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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Feb 12. 2022

빙어낚시를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

빙어낚시하고 싶은 사람 필독!



1월 초, 빙어 시즌 초입 한 마리로 시작한 우리의 빙어낚시. 자주 가던 아지트에서 많이 잡히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곤 좌절해 낚시터로 눈길을 돌렸다. 항상 원하는 대로 되면 좋겠지만 삶이 언제나 그랬던 게 아닌 것처럼. 빙어낚시 또한 그렇다. 날씨와 환경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얼음낚시다.


빙어는 작지만 잡는 재미가 꽤 좋아서 낚시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시작하기 좋다. 우리도 그랬다. 처음에는 빙어가 아닌 꺽지나 피라미 같은 어종으로 시작해 여름에 휴가를 떠나면 꼭 그렇게 낚시를 하곤 했는데, 얼음이 꽝꽝 얼어붙는 겨울 시즌이 도래하면 어김없이 빙어를 낚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얼음이 꽝꽝 얼어붙지 않는다면 얼음 위에서의 낚시는 포기하고 물 낚시를 하러 갔다. 차선을 택하는 것 또한 낚시의 미덕!




진짜 즐기고 싶다면, 이렇게 한걸음 물러날 줄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빙어낚시는 낚싯바늘을 넣자마자 거의 대부분 톡톡 파르르 하고 잔망스러운 떨림을 일으키는 손맛이 있다. 손맛 좋은 큰 어종도 많지만 우리가 빙어낚시를 고집하는데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낚시를 하다가 가끔 초심을 잃어버리는 날이 있다. 꼼꼼하게 준비해오다가 가끔 대충대충 넘어가자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꼭 뭔가가 어긋난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못 잡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더해지면 낚시는 지루한 것이 되어버려 잊혀버리게 된다. 우리는 이런 루틴을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항상 낚시를 하러 갈 때는 차근차근 준비하는 습관. 테트리스를 하는 것처럼 텐트와 낚시도구들, 각종 필요한 용품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정리해두면 그걸 정리 정돈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아들을 낳고 한참이 지나 2021년 1월 초쯤 남편과 시간을 내어 아이를 부탁드리고 빙어낚시를 간 적이 있다. 임신하고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빙어낚시를 무척 하고 싶었는데, 아기가 50일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질 않았던 상태라 남편이 무척 날 안쓰러워했다. 한 번은 나가볼까 용기 냈지만 조심스러웠다. 간단히 짐 싸서 나가보니 그만 눈물이 났다. 호르몬 탓이야. 하고 싶었던 것을 꾹꾹 억누르며 지내다 보니 자꾸만 스스로를 꾹꾹 누르는 나를 발견했을 때 왈칵하고 감정이 쏟아졌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고심 끝에 데려간 것이었다. 남편의 불도저 같은 실행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쯤… 너무 가고 싶다며 몸부림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설 연휴는 앞이 좀 길어서 시댁에서 몰빵(?)을 하기로 하고 내려갔는데, 때마침 들리던 반가운 소식. 우리가 자주 가던 아지트에 다시 빙어가 미친 듯이 잡힌다는 거였다. 분명히 우리가 봤던 시기에는 없어서 다들 다른 곳으로 빙어낚시를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더없이 기쁜 소식에 남편과 나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뻔했다. 하지만 이번엔 단 둘이만 가는 것이 아니라 두 아가씨와 숙부님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시댁에서 같이 빙어낚시하는 멤버를 우린 ‘낚시원정대’라고 부르는데 올해는 멤버가 바뀌었다. (5살이던 꼬마 아가씨는 11살 숙녀가 되었고, 중학생이던 아가씨는 대학생이 됐다.) 두 아가씨와는 처음이고 숙부님은 몇 번 가봤기 때문에 어색함이 없을 것 같았다. 남편과 숙부님은 미끼를 껴주고 빙어를 빼주는 역할을 전담하기로 하고, 나는 두 아가씨와 신나게 낚는 법을 알려주고 물고기를 들어 올리는 걸 알려주기로 했다.




빙어낚시를 더 즐겁게 하는 방법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빙어낚시를 더 즐기는 방법으로 이것만한 것이 없다. 그러니까 우리의 경험을 빌어 말해보자면, 낚시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추위에도 같이 호호 불며 시간을 보내도 그저 즐거울 수 있으므로! 낚시는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가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 완전 초보자인 두 아가씨들을 케어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빙어낚시 장비는 든든하게 추위를 막아주었다. 빙어낚시 텐트는 밑이 뚫려있는데 여기에 바닥재를 깔아주면 얼음 위더라도 따뜻하게 낚시를 할 수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얼음이 단단하게 얼어있을 것. 텐트를 치고 바닥재를 깔아 두려면 땡땡하게 얼어있어야 안전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칼바람이 부는 얼음 위를 차근차근 뚫어보니… 얼음이 30센티 이상 얼어있는 걸 확인했다. 좋았어!


얼음을 뚫는 도구들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얼음끌, 하나는 아이스 오거, 하나는 보링 비트이다. 우리는 단계별로 모두 써봤다. 얼음끌은 어디든 들고 가서 뚫을 수 있는데 대신… 뚫는 사람이 매우 매우 힘들다. 얼음 위에서 땀범벅이 되어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힘만 있음 몇 개고 뚫을 수 있다. 아이스 오거는 얼음을 나사 형태로 뚫는 방식인데 처음엔 굉장히 뚫기 힘들어서 어느 정도 뚫고 나면 사각사각 얼음이 빙수처럼 갈리는 걸 볼 수 있다. 대신 이것 역시 사람의 힘으로 해야 하니 매우 힘들다. 보링비트는 전동드릴을 활용해 뚫는 방식으로 앞선 두 가지 도구들에 비하면 뚫기가 아주 수월하다. 대신… 배터리의 압박이 있고, 모터가 탈 수 있기 때문에 열을 식혀가며 사용해야 한다. 배터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집에 갈 때 텐트 정리할 때 아주 힘들 수 있으니 참고하자.


구멍 4개를 뚫으려고 했던 우리는 좌절하고 말았다. 일단 얼음이 너무나 두꺼웠고… 그 얼음을 모두 뚫으려면 배터리가 부족했다. 2개를 뚫고 3개째엔 다른 곳에서 잠시 끌을 빌려와 마저 뚫었다. 구멍까지 모두 뚫고 우리의 낚싯대를 두 아가씨에게 빌려주기로 했다. 늘 남편이 내 낚싯줄에 낚싯바늘을 달아 미끼를 껴주고 서로 번갈아가며 잡아주곤 했는데, 두 아가씨들 것까지 해주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이미 땀범벅이 되어버린 남편이 안쓰러워 휴지를 건넸다. (땀수건 같은 건 진짜 꼭 준비해야 한다.) 남편 이마에 붙은 휴지를 떼어내며 낚린이들과의 첫 빙어낚시가 시작되었다.


빙어낚시는 낚시찌를 보며 하는 찌낚시와 낚싯대 끝을 보며 하는 끝보기낚시로 하는데, 개인적으로 남편과 나는 끝보기를 더 선호한다. 미세한 떨림과 손맛을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 텐트 안에서는 비교적 따뜻하니 낚시를 즐기면서 할 수 있어 끝보기가 딱이다. 톡톡 파르르 톡톡 파르르. 작고 귀여운 빙어낚싯대 끝이 떨리기 시작하면 챔질을 한 번 해주고 탁 들어 올리면 빙어가 파르르 떨면서 올라온다. 이 순간이 왜 이렇게 기분 좋은지! 늘 그렇듯 스타트는 내가 한 마리를 들어 올리면서 끊는다. 우와~ 하며 신기하게 바라보는 두 아가씨를 보니 귀여웠다.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더니 이내 낚싯대를 붙잡고 내가 하는 대로 왔다 갔다 고패질(낚싯대를 들었다 올렸다 하는 것)을 따라 했다. 마치 AI처럼 로봇처럼 움직이는 꼬꼬마 아가씨는 단연 1등이었다. 파르르르 파르르르 떨리는 떨림이 뭔지 알겠다면서 잡기 시작하더니 이내 연달아 계속 잡아 올렸다.


그걸 부러운 듯 바라보던 다른 아가씨는 도무지 빙어가 문 것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휘저었다. 아가씨가 든 낚싯대는 남편과 내가 자주 사용하던 것인데 낚시를 어느 정도 해본 뒤에 다시 만들어 쓰던 거라 처음 해보는 아가씨에겐 그 느낌이 뭔지 잘 모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여보, 이건 어렵겠다! 좀 더 투박한 걸로 다시 바꿔주자. 남편은 초기에 우리가 썼던 낚싯대를 다시 세팅해주었다. 그제야 아가씨는 빙어가 콱 무는 느낌이 뭔지 조금 알 것 같다며 한 마리를 시작으로 쭉 쭉 낚아채기 시작했다. 두 아가씨 사이에 끼어 한 마리씩 꾸준히 잡던 나는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양쪽에서 잡아 올리는 두 아가씨를 보니 질투보다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빙어낚시에 빠져드는구나 싶었다랄까…? 이렇게 빙어낚시에 홀릭된 사람들이 늘면 언젠가는 가족이 즐기는 겨울 취미가 되지 않을까 하고.


남편이 초반에 잡다가 소강상태가 된 나를 보며 집어제를 넣어주었다. 이상했다. 그전엔 남편보다 적게 잡으면 그렇게 지기 싫고 화가 났었는데. 아기를 낳고 욕심을 버리게 된 건지 같이 즐기는 이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못 잡으면 어때. 다음에 또 잡으면 되는 걸. 이런 생각이 자꾸 드니 두 아가씨가 잡을 때마다 웃음이 났다. 신나게 빙어를 낚으며 좋아하는 모습이 남편과 신나게 잡았던 우리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잡을 때마다 신나고 누군가가 옆에서 우와~ 감탄해주면 더 신나서 잡게 되는 신기한 경험. 낚시가 아니면 몰랐을 이 경험을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달까.




빙어낚시 후엔 맛있는 도리뱅뱅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또한 빙어낚시를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나란히 열맞춰 세워둔 빙어로 도리뱅뱅이를 만드는 남편을 보며, 이번 빙어낚시도 다녀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두 아가씨의 서툰 챔질이 점점 익숙해져갈 때쯤이면 마스크 없이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오리라 기대하며. 다같이 빙어낚시하러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려보며.


꽝꽝 얼은 얼음을 뚫고 만난 아름다운 빙어들을 다시 만나고 보니, 어쩐지 코 끝이 시큰거린다.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이제 곧 해빙기가 찾아오면 빙어도 금어기*를 맞이한다. 금어기를 맞이한 빙어는 다시 다음 겨울을 위해 기나긴 휴식을 즐길 것이다. 기나긴 계절의 강을 건너 다시 이렇게 모여 빙어낚시를 즐겁게 즐길 수 있기를.  


* 보통 금어기는 3월부터(그 이후엔 산란기를 거친다) 빙어낚시 할 때 방역 지침에 따랐으며 백신 접종 3차 완료했습니다!◡̈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아기자기한 것을 사랑하는 핑크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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