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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문화를 바꾸는 가장 작은 신호

by 로드퓨처

회의 시 리더는 말 한마디 없이도 팀의 공기를 바꾼다. 어떤 표정, 어떤 시선, 어떤 침묵이었는가에 따라 마음이 열리기도, 닫히기도 한다. 요즘 필요한 리더십은 말솜씨가 아니다. 사람들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감각이다.


예전처럼 권위로 이끌던 방식은 동력을 잃었고, 이제는 심리적 여유와 반응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회의 때 리더의 표정은 단순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아니다. 그것은 회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출발점이 된다.


예전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상사는 회의 내내 인상을 쓰고, 눈빛은 딴 데를 향해 있었다. 자연스럽게 팀원들은 입을 닫았다. 회의는 수동적으로 흘렀고, 결국 상사의 생각대로 결론이 났다. 처음엔 그냥 지시형 회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뒤, 그날 상사에게 개인적인 우환이 있었던 걸 알게 됐다. 본의 아니게 무거운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경험은 내게 명확한 메시지를 줬다.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과 표정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한 컷의 표정이 회의 분위기, 팀의 에너지, 심지어 조직 문화까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리더, 미소를 머금은 리더, 호기심을 담은 리더. 이런 사소한 표현들이 모여, ‘여기선 내 생각을 말해도 되겠구나’ 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반대로 무표정, 냉담한 시선, 반응 없는 태도는 팀을 점점 조용하게 만든다. 자율성을 막는 건 통제가 아니라 무반응이다. 많은 리더들이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팀원들이 실제로 자율성을 느끼는 순간은 리더가 먼저 귀 기울이고 있다는 걸 느낄 때다.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표정, 질문 하나가 진짜 자율성의 시작이다.


리더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하자. “그 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해요.” “당신이라면 이걸 어떻게 더 개선할 수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인데 한 번 대답해 볼래요?” 이런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대신 팀원은 느낀다. ‘이 사람은 내 생각을 진심으로 알고 싶어 하는구나.’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정답이 아니라, 믿고 있다는 신호다. 그리고 그 신호는 말보다 표정과 태도로 먼저 전달된다.


리더십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말을 걸고, 반응하는 일이다. 내일 아침 회의에 들어가기 전, 거울을 보며 자신의 표정을 확인해 보자. 그 표정 하나가 회의의 공기, 팀의 분위기,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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