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생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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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박과 김선비, 알바트로 준, 그리고 대드리는 각자 속에 내재되어 있던 광기를 내뿜으며 2022 연말파티를 준비하게 되는데... 과연 실제 파티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 2022 핀휠 연말파티 준비기
대드리: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지않긔
파티는 오후 4시에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1시간 먼저 도착한 분들이 계셔서, 먼저 도착한 분들과 함께 트리를 꾸미기 시작했다. 열심히 전구를 감고, 오너먼트를 달고, 미리 준비한 선물도 트리 아래에 예쁘게 꾸몄다. 센터 운영사 매니저님을 통해 구매한 알록달록 예쁜 양말도 트리에 매달았다. 그렇게 손님맞이 준비도 끝이 나니, 하나둘씩 파티장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파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방명록 쓰기였다. 자기 이름을 적은 후 나를 나타내는 단어와 소감 한 마디를 적으면 된다. 방명록을 쓰며 기대감이 올라가고 나면 바로 소원 적기 오너먼트 종이를 드린다. 소원 적기 오너먼트는 주말에 문구 편집샵에 놀러 갔다가 발견한 종이로 된 오너먼트로, 자투리 종이로 만든 거라 마음껏 가져가도 된다고 쓰여 있었다. '이번 연말파티에 써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잔뜩 집어와 소원 오너먼트로 사용했다. 각자 오너먼트에 2023 새해 소원을 적어 트리에 꽂았다. 다들 도착하자마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느끼며, 트리 앞에서 폴라로이드 사진도 한 장씩 남겨 한쪽 벽에 걸어두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김선비님이 내놓은 아이디어였던 '서로의 첫인상 써주기'였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서로의 첫인상 써주기 방법>
1. 파티장에 도착하면 모두 종이를 등에 붙인다.
2. 각자의 등에 있는 종이에 그 사람의 첫인상을 적는다.
3. 파티가 끝난 후에만 나의 첫인상 종이를 확인할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던 파티에서 편하게 쓰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나중에 첫인상 종이를 확인할 때 나오는 웃음은 덤. 그리고 나는 예상외로 긍정적인 문장을 많이 받아서 기분도 좋았다. 크크, 역시 마이콜 안경을 쓴 보람이 있다.
알바트로 준: 사회복지가 싫어서 개발자로 전향했는데 어쩌다 보니 꼰선비와 같이 일하고 있는 서퍼 지망생
원래 맡기로 했던 타로술사는 대드리님이 뺏어가고, 나는 갑자기 난생처음 들어보는 '숫자를 맞혀라'라는 게임을 맡게 되었다. 김선비님이 늘 나에게 시전 하는 “당신은 할 수 있어”의 효과로 나는 무 전 무 패의 무적의 게임마스터가 되어있었고, 당당하게 오신 분들에게 “한 판 뜨실?”을 시전 하였고, 살짝 주춤하신다면 그 해괴한 공주 분장을 하고 “쫄?”을 시전 하며 속을 살살 긁었다. 결과는 제안드린 분들의 100%가 참가하여 6판의 게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첫 번째 게임을 시작하는데 상대는 BFN 기자단 소속의 대학생이었다.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한 후 게임을 진행하는데, 상대가 맞춰야 하는 숫자는 2….. 그런데 UP & DOWN으로 물어본 숫자는 3…. 큰일 났다….
내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통계적으로 많은 숫자를 거를 수 있는 중간 수 1~10까지의 10가지 숫자 중 5가 중간 수이지만 더 많은 숫자를 줄일 수도 있는 6을 불렀다.
상대의 대답은 DOWN!! 많은 숫자를 줄이는데 실패했다.
나의 경우의 수는 1,2,3,4,5 상대방은 1,2인 상태로 상대의 질문은 “1” 나는 UP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자신의 숫자를 알게 되었고 나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되었다.
나는 “3”을 외쳤고 답변은 DOWN!! 그렇게 상대방은 2를 외치며 나를 이겼고 나는 상품 교환권을 헌납했다.
부스 앞 포스터에 0전 0승 0패라는 글에 =을 긋고 1전 0승 1패로 굴욕적이게 바꿨다.
두 번째 판은 질 수 없다!라는 마음으로 다음 상대를 물색하고 살살 긁으며 판에 앉혔다. 게임이 시작되고 상대방은 바로 정답을 외치며 상품 교환권을 헌납했다. 그렇게 나는 2장의 상품 교환권을 잃고 2패를 얻었다. 연속 2패를 달성하면서 '나는 이 게임을 잘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와 상품 교환권을 뿌려 이것을 시킨 회사 사람들에게 선물 교환권 인플레이션을 선물해주기로 하였다.
그렇게 어김없이 또 패배를 적립하던 중 여름 맥주 파티에도 오셨던 분과 대결을 하게 되었다.
같은 턴에 둘 다 정답을 맞히며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당연히 묻고 더블로 가죠”를 외치며 재대결을 하였다.
다음 게임에서도 무승부. “어?? 이 판은 질 수 없다! 뭔가 걸린 건 다를 게 없지만 무승부가 2번이 되니 사실상 4배 이벤트가 걸린 승부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대결에 임했다. 무려 두 번 만에 내가 정답을 맞히며 드디어 1승을 가져가게 되었다. 승리는 거두었지만 3판을 같이한 의리로 선물 교환권은 챙겨드렸다.
드디어 내 전적에 1승이 추가되었다.
근데 1승이 추가되고 다음 도전자를 찾으니 하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애매한 시간이 지나고 대표님의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부스 운영을 하는 게 맞았나 하는 생각이 들며 어딘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대표님의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이 끝난 후 간단하게 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얼추 다 먹었을 때, 김 선비님과 나는 각자 보드게임을 하나씩 선택하여 진행하기로 하였다. 나의 선택은 보난자. 간단하면서 재밌는 게임이었다. 첫 번째 했던 숫자 맞추기보다 참여율이 높았는데, 나는 이번 게임에서는 2전 2승 0패를 달성하였다.
그렇게 어영부영 파티가 끝나갔다. 서로 빠이빠이 하며 2부는 영화관을 상영하려고 하였는데 파티가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테이블을 다시 세팅하고 영화를 틀어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10~20분 정도 지났을까 영화를 보는 인원이 없어 영화를 끄고 그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2부는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고, 그렇게 핀휠의 연말파티는 막을 내렸다.
연말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의 첫인상을 등 뒤에 적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물론 핀휠멤버들도 등 뒤에 종이를 붙이고 첫인상을 받으러 돌아다녔는데, 나는 대드리 님의 원피스를 입고 다이소에서 사 온 공주 세트를 걸친 후 돌아다녔다. 오신 분들은 “예쁘다.”, “잘 어울린다.”, “선이 너무 이쁘다.”라는 식으로 나를 현혹했다.
하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등 뒤에 글을 쓰고 싶다 하셨을 때 흔쾌히 내 등을 내어드렸고, 나는 등 뒤에 적힌 말로만 사실을 판단하고자 하였다. 많은 안 좋은 말들을 기대하고 등 뒤에 종이를 뜯었을 때, 오신 분들은 착하신 분들만 오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에 있는 써주셨던 글들은 너무 좋은 말들로 구성되어 있어 훈훈한 마무리가 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 등에는 뭐라 썼더라… 일단 회사 사람들 등 뒤엔 못 썼다고 해야겠다.)
대드리: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지않긔
핀휠에서 일하며, 다양한 장애에 대해 알게 되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게 가장 꽃을 피운 날이 이번 연말파티였다. 여름에 있었던 맥주파티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말을 걸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면, 이번 연말파티 때는 물 만난 고기처럼 여기저기 말도 많이 하고, 많이 듣고 정말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긴 했다. 일단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딱 맞다. 일 년 동안 핀휠에서 지낸 시간 덕분에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어려움 없이 수다를 떨 수 있었는데, 파티에 놀러 온 비장애인 손님들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잘 어울리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처음 장애인과 이야기를 나눠 본 분들은 상대방이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고, 어떤 부분을 배려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해 조금은 당황스럽고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다음 파티 때는 꼭 이 부분을 해결해야겠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연말파티 1편을 마무리하며 꼭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 이번 연말파티가 나에게 의미가 있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모인 분들에게도 의미가 남달랐을 것 같다. 평소 웃는 걸 통 보기 힘든 우리의 컴퓨터 천재광민님이 대화가 너무 재밌어서 밝게 웃는 걸 봤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고, 너무 재밌다며 3차까지 가면 안 되냐고 얘기하던 태헌님, 효선님, 정화님에게 3차는 비록 가지 못했지만 고마웠고, 드레스 코드로 재밌는 옷을 부탁드렸더니 루돌프 머리띠를 야무지게 챙겨 와 주신 은경님도 감사했고, 이 밖에도 다들 파티에 즐겁게 참여해 주시고 별 거 없는 선물에도 깔깔 웃어주며 좋아해 주셔서 너무 고맙고 기억에 남는다.
핀휠은 새해에도 계속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함께 만나고 노는 자리를 만들 것이다. 이번 연말 파티에 함께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우리 오래오래 같이 놀아요! 그리고 취업해요!
호구박과 김선비의 연말파티 후기는 다음 편에 올라갑니다...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