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것은 아무도 만족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모든 것을 팔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팔지 않겠다는 뜻이다. 완벽에 가깝게 일하겠다는 것은 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완전한 행복에 지속적으로 머물겠다는 것은 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이든 삶이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포기하고 무언가를 취한다는 뜻이다. 편향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편향을 통한 상호작용이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는 편향된 실행 과정을 통해서 일과 삶은 성과를 조금씩 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담고 싶고, 저것도 추구하고 싶고... 하는 욕심이 계속 생기는 것이 인간이다. 한 번에 다 담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살면서 조금씩 나은 인간이 되듯, 일도 진행 과정을 통해 조금씩 나아진다. 추구하고자하는 최종 목표를 초기 실행단계에 모두 구현할 수 없다고 좋은 아이디어를 폐기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검토 단계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면 아이디어를 최대한 단순화해야 한다. 목적이 무엇인가? 대상이 누구인가? 왜 하려고 하는가? 처음 뼈대, 그것도 구조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 뼈대만 남기고 처음부터 다시 모델링해야 한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삶을 살면서, 방법이나 과정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려고 마음 먹었는데, 그래서 의사라는 목표가 생기면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방법)에 매몰 되는 현상. 공부를 하며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 매몰되어 왜 의사가 되려고 했는지 잊어버리는 현상. 그리하여 의미와 이유는 사라지고, 과정과 부수적 결과(성적, 성취, 돈, 삶의 유지 등)의 상호작용에만 매몰되는 현상. 진로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번번히 벌어진다. 일에서도 벌어진다. 최초에 일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이 일을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는데, 일을 추진하는 단계에서 일의 이유는 흐려지고, 일을 위한 일로 변해가는 것.
삶을 사는 사람은 언제나 혹은 가끔, 나는 왜 살지? 나는 행복한가? 내 삶의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하듯, 일하는 사람도 나는 이 일을 왜 하지? 왜 하려고 하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문제제기는 무엇보다 진행하다 막힌 일,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복잡한 문제를 푸는 힘은 단순함이다. 본질에 가까울수록 단순하다.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점검을 하듯, 일 진행이 잘 되지 않으면, 일을 점검해야 한다. 점검 기준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지? 대상은 누구지?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하려고 하지? 그려면 뭐가 좋지? 와 같은 너무나 당연한 질문들이다.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린 것이 아닌지도 꼭 점검해야 한다. 처음부터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획자에게 꼭 필요한 태도다. 일을 기획하든 삶을 기획하든 똑같다.
처음 기획한대로 일이 술술 풀리면 스스로 의심해봐야 한다.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걸림돌 없이, 문제 없이, 처음 생각한대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면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만의 생각에 매몰되어 있고, 문제를 말해주는 사람들이 없는 경우. 또 하나는 시작부터 끝까지, 기획부터 구체적 실행까지 완벽한 계획. 처음부터 후자를 꿈꾼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도, 삶도, 문제를 정의하고, 자신이 정의한 문제를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변수와 상황들 속에서 처음으로 돌아가 재정의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 일도 삶도 그렇다. 이만큼 온 것이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얼기설기 계속 땜빵을 하며 일을 진행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으로 돌아가 정의한 문제를 단순화하며 다시 정의하는 일이다. 문제를 재정의하는 것이 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