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따라 별의 들판으로
Walking it is worth
many years of experience
가치 있는 걸음, 오랜 세월의 경험
교황 칼릭스투스2세(Calixtus II)가 편찬한 코덱스 칼릭스티누스(Codex Calixtinus)에는 프랑스에서 시작해서 스페인 북서부까지 가는 4개 까미노에 대한 안내가 12세기 순례자 에이머리 피카드(Aymery Picaud)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
첫 번째 길은 이탈리아와 프로방스에서 시작하는 길이며 Via Tolosana 혹은 Way of Arles이라 불렸고 두 번째 길은 르퓌(Le puy)에서 시작하고 주로 독일인들에 의해 애용되었던 Via Podiensis, 세 번째 길은 베젤레(Vézelay)에서 시작하는 Via Lemosina, 마지막 네 번째는 파리와 마드리드 간 철도의 거친 경로를 따라가는 Via Turonensis이다. 유럽 각지의 길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에서 만나 함께 길을 걸었고 이베리아 반도 남부에서 오는 사람들도 각지의 길에서 한 곳을 향했다. 이 모습이 마치 가리비(scallop(영), concha(스)) 모습과 닮아 가리비 조개는 현재 까미노의 상징 중의 하나이다. 외에도 가리비 조개가 상징이 된 것은 다른 설화에 근거하기도 한다.
중세시대 십자군을 이베리아 반도에 보냈던 유럽에서는 10세기 중반부터 각지의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서 출발하여 순례를 위해 까미노를 향해 걸었다. 에이머리 피카드는 각지에서 오는 이들이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까미노에 대한 안내도를 정리한 것이다. 현재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각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자신이 선호하는 한 거점으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걷기를 시작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까미노의 시작점은 프랑스의 셍-쟝-삐에-드-뽀르(St.Jean-Pied-de-Port)이다.
순례의 황금시대였던 14세기에는 해마다 전 유럽에서 몰려든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은하수길’을 따라 걸었다. (밤에는 순례자들이 은하수를 보고 길을 찾아갔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까미노는 프랑스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Les Pyrénées)의 절경을 지나 스페인의 북서부 쪽으로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저녁의 까미노 하늘 위에는 은하수가 까미노를 따라 흐른다는 말을 들으면 그 매력은 한 껏 고양된다.
따져보니 하루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략 25Km 정도를 걸었다.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매력적인 경치를 만끽하기보다는 길가로 밀어내는 바람에 몸으로 대항했고 왔다 갔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적응하며 힘들게 걸어야 했다.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 은하수를 보며 걷기보다는 내일 걷기 위해 쉬는 시간이 적어지겠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빨리 걸어야 한다는 욕심으로 상채는 앞으로 쏠려 땅만 바라보며 걸었다. 이상과 현실은 언제나 차이가 있는 법이다.
중세의 까미노는 현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길도 험하고 쉬어 가는 마을도 적은 데다가 노상강도와 늑대도 출몰하여 목숨까지 잃는 이들이 많았다. 각 지역의 수도원이나 산티아고 기사단(Orden de Santiago) 등 각종 단체가 나서 마을의 숙소를 정비하거나 병원을 만들어 위험을 감소시켰다. 가레스(Gares)라는 마을은 까미노를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왕비의 명에 의해 다리가 만들어지고 다리를 중심으로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라는 이름의 도시로 발전했다. 마을이 새로 생겨나기도 했다. 원시림에서 움막을 짓고 은둔생활을 하던 스페인 바스크 지방 출신 도밍고는 기도소를 짓고 길을 냈다. 이 길이 까미노와 이어지며 산토 도밍고 데 칼사다(Santo Domingo de Calzada)라는 도시가 탄생했다.
까미노에서는 걷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마을이 꽃처럼 피어났고
기존의 마을은 열매처럼 영글었다.
까미노를 걸으며 수많은 마을을 지날 때마다 궁금증도 피어나고 영글었다.
도대체 이 마을은 언제 만들어졌고 왜 이런 이름이 만들어졌을까? 먼저 알았더라면 까미노의 열매들이 더욱 달콤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이 글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까미노에 대한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런 것에 대한 설명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주 큰 도시에 얽힌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있지만 그 보다 많은 작은 마을의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을 알고 싶었다. 다시 까미노를 걸을 때 그 길가의 열매를 더 달콤하게 맛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각자가 까미노에 품은 달콤한 생각은 다르지만 같은 곳을 향해간다. 어디서든, 어떤 이유로든 까미노를 걷는 이들은 가리비 모양처럼 여러 갈래 길을 걸어와 결국은 한 곳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 모였을 때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가슴에서 복받치는 눈물을 경험한다. 그곳은 별빛이 환하게 떠 있어 발견된 곳이기에 ‘별의 들판’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산티아고 기사단은 1175년 알렉산더 3세 교황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정
임무
- 이베리아 반도에서 무어인을 몰아냄
- 콤포스텔라로 오는 길의 순례자들을 보호
형태
- 아랍인의 피가 묻은 십자가 모양의 검
명칭
- el Lagarto (Lizard, 도마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