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형적인 좌뇌형 인간이다. 논리와 합리를 중요시여기며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 믿는다. 그래서 감성적인 이야기를 싫어한다. 사실 소설이나 시, 에세이 같은 문학류를 거의 보지 않았다. 읽어도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게 없어서 쓸모없는 느낌이었고 읽은 시간이 아까웠다. 어쩌다 책을 구입해도 책장에 꽂아두고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학 작품을 본격적으로 읽기된 계기가 있다. 그것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리더 들에게 한 말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는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겪지 못하는 많은 인간을 실제 이상으로 실감나게 겪을 수 있다. 소설에는 인간의 심리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소설을 읽어야 한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보면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같은 직장인은, 또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벗어나서 살수 없는 현대인들은 소설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밀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에 자극을 받아 문학 독서를 하다보니, 자칭 ‘100% 좌뇌형 인간’이라고 했던 나도 이성의 벽돌로 견고히 쌓아올렸던 세계에 문학이라는 꽃을 피우면서 더욱 성숙한 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 왜 자신의 지식으로 남지 않는 건지
책을 읽어도 남는 것이 없는 것은 기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슨 책을 읽었는지 그 내용을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사람의 기억 용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록하고 상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고, 언제든 활용 가능한 배경지식으로 삼을 수 있다.
독서 내용을 기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책에 별표나 느낌표, 물음표 등의 부호를 표시할 수도 있고, 본문 옆에 느낀 점을 적을 수도 있다.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모서리 부분을 접어서 언제든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좋다. 나는 책에 밑줄을 치면서 읽고, 저자가 주장하는 주요 내용이나 느낀 점, 내 삶에 적용할 점은 따로 필사를 한다. 보통 손으로 직접 쓰는 수기 필사를 좋아하지만, 독서 앱이나 SNS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 자신에게 득이 되는 문학을 선택하는 방법
독서는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가 아니다.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내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저장하는 복잡한 활동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른 이유는 바로 머릿속의 배경지식과 논리 회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이지 정확히 파악하고, 내게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 내 수준에 맞는 책이 바로 좋은 책이다.
1)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는 많은 독자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은 책이다. 출판사의 마케팅이나 저자 브랜드, 시기적 특수성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래도 선뜻 골랐을 때 후회할 확률이 가장 적다. 또한 베스트셀러는 그 사회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척도 가운데 하나다.
독서 초보자는 베스트셀러부터 고르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보건대 베스트셀러가 좋은 책으로 이어질 확률은 50% 정도다. 좋은 책이야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될 자격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책인데도 판매 순위가 높은 경우엔 출판사의 마케팅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까닭에 독서 초보자외에는 스테디셀러를 선택추천한다. 오랜 세월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온 책들은 기본적으로 내용이 탄탄하다. 그리고 실제 삶에 적용할 만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2) 학창 시절 교과서 수록도서
어린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라면 요즘 교과서에 나오는 고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아이와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필독서들을 찾아보자. 졸업한 뒤로는 아예 잊고 지내던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이 왜 고전으로 불리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고전 문학 작품의 경우, 해당 분야에 여러 권의 책이 있다면 출간일이 가장 늦은 책을 사자. 보통 최근에 만든 책일수록 글자 크기와 간격, 종이질이 좋다 가독성이 높다.
3) 작가 독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생기면 그가 나오는 모든 작품을 찾아보듯, 마음에 드는 작가가 생기면 그 작가가 쓴 작품을 모두 찾아보는 방법이 ‘작가 독서’이다. 작가 중심 독서의 장점은 작가가 속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작품을 통해 이해할 수 있고, 작가가 가진 사상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작가 특유의 어법과 문체를 꿰뚫어 봄으로써 안목을 가진 찐 독자로 거듭날 수도 있다.
- 흥미를 가지고 문학을 읽을 수 있는 노하우
1) 뒤에서부터 읽는다
대부분의 책이 앞에서부터 읽어야 이해하기 쉽다. 저자와 출판 편집자들 역시 책을 만들 때 독자들이 당연히 앞에서부터 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작업한다. 집필 의도를 밝히는 서문이나 읽는 순서를 안내하는 목차가 항상 책 앞에 읽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대부분 책이 기승전결의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전문 용어에 대한 개념 설명도 앞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모든 책이 다 그런 건 아니다. 특히 등장인물이 많은 장편 소설의 경우 뒤에서부터 읽는 방법을 추천한다. 김이 좀 빠질 수도 있지만, 등장인물을 익히고 독서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드라마를 볼 때 주연과 조연이 누구인지 알면 극의 흐름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듯이, 소설도 결말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파악하면 훨씬 더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하다.
2)영화 보듯 쓰윽 읽는다
사람들은 너무 엄격한 태도로 책을 읽는다. 거의 강박 수준으로 책을 대한다. 그러나 책은 쉽고 편하게 읽는 게 좋다. 영화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수백 번 각본을 다듬는다. 배우들의 행동과 대화가 관객들에게 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 계산해서 플롯을 구성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이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한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머릿속엔 감동적이었던 몇 장면과 주인공의 대사만 남을 뿐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책도 잘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시험 문제와 다를 바 없다. 꼼꼼히 이해해야 하는 책이라면 다시 읽으면 된다. 기억하자. 책도 영화 보듯이 쓰윽 읽으면 된다.
3) 다시 읽거나 버리거나.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책은 작가의 말이 독자의 몸을 통과해나가는 과정이다. 독자가 어떤 필터를 가지고 읽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전리품도 다르다. 독자가 달라지면 책의 내용도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책을 한 번 읽고 끝내지 않는다. 처음 읽었을 때 별로였던 책도 다시 읽으면 좋은 경우가 많다. 정말 좋았던 책은 여러 번 읽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시간을 두고 읽으면 좋다.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과감하게 처분하자. 나를 탓할 필요는 없다. 여러 번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나하고 안 맞는 책이라고 말하면 된다.
- 시, 소설, 희곡, 수필 등 문학 장르별 읽는 요령
에세이 에세이는 나눠서 읽는게 좋다. 여백이 많을수록 생각은 깊어지는 법이다. 중간 중간 책을 덮고 여운을 느껴보자. 요즘은 그림과 함께 글자는 적어서 가볍게 펼치기 좋은 에세이들이 많으니, 독서 초보자는 문학의 시작을 에세이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 나태주 시인은 1시 3독을 권유했다. 눈으로 한번 시를 읽고, 소리 내서 입으로 한번 읽고, 손으로 쓰면서 한번 읽는 것이다. 눈으로만 읽었을 때와 다른 감동을 1시 3독으로 체감할 수 있다.
영화 원작의 문학 잘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 중에는 원작을 따로 표시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원작을 찾아 읽으면 색다른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책을 읽기 위해 서점이 아니라 극장이나 영화관을 먼저 가도 좋다. 단,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원작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하자.
인문고전 인문고전 책들은 어렵다. 그야말로 독서 의욕이 뚝뚝 떨어진다. 나 역시 책을 보다가 덮어버린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책을 재미있고 쉽게 읽는 방법이 있다. 바로 청소년용으로 읽는 것이다. 보통 청소년용 도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청소년을 위해 쉽게 재해석한 책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어를 평이하게 고치고, 핵심적인 내용만 따로 편집해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장편소설 복잡한 장편 소설을 읽을 때는 인물과의 관계를 그림을 그리면서 읽는다. 장편 소설은 등장인물의 가계도와 감정선이 매우 복잡하다. 아무 생각 없이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저 사람인지 그 사람인지 헷갈려 자꾸 앞장을 들추기 십상이다. 이럴 때 가계도나 관계도를 그리고 간단한 특징을 기록해두면 집중력을 유지하기 편하다. 인물 관계도를 만들어서 표지 안쪽이나 면지에 붙여 두면 그때그때 손쉽게 인물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