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을 써야 하는데 하필 손이 아프다니

무리하면 무너지는 정직한 몸

by 물고기

안녕하세요. 글 쓰는 물고기입니다.
제가 손이 안 좋아서 간단한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 손 저림이 심해진 건 올해 6월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왠지 고개를 숙일 수 있게 되면서 많이 읽고 또 많이 쓰다 보니 손에 무리가 갔던 모양입니다.

섬근 이후 열심히 살면 안 된다는 걸, 열심히 살 수도 없다는 걸 깨달았는데도 근 2년간 잘 못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되니 너무 즐거웠나 봐요. 거의 하루 종일 손으로 뭔갈 하고 있었거든요. (글을 안 쓰는 시간에 했던 취미는 독서노트 쓰기, 다꾸....)


올해만 4권의 독서노트를 썼습니다.


한동안 괜찮다가 많이 악화된 것이 10월 중순이었습니다. 글 쓰는 것도 모자라 문구 브랜드를 만들게 되면서 손 쓰는 일이 엄청나게 늘어나버렸죠.

손목의 신경 주변 힘줄이 많이 부어있다고 합니다. 손을 너무 많이 써서 그렇대요. (손목터널 증후군, mcp joint 두 가지 수술을 할 예정입니다.)

제가 작가도 아닌데 작가나 걸릴 직업병이 생기다니 참 민망합니다. 문구점도 겨우 3개월 남짓 했을 뿐인데 미용실 몇 년쯤 해야 생긴다는 직업병이라니 참 겸연쩍군요.

그래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요샌 쓰고 싶은 글은 녹음을 하는데 자판으로 옮기는 것도 녹록지 않아 겨우 하나 적었어요.

12월이 지나면 글에서 2020년을 지칭할 때 ‘올해’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올해 안에 글을 완결하고 싶었거든요.

아주 간단한 수술이라고 합니다. 빠르면 2주, 길게는 한 달 정도 후면 글쓰기는 가능할 거래요. 전 앞으로 쭉 글을 쓰며 살 테니 이번에 제대로 고치고 맘 편하게 글쓰기에 매진하려고요.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 본 한 해였어요. 하기 싫은 일을 그만두기로 십여 년 만에 결심하기도 했고요.

설마 손이 아플 줄은 몰랐는데 몸은 참 정직해요. 좋아하는 일도 너무 무리하면 몸이 닳는 것이었습니다.



하필 손이 안 좋아져서 한동안 우울했는데 이미 나빠진 몸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오히려 통증에 대해 쓸 이야기는 더 풍성해질 것 같아요.

치료받고 곧 돌아오겠습니다. 이제 정말 열심히 살지 않을게요. 글씨를 쓸 때도 손에 힘을 빼고 물 흐르듯 편하게, 다른 일들에도 욕심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할게요. (못할까 봐 여기에 일부러 적는 거 맞습니다.)

여러분, 무리하지 마시고 너무 열심히 살지도 마셔요. 병이 되지 않는 일상을 사시길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갑자기 조회수 1000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