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잔별들 보네
오늘의 어머니
어머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척추관협착증을 몸에 달고 사는데, 제발 무거운 거 절대 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거역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도 건강을 되찾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
허리를 쭈욱 펴고, 배를 앞으로 쭈욱 내밀며, 목이 늘어나듯이 머리를 하늘 위로 쭈욱, 그러면서 몸에 힘을 빼는 자세를 하면서 신경이 눌리는 걸 풀어주는 것인데,
오늘은 세 테이블로 마감을 하고 서커스 간판불 끄고 천천히, 어머니는 왼팔을 전부 내 오른팔에다 감고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으시는데, 가다 우뚝 멈춰 말하기를, 어머니! 하늘을 좀 봐요! 허리를 쭈욱 펴세요! 운동해야죠! 자, 시이자악!
허리를 쭈욱 펴고, 배를 앞으로 쭈욱 내밀고, 목을 쭈욱 펴면서 하늘 쭈욱 보고, 그러면서 살살 몸에 힘을 빼보아요!
갑자기 어두운 골목길에서, 다정스럽게 어깨를 붙이고 앞으로 배 내밀고 하늘을 보며 나란히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 말씀하시네.
와아, 별이다! 저 별 좀 봐라! 참 이쁘다!
멀리서 보면 두 사람, 무얼하는 중일까 하겠지, 어두운 골목길에서, 다정스럽게 나란히 어깨를 붙이고 서서, 도대체 가던 길 망설이며 가지를 않고, 밤으로 가득한 공기를 가슴으로 떠받치며, 늙어가시는 어머니는 어머니 그림자로, 그걸 지켜보는 나는 어머니 아들 그림자로, 그림자 둘이 꽉 붙어서 활처럼 휜 몸으로 우뚝 서 있는 중인데,
아아 우리 어머니가 별을 좋아하시는구나. 처음 알았네, 눈이 오면 와아, 눈 온다! 창경궁 가서 눈놀이 하자! 하시더니 알고 보니까 별을 다 좋아하시는구나, 소녀 같으신 우리 어머니, 컴컴하고 막막한 현실을 딛고 버티며 살아온 오늘의 어머니 몸에 딱 들러붙어서 별들이 글썽이는 하늘을 보다가 몰래 울컥하고 말았기 때문에 난 그냥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어머니랑 나랑 둘이서, 어깨 붙이고, 나란히 나란히 그러고만 있었네,
그래 살아야 한다 괜찮다 다 괜찮다 하는 목소리가 발신인도 없이 공중에 떠도는 밤, 밤하늘의 잔별들 쳐다보는 다정한 두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