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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Dec 17. 2020

평화로운 아침

버스를 놓쳤다. 다음 버스는 멀리 있었다. 버스 회사가 파업 중이라 노선 하나는 아예 회차지 대기 중이었다. 오래 기다려 탄 버스에서 내려 달려갔지만 전철도 막 떠났다. 다음 전철은 3전 역에. 다시 기다림.


불과 5분 정도의 시간이지만 기다림은 지루했다. 갈아탈 전철 시간을 확인했다. 느긋하게 갔다간 지각이다. 마음을 졸여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이지만 역시나 조급해진다. 갈아타기에 제일 가까운 자리로 갔다. 내리자마자 다른 사람들과 섞여 잰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다시 환승 계단. 서둘러 내려가는데 앞쪽에 가던 사람이 뛰어간다. 차가 아직 있는 모양이다. 좀 더 빨리 발을 움직였다.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는데 "출입문 닫습니다" 방송이 들려왔다. 나는 문에 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창피함을 무릅쓰고 문으로 뛰어들었다. 잠시 부끄러울 것이냐 편안하게 지각할 것이냐. 찰나의 선택이었다. 아슬아슬 바로 뒤에 따라온 사람이 탄 뒤에야 문이 닫혔다. 다행이다. 오늘 지각은 면했다.

"안녕하세요 레드벨벳 슬기입니다" 안내방송이 나왔다.  고개를 드니 전철은 당산에서 합정으로 다리를 건너고 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적어 창밖의 시야가 트였다. 쨍한 추위에 하늘은 맑게 흐르고 있었다. 꿋꿋한 한강물이 오늘따라 평화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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