘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마음가짐을 준비해야한다.




극장을 가면 어린아이는 웃고 나오는데, 어른은 언제나 울고나오는 픽사 애니메이션,

이번 주말에 <업>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당신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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