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앞의 모든 것들이 진짜가 아니다?
내가 있는 이 장소의 모든 것들이 나를 따라다니면서
지금 보이는 것들만 그럴듯하게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아닌가.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원래가 없는 사람들이고, 없는 장소는 아닐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들도
내가 다른 곳으로 옮기면 어둠 속으로 숨어 있다가
내가 다시 이 장소에 올 때면 아무 일도 없었던 마냥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는 무엇일까.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신인가.
아니면 외계인? 인간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우주의 현상?
그렇다면 영혼은 그대로인데 껍데기만 변해가는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고마움을 느꼈던 그때 그 누구.
너무나 화나게 했던 그때 그 누구.
모두가 이 우주가 계획한 일이라면?
언젠가 친구에게 이런 생각을 말한 적이 있다.
"내가 그럼 가짜라는 거냐?"
이러면서 눈으로 욕을 하더라.
이게 그리 미친 생각인가.
누가 알아. 내가 이런 생각을 품는 것으로, 이 비밀을 알고 있는 누군가 뜨끔할 수도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