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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Sep 13. 2021

핑크쟁이김작가의 <오늘의 핑크> 프롤로그

나의 핑크 덕질을 이야기해볼까요?

핑크색을 좋아한다. 하늘 아래 같은 핑크는 없다는 말을 모토로 늘 핑크핑크한 소품들을 찾아보는 것이 취미인 블로거, 브런치 작가, 그리고 핑크 덕후. 귀여운 아기 밤쭈의 엄마. 내 이름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내 오래된 부캐이자 내 시그니처 컬러는 핑크다. 핑크핑크한 것들을 좋아해서 모으기 시작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17년 전. 처음 핑크색에 꽂히게 된 건 20살 여름, 노량진에서였다.


지금은 사라진 노량진의 육교를 건너 단과학원으로 가는 길에는 노점상들이 줄줄이 늘어서있었다. 늘어선 노점들 사이로 유난히도 튀고 블링블링한 점포가 있었는데 그 점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항상 한 번씩은 멈춰서 슬쩍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며 안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노점 안에 있던 주인으로 보이는 언니(나보다 언니라고 생각했고 보통 이런 장사를 하는 분들을 언니라고 하곤 했다)는 화사한 봄날의 햇살처럼 핑크 핑크하고 블링블링한 옷을 입고 웃고 있었다.


재수생이었던 나는 그런 언니를 보며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무채색은 아니었지만 평범하게 카고 바지(바지에 주머니가 많이 달린 작업복 같은 바지)를 입고 펑퍼짐한 면티셔츠에 커다란 백팩을 메고 다니고 있었는데, 내겐 없는 블링블링함이 왠지 모르게 자꾸만 발길을 이끌었다. 그냥 지나치기를 수차례 재수생활 8개월 차쯤 되었을 때 중요한 9월 모의고사를 앞둔 어느 여름이었다. 왠지 그날은 기분이 다운되어있었고 세상은 무채색으로 느껴졌고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왜 이러는 걸까 싶고 한없이 우울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노량진역에서 내려 육교를 건너 학원으로 가는 길에 잠시 발걸음이 멈춰졌다.


그날 언니는 내게 웃으며 말을 걸었고 나는 홀린 듯 더 가까이 노점 앞으로 가서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집어 든 핑크색 별 모양 귀걸이. 핑크색 큐빅이 박힌 펜던트가 2개씩 달린 귀걸이는 치렁치렁한 스타일이었다. 왠지 다른 귀걸이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 귀걸이만 눈에 띄었다. 귀걸이는 당시 돈으로 15,000원이었는데 재수생이던 내겐 큰돈이었으니 귀에 살짝 대보기만 하고 살포시 내려놨다. 그런 나를 보던 언니는 사지 않아도 되니 공부하다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한 번씩 놀러 와도 된다고 말했다. 언니의 친절함에 입시로 인해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누그러드는 기분이었다.


당시 친구들은 모두 대학교 신입생이 되어 열심히 놀던 시절이라, 어떤 말로도 내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모의고사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은 착잡해지고 카운트다운을 셀 수록 내 마음은 더 어두워졌다. 그때의 나는 스스로 ‘실패한 공부’라고 자책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언니와의 짧았지만 잠시나마 모든 걸 잊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언니의 따뜻함이 핑크 귀걸이에 녹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나는 며칠 뒤 눈에 자꾸만 밟히고 아른거리던 핑크 별 귀걸이를 샀다. (언니는 이 귀걸이를 내게 그냥 8천 원에 팔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나의 핑크 덕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가.


그로부터 17년 뒤, 나의 핑크 덕질은 꽤 커졌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핑크핑크한 컬러감은 놓치고 싶지 않아서 닉네임도 ‘핑크쟁이김작가’로 부르고 시작했고, 나의 시그니처 컬러 역시 핑크가 되었다. 질리지 않는 까닭은 뭘까 생각해보면 아마 무겁게 나를 짓누르던 입시 스트레스를 소소한 선물과 배려로 날려준 언니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핑크를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따뜻해지니까,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불을 얼굴에 비볐을 때의 감촉처럼 간질간질 마음을 계속 간지럽히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어떤 걸 좋아하던 보면 볼수록 좋고, 보면 볼수록 생각이 나고, 보면 볼수록 설레게 만드는 건 덕질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시작된 나의 핑크덕질 라이프. 그래서 쭉 기록해보려고 글을 써보기로 했다. 핑크쟁이김작가의 <오늘의 핑크>는 귀염뽀짝 아기자기한 소품과 함께 연재해봐야지 했는데 작가의 서랍에 하나 둘 글이 쌓여가니까 이젠 용기를 좀 내보려고 한다. 나의 핑크핑크 사랑과 낚시 라이프를 함께 기록해봐야지.


저와 같이 핑크색을 좋아하는 분들, 손 들어주세요! 우리 함께 핑크핑크하게 모여보아요❤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주 오랜만에 아기랑 떨어져 낚시를 하고 온 이야기들을 엮는 중입니다!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핑크쟁이김작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pinkauthor

핑크쟁이김작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GLGONiTt5j_ReogQsF1_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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