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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Dec 13. 2021

덕후 에세이, '아무튼 000' 글쓰기로 달라진 것들

그래서 전 매일 500자를 씁니다 :)

책 읽는다 하는 사람이라면 '아무튼 000' 시리즈를 알 것이다. 나도 그렇다. 독립서점 투어를 다니면서 좋아하는 곳이 생겼고, 그곳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모임을 갖다 보니 점점 더 삶이 즐거워졌다. 그러다 매일 글을 쓰는 모임을 온라인으로 시작해봤는데, 그 결과 어떤 글이든 즐겁게 쓸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이 조금씩 생겼다. 어떤 날은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딱 앉아서 써야지 하고 미리 준비해둔 주제를 적은 메모지를 보며 후다닥 알림 소리가 울리기 전 쓴다. 매일 그랬다. 지난여름부터 시작된 나의 글쓰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아무튼 시리즈는 한 출판사에서만 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출간되어 나온다. 좋아하는 것 한 가지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200페이지 남짓한 이 책은 꽤 인기가 많다. 좋아하는 것이 많은 맥시멀리스트인 내게 아무튼 시리즈는 꼭 도전해보고 싶은 과제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 중에 낚시, 핑크, 아들, 남편, 글쓰기, 유튜브, 블로그... 으아! 이렇게만 해도 쓰고 싶은 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가 다시 편해지기 시작했다.


애정 하는 나의 힐링공간인 '오키로북스'에서 진행되는 '아무튼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는데, 처음 시작하는 글쓰기 모임의 1기 멤버가 되었다. 나는 거기서 그동안 너무나 쓰고 싶었던 '핑크'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내 핑크 덕질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도 고민이었고, 핑크로 어떻게 써 내려가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렇게 쭉 써 내려가다 보니 15일 동안 500자 분량의 글을 15개 완성했다. 내가 왜 핑크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부터 핑크를 좋아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나만의 타임라인에 맞춰 써서 냈다. 처음엔 쑥스럽기도 하고 내 글을 선보여도 될까... 고민도 했는데 글을 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온라인 글쓰기의 장점은 글쓰기에 대한 비판을 하는 합평이 아닌...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 공감이 존재한다는 것. 그로 인해 나의 글쓰기는 점점 흥이 나기 시작했고, 내 글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글도 너무 재미있어서다. 그리고 멤버들이 달아주는 댓글은 글 쓰는데 큰 힘이 되었다.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어떤 것이 기대가 되는지 등 내 글에 대한 방향과 장점을 객관적으로 봐주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점점 서로 친해지면서 애정이 담긴 댓글이 더더 궁금하다. 멤버들의 글을 읽으며 댓글을 달 때는 마치 편지를 주고받는 느낌마저 든다. 분명 온라인 모임인데,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소설 전공이었을 때 늘 내 소설에는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고, 그건 나 외에 다른 학우들도 마찬가지였다. 합평은 고통의 시간으로 얼룩졌고 누가 더 많이 헐뜯느냐 혈안이 되어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것을 내리 4년을 했고 뒤이어 방송작가로 일할 때는 보도자료와 홍보문에 선배 작가들이 써놓은 빨간 피드백이 굉장히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물론 점점 그 빨간 피드백을 줄여나가는 것이 나의 성장 척도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공격적으로 글쓰기를 하고 방어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는 동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글쓰기는 자꾸 뒤로 물러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광고 에디터 일을 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글 쓰기를 해왔던 나에게 이 모임은 신선하고 힐링되는 시간을 선물했다. 그리고 난 이 선물을 잘 꺼내서 내 글쓰기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15일 동안 15개의 글을 하루도 빠짐없이(주말 제외) 써내려 간 것들을 추슬러서 이제 브런치에 정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연재하려고 작가의 서랍 안에 가득 임시저장을 해뒀다. 이상하게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자꾸만 설레고 기대된다. 어떤 글이 나오게 될까. 부화를 기다리는 알처럼, 작가의 서랍이라는 부화기 안에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나의 글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설렌다. 가슴을 이렇게 두근거리게 만드는 글쓰기는 지금껏 쭉 글쓰기를 해왔던 날들과 다르다. 왠지 이번엔 결과물로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2기로 이어서 쓰고 있는데 1기 때 뵈었던 분들도 함께라서 더 든든하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항상 존재하는 법. 2기도 이제 이번 주면 끝이다. 3기로 바로 이어서 들어볼까 했는데, 잠시 쉬었다가 듣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쉬기로 했다. 대신 그 쉬는 동안 1기, 2기에 썼던 나의 글들을 취합해서 브런치에 발행하는 것이 목표가 됐다. 아기를 키우면서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우려와 달리 아직까지는 내 글쓰기는 순조롭다. 잘 쓰던 못 쓰던 상관없이 글쓰기 근육이 단단해지고 있는 기분. 매일 쓰는 500자가 즐겁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선은 충분한 것 같다.


500자라고 해서 결코 쉬운 건 아니다. 그리고 세상엔 정말 정말... '글 잘 쓰는' 분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글을 업으로 삼았던 나 역시도 글 잘 쓰는 분들을 보면서 헉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1기 멤버분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아무튼, 팬심'은 가슴 깊이 애정 하는 뮤지션을 향한 마음과 가치관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줬다. 나 역시도 뮤지션을 향한 팬심이 있는 편이라 공감하면서 쭉 글을 읽었다. '아무튼, 엄마'는 매회 글이 가슴을 울려서 엄마에 대한 생각을 계속 상기시켰다. 엄마는... 치트키야. 라고 했던 허니제이(스우파 우승팀 홀리뱅 리더) 말이 생각난다.


'아무튼, 휠체어'는 개인적으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웠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아무튼, 통영'은 한 도시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나 클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통영을 여행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더불어 통영 곳곳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코시국에 여행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요즘 딱 읽기 좋았다!


그리고! '아무튼, 겨울'은 내가 사랑하는 계절이라서 공감을 하면서 읽었다. 겨울을 사랑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매력 포인트를 위트있게 재미있게 풀어낸 것은 진짜 일품이었다. 이 외에도 너무 좋은 글들이 많아서... ㅠㅠㅠ 근데 함정은 이게 1기 때 이야기라는 거!!!


2기 또한 멤버들 구성도 좋고 주제도 다 좋아서... 진짜 읽는 재미가 있다. 나는 핑크에 이어 내 주력인 낚시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500자로 줄여서 써보니 그런대로 또 재미있는 것들이 생겼다. 진짜 액기스만 쫙 뽑아서 쓰는 것이 훈련되는 기분? 2기에 대한 후기는 또 다음 글에서 써야 할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에 오늘은 아기가 잠든 시간에 쓰는 거라 여기까지 하고 마무리를 해야겠다. (아기 잘 때 자야... 덜 피곤하므로!) 아무튼, 이렇게 나의 일상을 채워주는 글쓰기 모임은 하길 잘했다.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매우 한정적인 아기 엄마인지라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전에도 썼지만 아무튼 000 글쓰기 모임에서 달라진 것들을 정리해보면, 나의 글쓰기 습관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 매일 쓰는 500자가 두렵지 않다는 것. 다른 사람의 글을 심도 있게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는 것. 소통의 중요성을 더더욱 절실히 깨달았다는 것. 무엇보다... 글쓰기 근육이 상당히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 아무튼으로 꼭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담은 책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아기를 재우고 일어나 노트북으로 다다다 글을 쓴다. 오늘의 나에게 주는 편지 같은 느낌으로. 언젠가 내 브런치에 '아무튼'으로 책을 낸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게 또 이렇게 글쓰기 습관을 계속 만들어가야겠지? 그날까지 파이팅! 모두 모두 건필건승�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아기자기한 것을 사랑하는 핑크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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