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나는 것과 차원이 다른 것
편안함이 담긴 브랜드텔링
누가 미친 거요?
장차 이룩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는 내가 미친 거요.
아니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만 보는 사람이 미친 거요?
돈키호테
현재는 언제나 인류가 탄생한 이래 최고로 편리한 삶을 사는 시간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 가축을 이용하는 쟁기를 개발했고 무거운 짐을 옮기기 위해 수레바퀴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가축 대신 다른 동력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했고 더 많은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기차를 만들었다. 거기에 이카루스의 꿈을 더한 상상력을 동원해 태양의 열기에도 녹지 않고 날 수 있는 비행기가 만들어졌다.
있는 것에 상상력을 더해 사람들은 환경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삶이 편리하도록 모든 것을 변화시켜 왔고 그런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편리함은 어떻게 보면 사람이 살아가며 자신의 한계와 끊임없이 싸운 개척 전쟁의 산물일 것이다.
한계와의 쟁투를 통해 사람들이 얻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글자를 풀어보면 만들어진 그때 그 모습을 알 수 있다.
편리(便利)에서 편(便)은 인간(亻)을 향해서 고치는 것(更)을 의미하며, 리(利)는 벼(禾)를 만드는 쟁기(勿, 刀)를 형상화한 말이다. 벼를 수확하기 위해 쟁기를 사용하듯 이로움을 위해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기원전 3,000년경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축을 이용한 쟁기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발견되었다. 오래전부터 가축을 이용해서 밭을 갈고 농경생활을 해왔다는 근거죠. 가축과 쟁기를 이용한 이유는 일의 속도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한마디로 편리는 사람에게 이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 중심에 있다.
편리와 비슷한 듯하지만 뜻에 있어서 차원이 다른 편안(便安)이라는 단어가 있다. 집(宀) 안에 여자(女)가 있는 것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여성이 집안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걱정이 없다.
편안은 한마디로 사람에게 걱정 없이 만드는 것이다.
걱정거리는 없는 것이 중심에 있다.
인류의 탄생이래 최고로 편리한 삶을 사는 지금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만히 살펴보면 사람들의 생각은 편안한 삶으로 향해있는 듯하다. 어떤 때와 어떤 이유로 변곡점이 생겼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요사이 느끼는 건 편리함을 위해 만들었던 것이 때론 더 큰 불편함을 만들어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농경 기술은 발전과 변화를 거듭했고, 더 잘 크기 위한 비료와 병충해를 막기 위한 농약이 만들어졌다. 농산물은 병충해 없이 무럭무럭 자랐고 수확량이 현격히 늘어난다. 편리하게 만들어진 농경 기술은 극찬을 받아가며 사용되었다. 그렇게 수확된 농산물들이 사람들을 헤치고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이로움을 목표로 하다 보니 이로움의 수혜자인 사람들의 눈이 가려지고 속도와 양에만 충실하다 보니 쓰임이 잊힌 것이다. 음식은 배부른 것만이 아닌 건강을 위해야 한다는 쓰임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를 헤치고 있는 먹거리에 대해 걱정거리만 한가득 쌓여가는 것만 같다.
일본의 한 농부 기무라 아키노리는 농약과 비료로 아내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현대 농업의 편리함이 주는 불편함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현대 농업은 관찰하는 능력을 잃었어요. 흙 위만 생각하지요.
'수확으로 땅에서 이만큼 양분이 사라졌으니 이만큼 비료로 보충해야지.'
이런 수학적 계산만 있지요.
기무라 아키노리
그는 걱정 없는 사과농사를 위해 모든 것을 내걸었다고 한다. 이른바 ‘아무것도 안 하는, 농약도 비료도 안 쓰는 농업’에 매료되어 10여 년 그 숙제에 매진하게 된다. 그의 무모한 시도에 사람들이 야유를 보내며 가마토케시(파산자)’ 혹은 ‘아오모리의 돈키호테’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절망의 끝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흙’이 가진 힘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찾은 깊은 산속에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풍성한 자연을 키워내는 것은 ‘흙’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그때부터 흙을 태초의 상태로 돌리는 자연농법을 성공시키기 위해 10여 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열린 사과는 2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수분만이 빠져 바짝 마르기만 한다고 한다.
(좌) 기무라 아키노리 (우) 태초의 흙으로 뿌리가 넓게 펼쳐진 사과나무, 기적의 사과, 6개월 후에도 썩지 않은 기적의 사과그와 그를 비웃던 사람들은 모두 그 사과나무에서 열리는 사과를 ‘기적의 사과’라 부른다.
편리가 만들어 놓은 걱정과 근심을 없애고 편안함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고 무엇보다 그를 괴롭게 한 것은 곱지 않은 시선이었을 것이다. 그 모두를 견뎌내며 묵묵히 외길을 걸은 끝에 차원이 다른 것을 만들어낸 것이다.
‘쓸만하군!’이 아니라 ‘와우!’의 감탄을…
브랜드가 편리하다 말을 하면 편리함으로 경쟁하게 된다. 더 편리한 것을 만들어 성공했다면 다시 조금 더 편리한 것을 만든 브랜드가 등장을 한다. 인류의 편리함의 역사처럼 끝없는 쟁투의 나날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브랜드의 색깔에 걸맞은 편안함의 메시지로 이야기한다면 차이가 나는 경쟁이 아닌 차원이 다른 경쟁을 하게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