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점심 밥값내기
그래도 그중 그나마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잘난 척이 좀 과하긴 했지만
특별히 남을 깍아내리진 않았다.
그 경계 위에서 불안한 적은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아예 악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냥 항상 듣기만 했고
그 사람은 항상 자기 잘난 이야기만 했다.
"자기야. 내가 논문 이런거 쓴거 알지."
"자기야.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우리집이 좀 부자잖아."
뭐 이런식이다.
내 이야기는 듣고 싶은 생각이 먼지만큼도 없어 보였다.
그래도 계속 어울린 이유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앞만 보는 사람이어서였다.
아주 친하지도 않지만 가끔 점심은 먹는 직장동료.
그정도였다,
그는 나보다 몇 년 선배에 나이도 몇 살 많았다.
하지만 처음 함께 식사했을때부터 내가 밥을 샀었다.
그는 밥 먹는 내내 혼자 떠들고는 내게,
조언 해줬으니 고맙지? 그러니까 밥사.
늘 이런 식이 었다.
그러는 그는 점점 선을 넘었다.
내가 용인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다른 사람의 학벌 외모 재력 이런 것들로 무시하는 발언들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걸까 하는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커피 마실 때 내 옆자리로 이동해 앉아 보기 싫은 영상을 보여주기도 몇 차례.
(나는 여성. 그는 남성이다.)
연인간의 싸움, 임신, 불륜 주로 이런 영상이었다.
재밌지 웃기지 이러면서 반응을 요구했다.
한 번은 내가 자리를 마련해서 내가 밥값을 내는 것이 명백한 날이었다.
그는 주저함 없이 그 가게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시켰다.
그리고 그 가게의 사장님에게도 무례하게 대했다.
역시나 그날도 본인 자랑의 날이었다.
며칠 후
난 점심을 먹지 않아도 됐던 날인데 그 사람이 아주 자연스럽게 당연히 와야 되듯 말해 얼떨결에 그 자리에 가게 되었다.
그의 지인도 한 명 있던 자리.
그 지인에게 그는 나를 별 볼 일도 없고 무능한 사람처럼 소개했다.
내 험담도 혹시 이렇게 하고 다녔나 싶었다.
그럼에도 나를 부른 건 편해서라고 지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능력 있는 본인들이 앞으로 내게 도움이 많이 될 거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며 내게
밥 사.
라고 대놓고 두어 번 연속해서 말했다.
그때 결국 터졌다.
크게 고함치며 화를 냈다.
밥값 내게 하려고 나를 부른 거였구나
그지새끼였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면 알수록 괜찮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알면 알수록 점점 별로인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정말로 완벽하게 후자였다.
본인은 아마 나를 완벽히 가스라이팅 했다고 생각했을 거다.
난 나름 선의로 기회를 준 것이었는데
날이 갈수록 점점 그지짓이 뻔뻔해가는 그가 진절머리 나버렸고, 결국 무썰듯 끊어버렸다.
그는 그 후에도 내게 연락해,
맨땅에 보고서 쓰기 어렵다며 내가 쓴 보고서를 보여달라 했다.
끝까지 추잡한 인간이었다,
이 참신한 그지와의 경험으로 하나 더 배웠다.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인간은 처음부터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처음부터 느낌이 쎄하면 그 느낌이 맞다.
그리고 선의는 늘 뒷통수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